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버스업체의 임금체불, 서울시의 준공영제 정책 실패다
- 서울매일버스의 임금체불,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서울시 준공영제의 현실을 보여줘
- 공공교통네트워크 “준공영제 정책 실패 인정하고, 버스업체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해야”
서울시는 버스준공영제를 통해서 제공하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인건비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또한 서울시의 의견에 동조하는 교통분야 전문가들은 버스준공영제를 둘러싼 문제는 부분적일 뿐이라며 해당 제도가 버스사업의 투명성을 보장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공공서비스의 도덕성이 있을 것이라 가정하는 무리한 가정에 의한 것이다. 민간사업자는 회사의 유지를 위해서는 목적성 공공보조금을 유용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준공영제의 제도적 안정성은 사업주의 자발적인 동기보다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정책관리와 보조금의 통제에 달려있다. 이번 서울매일버스의 임금 체불 문제는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가 20년이 넘는 동안 불안정한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사실상 준공영제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21년까지 ‘안양교통’으로 불렸다가 기존 사업주의 고령화와 경영악화가 겹쳐 대전시 법인 택시 ‘매일상운’이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양도 전에도 ‘매일상운’은 경영악화를 겪어 왔다. 일각에선 택시 회사가 인수한 탓에 전문성 결여가 핵심 아니겠냐는 시선이 있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것은 준공영제의 버스가 현재 보조금 구조하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업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경영 요인이 버스준공영제 버스사업에도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행 버스준공영제의 민간사업자들이 명확하게 분리회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아가 임금체불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영 능력 부족을 넘어 종사자에게 정당하게 돌아가야 할 비용을 목적에 맞지 않게 유용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여기에 소속 노선 중 안양시 본사(5625‧5626‧5713번) 노선과 고양시(703‧9711번) 출발 노선이 있는데, 고양시 노선은 법인 변경과 함께 유‧무형 자산을 양도받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에 줘야 할 차량 양도대금 22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이미 폐차했어야 할 버스들이 가압류 상태로 머물러있다. 서울시 지원금이 양도대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면 오히려 서울시 버스준공영제가 부실업체의 버스사업을 부추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준공영제하에서 눈먼 돈처럼 제공된 보조금이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경영부실을 보완하는 급전처럼 취급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준공영제를 통해서는 버스업체들이 어떻게 보조금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현행 조례에 의해 독립적 회계검사를 하고 있음에도 이런 사태가 걸러지지 못했다는 것은 기존 준공영제의 투명성 방안이 민간 버스업체의 눈속임도 골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 64개 업체별로 지급되는 재정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에도 서울시가 준공영제는 충분히 업체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역설적으로 서울시가 버스업체의 보조금 유용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이 되고 만다. 이렇게 서울시가 업체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동안 서울매일버스의 노동자들은 무려 3년 전부터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못 받는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014년 당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이었던 윤준병 의원이 집필한 ‘서울을 바꾼 교통정책 이야기’ 책에선 ‘재정지원으로 경영이 열악한 업체도 운영이 가능하기에 버스 업계가 자발적으로 대형화 등의 노력을 기울일 동력이 상실돼 버렸다.’라는 점을 정책담당자로서 자성했다. 실제로도 서울시 업체 중 3개 업체가 부도 위험으로 타 업체가 인수하여 위기를 모면했다고 했을 때 결과적으로 ‘서울매일버스’ 역시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현행 준공영제는 경영적자를 보전하는 변형된 민영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부실한 업체가 보조금에 의존해 꾸역꾸역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퇴출시키고 그 빈자리를 서울시가 직접 서울교통공사 직영의 버스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버스준공영제하에서는 추가되는 재원은 매우 미미하다.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버스운영의 책임을 서울시가 지기보다는 민간업체의 핑계로 돌리고 싶다는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불과하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일에 대해 버스 노동조합과 함께 면밀히 살펴보고 공익감사 청구 등의 방법으로 서울시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끝)
2025년 4월 9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