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제가 (하남의 어느 선원에서) 참선을 한 지 한 8년 정도 됐어요. 일주일 공부하는 코스가 있어가지고 4번 정도 했어요. 4번째에 마음을 다 비우고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그냥 화두에 집중만 했더니 온몸에 힘이 생기면서 보이지 않는 무엇이 온몸에 확 달아올랐어요.
[스님] 기운이 막 느껴져요?
[대중] 네. 그래서 내가 '이건 뭐지' 하고 눈을 뜨고 봤는데 없어요. 없는데 그게 굉장히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화두를 꽉 잡고 있으니까 온몸의 기운이 여기 손에 딱 머물러 있었어요. 그것이 이 몸의 아픈 곳을 다 지나가면서 머리로 이렇게 다 나가는 거예요. 그때는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스님] 기운을 느끼니까.
[대중] 예. 그러고 나더니 화두가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도 계속 공부하려고 그냥 화두 잡고 하는데 화두가 안 나오는 거예요. 힘들어요. 그래서 스님한테 상담을 했더니 "화두가 끝났다" 그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럼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될까요?" 그랬더니 "화두가 끝났는데 무슨 화두를 잡냐?“ 그래서 제가 여쭤봤어요. "그럼 어떻게 공부를 해야 되나요?"
그랬더니, 그 망상이 올라오는 거는 다 놓고, 앞에다 집중만 하래요. 근데 그렇게 공부를 하는데 지금 너무너무 답답해요.
[스님] 앞에만 보라고? 화두가 없으니 앞에 놓고 관하는 관법으로 들어갔네.
[대중] 화두를 잡지 말라 그러니까 '이건 뭔가?' 너무 답답해서 제가 마음으로 '선지식이 있었으면…'
[스님] 거기서 빨리 여기 왔어야 되는데, 어째 여기를 늦게 왔네요?
[대중] 그래서 계속 공부하면서 너무 답답해서 '선지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다가 어저께 아침에 집에서 설거지하다가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탔어요. 학림사 종무소에서 어떻게 와야 되는지 전화로 자세하게 알려주시더라고요.
그저께만 해도 생각을 안 했는데, 어제 아침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너무 답답하다. 선지식이 있었으면 물어봤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어저께 아침에 그냥 왔어요.
[스님] 그래 이 공부를 하면 선지식을 제대로 잘 만나야지, 공부하는데 선지식을 잘못 만나면 공부 안 한 것만도 못하게 되거든요. 그게 참 중요한 겁니다. 그래서 보살님이 이뭣고 화두를 했나요?
[대중] 예.
[스님] “보살님은 뭐냐?” 이러면 뭐라 합니까?
[대중] 그냥 아무것도 없어요.
[스님] 아무것도 없으면 없다는 말을 어떻게 하지요? 아무것도 없으면 없다는 그 말도 나올 수가 없는데.
[대중]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묵직한 보이지 않는 기운이 있어요.
[스님] 그 기운을 보는 놈은 뭐야?
[대중] 그거는 못 찾았어요.
[스님] 아니 그 보는 놈 그놈은 뭐냐고. 일어나는 기운을 보고 느끼는 놈이 있잖아. 그놈이 뭐야?
[대중] 나겠죠.
[스님] 그게 나라니, 어떤 게 나야? 그게 뭐길래 나라고 해?
[대중] 근데 그냥 기운만 느껴졌어요.
[스님] 아니 그 기운을 느끼고 하는 놈. 내가 기운이 일어나는 거 보고 느끼고 알잖아요. 그럼 그놈이 뭐냐 이 말이야.
[대중] 보이지 않습니다.
[스님] 안 보인다 하는 그 놈은 보이는 물건이야, 안 보이는 물건이야? 어째서 그런 말을 하겠어? 뭐길래?
우리 보살님이 지금 화두를 참구하고 공부를 하는 본인 자신이 마음으로 '무엇인가?' 하잖아요. 그렇지요?
