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칼럼]
셔틀버스와 마을버스, 공존과 경쟁사이
김훈배 /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마을버스는 기타 공공교통 수단과 달리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대표적으로 시내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골목길, 고지대 지역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연계하기에 이동권을 보장하는 최우선 수단이자 넓게 해석하면 생존과도 직결된다. 일반인은 마을버스가 없어도 충분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들은 마을버스가 없으면 단거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어렵다. 하물며 퍼스널 모빌리티(P.M)에 해당하는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은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나 수월할 뿐 완전히 보조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마을버스의 가치는 어떤 수단보다 특별하다. 문제는 소외 지역을 담당하는 교통수단이 아직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확실한 건 지난 4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COVID-19) 상황은 우리나라 대중교통 체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감염 우려로 다수가 자가용을 선택했기 때문인데, 준공영제 시내버스나 지하철은 인원과 운송수입 감소에서 그쳤지만 마을버스만 유일하게 민영제로 남아있고, 오로지 운송수입으로 유지해야 하기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불가피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하거나 동의하며, 서울시도 인지하여 2015년 이 후 8년 동안 동결된 마을버스 운임을 300원 인상하여 기존 900원에서 1,200원으로 조정해줬다. 업계의 요청대로 조정했으니 사업자들이 해야 할 일은 코로나 기간에 감차한 노선들에 대한 복구 및 운행대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행보는 정 반대였다. 한 술 더 떠서 전에는 요금을 안 올려줘서 그랬다면, 이제는 인력난이 심화되어 정상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전체 노선 공통으로 코로나 초반보다 일상으로 회복한 후에 이용하기 더욱 힘들어지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사업자 조합의 반성과 성찰없이 사회적 책임으로만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여 일부 자치구에선 공공시설 셔틀버스 확대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데, 이미 자치구 차원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셔틀버스가 존재했다. 여기에 더하여 자치구 셔틀버스는 주로 문화시설이나 공공시설을 연계할 수 있는 기능을 포괄하는데, 기존의 마을버스가 좀처럼 정상화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소외지역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대체 수단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마을버스 공영화 시작점에서 일종의 전환모델의 형태를 띄고 있다. 즉, '공존'과 '경쟁' 사이에서 시민들은 어느 교통 수단을 선택할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성동구 '공공시설 셔틀버스' 실험 성공, 용산구와 마포구의 차이는?
작년 10월. 성동구는 공공, 문화시설을 연계하는 공공시설 셔틀버스. 일명 '성공버스'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미 비슷한 체계를 도입한 인근 용산구보단 한참 늦은 2024년에 도입했다. 다만 성동구는 기존 마을버스 체계와의 노선 중복도를 최대한 낮추고 업체와도 긴밀하게 협의하여 노선을 준비했는데, 이미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지나지 않거나 한 번 이상 갈아타야지만 이동할 수 있는 지역만을 선정했다. 비록 월요일~금요일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운행하고 주말에는 운행하지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신설 후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함은 물론, 셔틀버스 노선 확대를 요구하는 요청이 빗발쳤다.
여기에 구민을 포함한 전 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승차문 앞에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하여 대당 승객 수가 몇 명인지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갖췄다. 그 결과 다가오는 05월 01일부로 노선이 부족하여 불편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사근동, 용답동 지역과 송정동, 성수동 일대를 연결하는 성공버스 두 개 노선이 추가된다. 성동구 공공시설 셔틀버스 실험의 성공으로 노원구에서도 올 7월경 마찬가지로 공공시설 셔틀버스 운행을 확정지었다. 결과적으로 성동구 사례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순 구민들의 공적 업무와 문화시설 이용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행 마을버스 체계의 고질적 문제점과 노선조차 없는 빈틈을 파고들어 효율성까지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에 가능했다.
반면, 용산구와 마포구는 기능이 애매하다. 먼저 용산구는 용산구청을 기점으로 6개 노선이 편도 순환 방식으로 운행하며 노선별 1대만 배치되기에 운행횟수는 많지 않아도 전체 노선이 마을버스와 상당수 겹친다. 참고로 용산구는 마을버스 노선이 4개 밖에 없는데, 문화시설 셔틀버스는 2개 노선이 더 많아 사실상 기존 체계와 경쟁하는 성격을 가졌다. 문제는 문화시설 셔틀버스라도 쉽게 이동하기 어려운 소외지역도 거쳐가야 함에도 정류장만 분리되었을 뿐 그저 기존에 운행하는 노선을 보조하는 것에 불과하여 특수성을 찾기도 어렵다.
마포구의 경우 주요 관광명소를 순환하는 '마포순환열차버스' 사업을 시작했는데,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시범운행을 거쳐 5월부터 정식 운행에 돌입한다. 취지는 앞서 언급했지만, 버스로 관광명소를 이동하여 방문 편의와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이용요금은 성인기준 5,500원이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승차권을 한 번 구매하면 하루 종일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해당 사업이 진행된 후 긍정보단 부정적 의견이 더 많다는 것인데, 애초 관광지 주변에는 차량들로 혼잡하여 보행자가 걷기 어려운데 비싼 건 둘째치고 없던 버스까지 추가하여 안전에 매우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차라리 기존 마을버스 노선의 증차를 하거나, 신규 노선을 계획하는데 예산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굳이 구민의 혈세를 들여 비효율적인 관광형 셔틀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었는지 말이다.
-언론은 왜 마을버스 위기에 집중하며, 셔틀버스 탓만 늘어놓는가.
