- 심학산 산행기
-언제:2018.12.30
한해가 저물어가는 산아래 세밑 풍경은 조금 스산했지만
심학산은 다정했습니다.
겨울에도 문을 닫지 않고 오솔길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볕도,
텅빈 나뭇가지들을 스치는 바람도,동물도,사람도
침묵으로 그 너른 품을 열어주었습니다.
마음이 심난할 때,오르면 위로가 되어주는 그 산을
2018년 마지막 휴일날 올랐습니다.
파주 출판도시 초입에서 본 심학산이 고즈넉합니다.
북적거려야할 세밑의 거리는 한산하고 스산합니다.
약천사 방향에서 들머리를 잡아 심학산 둘레길로 접어듭니다.
올 겨울엔 건조한 날씨가 많아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가파른 산길을 올라 이 능선길에 접어들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익숙해져서 이제는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걷습니다.
겨울산은 살면서 앞이 답답할 때,해답을 모색하고
구원을 강구하는 사람들이 찾는 장소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하더라도
자신을 믿고 당당히 걸어나갈 수 있기를!
내 삶의 주인이 나이기를!
때로는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듣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페르난도 페소아
인생에는 두가지 길이 있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
진정한 삶이란 눈에 보이는 길보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길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 준 네가 고맙다
많이 밟힌 여정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시선
너를 만남으로 나를 새롭게 만난다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 준 네가 고맙다
-하금주,<만남1>
영혼은 자기를 닮은 영혼을 알아봅니다.
길위에 멈춰서서 문득 뒤돌아보면
지난 한해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흘러갔습니다.
이름없는 언덕에 기대어 황량한 풍경속으로 지우고 싶은 기억들과
못다했던 아쉬움들을 날려보내며 잠시 회한에 잠깁니다.
나무에 앉은 빛이
뚝 떨어지는걸 봤다
바람불면 나무만 흔들리는게 아니더라
나무를 닮아 있는
그림자도 흔들리더라
-한영주,<나무의 흔들림>
차가웠지만 시원한 바람과 화창한 하늘,
겨울산은 바로 이런맛에 오릅니다.
저 뒤로 보이는 꽁꽁 얼어붙은 겨레의 장강(長江),한강이
도도합니다.
또 한해가 흘러갔습니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나만 제자리인것 같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끝까지 올라가 봐야 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걸은 만큼 본 만큼 삶입니다.
눈부셨지만 따사로운 햇볕이 황량한 겨울 벌판 언땅을 녹입니다.
그게 무슨 인생이겠는가,근심만 가득하고
멈춰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양이나 젖소처럼 나뭇가지 아래 서서,
물그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다람쥐가 풀밭에
도토리를 숨기는 걸 볼 시간이 없다면
참 딱한 인생 아니랴.
-윌리엄 헨리 데이비드
"사람들은 늘 등정을 정복으로 묘사하지만,
실은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세상이 점점 더 커져서
우리는 그에 비례하여 자신이 점점 더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우리가 헤맬 공간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압도되지만 해방감도 든다."
-리베카 솔닛,<길 잃기 안내서>중
심학산 산정에서 내려다본 출판도시
심학산 정상에서 본 북한산
임진강물과 한강물이 합쳐지는 교하지구 옆 한강 하류는
얼어붙었지만 물밑으로 두 강물이 뒤엉키며 서해로 흘러갑니다.
자유로 문발IC와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그 뒤로 제2출판단지와
신촌산업단지가 보이고 저 뒤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입니다.
파주 운정,교하지구는 인접해 있지만 사실상 단절된 도시였는데
운정3지구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하나의 도시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운정3지구 개발 사업이 공구별로 완료되면 일산보다 규모가 더 큰
분당신도시 규모의 메머드급 대도시로 급부상할 전망입니다.
심학산 주변 교하,운정지구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 등
향후 대규모 개발 이슈가 풍부하여 크게 번성할 지역으로
수도권 경기 북부의 최대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심학산에서 본 1기 신도시인 일산은
킨텍스 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중심축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 1기 신도시였던 일산은 인구 약65만을 예상하고
계획된 도시였는데 현재 인구는 100만을 훌쩍 넘어
도시가 성숙기를 넘어서면서 도심 외곽지역 농업진흥구역 內 농지들이
개발압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미 킨텍스 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을 중심으로
한강 하류를 따라 새로운 도시계획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항지구와 이산포 IC일대가 이미 개발계획으로 토지보상이 진행중이고
대화,법곳,구산동 일대 농경지들은 고양시 도시기본계획에
시가화지역으로 예정된 곳으로 남북 경협과 맞물리면서
개발이 본격화 될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 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문구
누군가를 향해 귀를 기울인다는 것.
이것은 참 아름다운 일.
그것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습관.
...
어쩌면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한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최갑수,<평생을 살아가는 이유><잘 지내나요, 내 인생>에서
"흘러버린 시간은 추억만 거둬간 것이 아니었다.
말랑말랑했던 서글픔과 뜨거웠던 마음 같은 것들,
하루도 보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리움들,
비 온 뒤의 맑게 갠 하늘 같은 것들,딱딱하게 굳은 아픔같은 것들,
달리지 않고는 식히지 못할 열정 같은 것들,
눈꼽 낀 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같은 것들도 거둬갔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그저 심연의 밑바닥에 오랫동안 숨죽인 채
머물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전민식,<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중
어느덧 한해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올 초의 다짐들과 계획은 다 어디로 갔는지,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어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계절이 가고 옴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아름답습니다.
한해가 저무는 산에는 마지막 잎새 몇몇이 보입니다.
천지는 순환할 뿐이지만 새로운 일상은 새로움을 만듭니다.
구석진 곳 홀로 있는 억새풀,
퇴색된 채 가늘게 흔들리는 강아지 풀,
말없이 말 걸어오는 반려견의 눈빛이 더없이 진솔하고
따스하고 아름답습니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그러다 겨울의 답서처럼 다시 봄이 오고
'밥'이나 '우리'나 '엄마' 같은 몇 개의 다정한 말들이 숲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 먼 발길에 볕과 몇 개의 바람이 섞여 들었을 것이나
여전히 그 숲에는 아무도 없으므로 아무도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박준,<숲>
햇살이 산마루에 걸치는 오후가 되면
빛이 얼마나 쓸쓸한 존재인지 알게됩니다.
세밑의 산사 풍경이 유난히 고요 했습니다.
심학산에 오르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고양,파주의 미래가 보입니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자주 심학산에 올라야할 또하나의 이유입니다.
또 한 해가 저물고,'기해년'새해가 밝았습니다.
힘들었고 안좋았던 기억들은 저 한강물에 실어보내고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들이 찾아오리라 믿고 기대하며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낡아가지는 말자고 다짐합니다.
회원여러분들도 늘 건강하시고,
많은 행운과 복들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글,사진 윤선한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것도 아닌 상태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배경음악:
Gold Leaves / Andante
첫댓글 와 ~ 너무 늦게 보았네요. 글도 멋있고 강아지도 너무 사랑스럽고 사장님도 잘 생기셨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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