[대중] 예.
[스님] 그런데 보살님이 가지고 하고 있는 그 마음은 중생심인데요, 그걸 육단심(肉團心)이라고 그래요. 중생심이 뭔 줄 알아요? 중생심이 탐진치 삼독심, 거기다가 재색식명수 오욕, 그게 중생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 알겠어요?
중생들은 사바세계에서 그 마음으로 다 살아요. 그 마음으로 살아가다가 '나는 무엇인고?' 하면 흐르는 강물을 갑자기 막는 격이라. 흐르는 강물을 탁 막으면 강물이 막 뒤집어지면서 거품이 일어나고 흙탕물도 일어나고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잖아? 그러니까, 중생이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이 지금 중생심과 잘 살아가고 있어. 거기에서는 엄청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고 불행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
"어떻게 해야 우리가 편안하게 살까?"
"편안하게 살려면 화두를 해라."
"화두를 왜 합니까?“
"니가 너를 모르잖느냐. 몰랐기 때문에 니가 지금 어렵고 고통스럽다.“
"그 고통스러운 어려운 걸 해결하자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니가 무엇인가를 알아보라.“
"내가 나를 알면 해결이 됩니까?“
"해결되지."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 하는 이걸 애를 써서 알아보려고 하는 그 마음이 지금 중생이 살아가는 의식의 강물이 순하게 잘 흐르고 있는 걸 못 흐르게끔 딱 막아버리는 거라요.
거기에서 여러 가지 변화의 경계가 일어납니다.
앉아 있으면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기운도 느끼는 게 있고, 또 앉아 있으면 몸이 공중에 뜨는 기분을 느끼고요. 또 어떨 때는 해보면 아주 마음이 기쁠 때가 있고 웃음이 막 나올 때 있어요. 웃음이 한 없이 나와요. 또 어떨 때는 갑자기 나도 몰래 진심이 확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또 어떨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몸이 가려워요. 미칠 정도로 가려워요. 1300여가지 변화, 장애가 일어납니다. 또 우주가 툭 무너지면서 환한 빛이 드러날 때도 있어요. 별별 희한한 게 다 드러납니다.
그건 내가 공부하면서 중생심을 딱 막아서 흐르지 못하게끔 하니까, 막힌 강물이 뒤집어지면서 거품이 일어나고 흙탕물이 일어나고, 솟았다 내려갔다 퍼졌다 하며 수백 가지 물의 모양이 나타나듯이, 이 일념으로 화두 드는 마음에 의해서 중생심이 여러 수백 가지 모양의 기운을 나타내는 거라요. 그게 나쁜 거라요. 안 좋은 경계라요. 아주 좋지 못한 겁니다. 그 경계에 속으면 신세 버리는 거라요. 공부도 못하고 아무것도 안 돼요.
그래서 그런 경계에 일어났을 때 그 경계는 놔두고 '이것은 마구니의 경계가 나한테 일어났구나' 그리고 얼른 내가 이것 때문에 화두를 놓친 걸 알아야 돼요.
그리고 별별 일어나는 것을 보고 느끼고 아는 놈이 있지? 그놈을 되돌려서 차고 들어가는 거야. '이놈이 무엇인가? ' 하고 차고 들어가야 돼. 그래야 그 경계에 안 떨어져. 그 허망한 경계에 안 떨어진다고.
우리가 산에 가서 불이 없을 때 나무를 빨리 비비면 불이 나오잖아?
그와 같이 보살님이 공부를 안 하다가 애써서 독을 써가지고 '이게 무엇인가' 하다 보면 거기서 이상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거는 허망한 경계라 아무것도 아니야. 거기에 떨어지면 안 돼. 화두가 없어져서 화두를 놓친 사람이라고. 그건 뭐와 같으냐?