최근 모 지역 언론사에서 '공공시설 셔틀버스, 명과 암'이란 제목의 심층보도를 진행했다. 무려 4편에 이르는 기획 보도였는데, 내용의 구성은 자치구별 공공시설 셔틀버스의 장단점을 소개함과 동시에 주민 반응, 셔틀버스 운행 확대에 따른 마을버스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당연히 지역 언론으로서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알리는 건 매우 중요하며, 보도 자체를 부정하려는 전제가 아니다. 다만, 여러 마을버스 주제 중에서도 왜 하필 '업계의 위기'에만 주목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마치 셔틀버스 확대가 마을버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논조로 말이다.
무엇보다 해당 보도에서 간과한 점은 마을버스 조합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어 서울시에 300원 요금 인상을 요청했고 인상되면 감차 철회와 정상화를 사업자 조합이 먼저 공언했다는 점. 재정지원금을 지급했음에도 인력난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행을 정당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공공시설 셔틀버스를 주민 동의없이 늘린 것 마냥 표현함은 물론, 전혀 관계 없는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까지 비교 선상에 올렸는데 애초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는 공공시설 셔틀버스를 논의하기 오래 전부터 도입했기에 그 성격 자체가 틀리다. 어차피 운행 시간도 제한적이라 평일에 몇 시간 운행한다고 하여 노선별 수요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것 역시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한 마디로 개별 노선에 따지는 적자의 진실 유무는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을 정도로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현행 여객자동차법 제81조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수목적(아파트 입주민, 공공시설 방문 등)을 위해 운행하는 차량에 대해선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20년 전에 결정되었다.
게다가 현재 운행하는 자치구 장애인‧노약자 셔틀버스의 전체 대수는 약 28대 수준에 그치는 실정인데, 이 말인즉슨 자치구 한 곳당 평균 1~2대 사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역 사정에 따라 평일에만 운행하고 주말에는 운휴. 혹은 자치구 직영과 민간 복지시설이 위탁하는 구조로 나뉘는 등 운영체계 역시 제각각이며, 하루에 운행하는 횟수가 적거나 운행을 시작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존재 자체를 몰라 타고 싶어도 타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런데도 이런 셔틀버스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현행 공공교통 시스템이 아직 교통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며, 주로 노선버스가 한 번에 연결되지 않는 지역을 특수적으로 운행하는 성격을 띠기에 당사자들로선 몇 대 없더라도 존체 자체가 소중하다.
더불어 특별교통수단 역시 장애등급 및 유형에 따라 바우처 택시 이용이 제한적인 것과 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긴 대기시간, 마을버스 노선 중 여전히 저상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할 때 자치구 차원에서 운행하는 교통약자 셔틀버스는 주로 저상버스인 만큼 최우선 교통약자에 속하는 휠체어, 지체장애인은 더욱 수월하다. 비록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이동해야 하는 단점이 있더라도 우리나라 이동권 보장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 이상 교통약자 셔틀버스가 마을버스의 생존을 저해한다는 주장보다 더욱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현 운영시스템 전반을 통합하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셔틀버스와 마을버스의 현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마을버스의 위기는 결국 '사업자 조합'이 자초한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교통네트워크에선 마을버스의 위기는 사업자 조합이 ‘자초’했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시했으며, 지난 심층보도 역시 마찬가지로 공공시설 셔틀버스의 확대가 일부 마을버스에 타격을 끼칠 수 있다 한들 업계 위기와 생존 문제까지 초래했다는 지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4년간 이어진 코로나 상황을 통하여 마을버스 사업자 조합 측의 내부적 반성은커녕 적자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전가하는 추태를 보이기에만 급급하다. 이로 인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요금을 900원에서 1,200원으로 300원 인상했음에도 어렵다는 논리는 가히 '어불성설'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는 작년 2024년 기준 전체 140개 업체 중 105개 업체로 455억의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그런데도 차가 안 다녀 이용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언론을 통해 제기되었다. 이런 원인이 생긴 배경에는 서울시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의 실수가 있었는데, 실 운행 대수에 따라 지급해야 하나 초반에는 차고지에 방치하는 전체 면허까지 산정해서 지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즉, 정직하게 운행하는 업체는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적자에 허덕이는 반면, 반대로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차량을 세운 업체는 오히려 이득을 보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다. 결국 시민들이 마을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사업자 조합이 스스로 외면하게끔 행동하는 이상 재정지원은 절대 답이 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그러는 사이 대체할 수 있는 개인형 이동장치인 공유 자전거, 킥보드의 확충으로 언덕길 혹은 고지대가 아닌 이상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시점에서 버젓이 지역 소식을 객관적으로 다뤄야 할 언론 매체에서 공공시설 셔틀버스의 확대로 생존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해 개탄 할 수밖에 없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당장 마을버스 사업자 조합이 할 일은 노선 유지의 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만 회피할 것이 아니라,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데 자구책을 마련하고 조속한 정상화로 외면한 시민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해야 할 임무이자 과제이다.
자치구 공공시설 셔틀버스 확대 사업. 상황에 따라선 편한 수단으로 자리잡거나, 혹은 예산 낭비 사업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 시선을 안고 있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마을버스 업계의 반성과 정상화 의지 없이 사회적 책임으로 돌리는 행태가 반복되는 이상 공공시설 셔틀버스 사업의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하여 마을버스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다양한 운영체계 확립과 이용하는 시민들이 직접 의견 개진에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기존 업계의 뿌리 깊은 관행을 벗어나는 노력만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셔틀버스와 마을버스는 '경쟁'이 아닌 모두의 이동과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공존'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인 노력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