본인이 뭐를 연구를 하며 길을 가다가 저 앞에 사람 쭉 모여가지고 놀고 이상한 노래를 하니까 '지금 뭐 하는가?' 싶어서 궁금해 좇아갔거든. 그걸 보다 보니까 자기 연구하는 생각을 다 놓쳤어.
마찬가지로 보살님이 그 짝이라. 그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는 거기 팔려가지고 그만 화두를 놓쳐버렸다 이 말이야. 알겠어? 되도 않은 짓 하고 앉아있어.
[대중] 지금도 몸이 화끈거립니다.
[스님] 왜 그런 망상, 헛된 경계에 빠져가지고 화두를 놓쳤나. 화두를 해야지. 보살님은 내가 "너 뭐냐?" 물어보니까 몰랐어. 전혀 몰랐어. 허망한 경계가 나타났는데 그 헛깨비에 빠진 거야. 알겠어? 기운이 막 일어날 때가 있어요. 허공에 뜨는 기분도 나오고 별별 여러 가지 기운이 막 나타나는데 거기 빠지면 공부 안 돼. 헛일이고 못 써. 절대 그런데 떨어지면 안 되고 얼른 ‘내가 여기 경계에 떨어져가지고 화두를 놓쳤구나.’ 알아차려야지. 자기가 깊이 연구하며 가다가 괜히 딴 데 팔려가지고 보다 보면 자기가 연구하는 걸 다 놓쳐버리잖아.
기차 칸에서 어떤 사업하는 사람이 돈을 가지고 가는데, 앞에서 어떤 사람이 이상한 걸 만들어가지고 자꾸 보이고 해서 신기해서 한참 보다가 차에서 내려보니까 돈이 하나도 없더라는 거야. 거기 보는데 빠져서 쓰리꾼이 돈을 꺼내도 몰라. 보살님 그짝이야. 딴 데 빠져가지고 보살님이 화두를 잊어버렸다 이 말이야.
그 뜨거운 기운이나 별별 희한한 게 나타나도 그건 경계라. 그건 옳은게 아니라.
그래서 나는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일체가 아니니, 그럼 나는 뭐냐? 몰라서 무엇인가 알 수 없어서 알아보려고 깊이 의심해서 자꾸자꾸 깊이 파고 들어갈 뿐이지, 그 외에 나타나는 거는 어떤 것도 인정을 하고 긍정하고 따라가면 안 되네. 알겠어요?
[대중] 알겠습니다.
[스님] 알겠지? 이제 다시 열심히 공부해요. 너무 늦었지만 여기 잘왔어. 이제 제대로 공부를 해 봐요. 허망한 그런 데 빠져가지고 있었네.
[대중] 저는 그때 온몸으로 달아올라진 게 화두가 끝났는 줄 알았어요.
[스님] 아니 본인이 몰랐어. 그거는 나타난 경계에 떨어진 거라고 내가 설명했잖아. 그런 경계에 떨어지면 안 되고, 본인이 다시 화두를 잡들여 나가야 돼. 알겠어요? 인공위성이 올라가다 떨어져버렸어. 보살님은 그 경계에 떨어져 버렸다니까.
[대중] 스님, 경계에 떨어졌어도 열심히는 한 거죠?
[스님] 그건 떨어졌으니까 지금 안 돼. 다시 열심히 해야 돼. 소용없어. 아무것도 아니라 그건. 그런 건 여기 있는 분들은 초장에 다 느껴 본 분들이라. 그런 건 아니거든.
보살님은 여기 참 잘 왔다.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안 돼요. 아무 소용 없는 거라 그런 건. 이제 열심히 해야 돼요. 소용없는 거 다 싹 놓고 버리고 무엇인가 다시 연구해요. 보살님은 뭔가를 몰랐어. 기운 그건 나가 아니라.
세상에 희한한 일이 많은 거야.
화두를 제대로 지도를 못하면서 다했다 하고 화두 할 필요없다 하면서 또 앞에 보기는 뭘 봐. 기가 찬다.
('24.6.16 학산 대원 대종사 일요 소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