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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에 있는 수니남편 입니다.
오는 2월 4일은 어느 덧 봄의 문턱에 접어 든다는 입춘(立春)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모두 올 한해 입춘대길(立春大吉)하시길 빕니다.
더불어 조금은 늦었지만...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드릴 말씀은 북한에서 제게 온 편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학교 기숙사 우체통에 올해 2012년도부터 해외거주민에도 부재자투표가 가능한지라....
예전에 한국 선관위에서 편지가 오는 경우 빼고는 이용한 적이 거의 없어서 신경도 안 쓰고 살았는데....
룸메이트가 대신 받아둔 6개월이 훌쩍 지난 편지를 이제서야 겨우 받았습니다.
아....
우선 분명히 밝혀드릴 것은요.
저는 국방의 의무를 이미 다한 대한민국 국민이구요.
무슨 간첩 같은거 아닙니다!!
^^;;
먼저 북한에서 제게 온 엽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왼쪽 위에 평양 PYONGYANG 이라는 영문이 보이시나요?
왼쪽 아래 부분은 김일성종합대학수영장 이라고 씌여 있습니다.
서양친구들이 한글로 안녕하십니까? 라고 쓰고
평양! - 馬대니 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제게 보내줬는데...
사실은 정확히 얼굴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
엽서의 앞 면은...
김일성 종합대학의 수영장 사진이 있습니다.
엽서 사진으로는 쫌 의외죠?
이제....
이 엽서에 얽힌 제 이야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사실 이 엽서....
제가 받은 평양에서 날아온 두 번째로 받아본 편지입니다.
첫 번째는 북경대학교에 다니는 제 중국친구가 김일성종합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니는 중간에 한번 보내준 거였는데...
다른 북경대 친구들한테 보낸 편지에 살짝 묻혀서 온거라 진정한 의미의 편지는 아닐 것입니다.
이 것이 두 번째인데요.
아래 학생 가운데 한 명이 보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여름에....
전 세계의 아시아학을 연구하는 학생들....
물론 아시아에 관심있는 학생 및 한국학을 하는 학생들이 미국 외무성과 북한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을 모두 방문하는 일정이었답니다.
여러 학생들과 부족한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서양에서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부족하지만 조금씩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비록 그 것이 우리 한국 사람들이 자랑하기 좋아하는 한류가수나 음악으로 뭉친 사람들이 아니라...
조금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성향을 가진 젊은 학생 집단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핵위기나 중국의 굴기라는 전세계적인 주제를 가진 것이요.
북한의 <주체>라는 용어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그리고 북한 체제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작은 한반도에 서양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이 우선 신기하기도 했지만....
참가자들 하나 하나의 여러 배경을 알게 되니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대학졸업후 세계 배낭여행을 하다가 한국에서 부산 출신의 한국인 부인을 만나
한국에 인연을 만들어 지금은 부부가 함께 영국에서 동양학을 공부하는 영국인 친구....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영국 제국주의 시대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독교 선교사로 있었고
할아버님은 당시 영국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고
학생 본인은 예전에 북경사범대학교에 유학해서 중국어가 유창했던 영국인 친구...
중국 사천성 출신으로 문화혁명시기 하방(노동개조) 했었던 경험이 있는 중국인이....
지금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데 그 교수에게 동아시아에 대해 배우고 있는 미국인 친구...
한국인을 만나서 결혼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롭게 배우고 있는 백인 여자....
그리고....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할머니랑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워서 다행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재미동포 2세대 대학 신입생....
어릴 적부터 일본만화에 빠져 일본에 유학도 했고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나서 이제 중국어까지 배우려는 미국인....
부모님이 멕시코 사람인데 미국의 코리안 타운에서 한국인 친구와 함께 만나게 되어
한국어를 배우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는 미국인...
등등 평소에는 별로 기회가 없지만 이렇듯이 수 많은 배경을 가지고 있는 서양인들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인연을 그냥 놓치기 아쉬워서...
저 개인적으로 북경대 볼펜과 기념품을 하나씩 선물로 주고 다시 만나서 저녁식사도 하고 북한으로 가는 날 공항가는 버스에 배웅까지 해주었습니다.
한국과 북한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고맙기도 했지만...
서양인의 나이 먹은 기존의 세대처럼 왜곡된 서양의 시각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배우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것을 보며....
그전 일본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기초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정치 경제적으로 동아시아의 부상과 더불어
한국의 많은 발전이 그들을 시각과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위 사진의 멕시코계 미국인 친구....
다른 일행들과는 다르게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서 양꼬치도 먹고 했던 친구입니다.
바로 중국 북경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그 날이 자기의 20번째 생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북한 식당에 갔습니다.
북한에 가면 먹게 되겠지만 북경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있는 북한식당에 가서 미리 평양냉면을 사주었죠.
북한식당은 여러 무대 공연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만...
특별한 생일을 맞는 손님들에게는 노래를 불러주는 서비스도 있답니다.
우리 남쪽에세는 <생일 축하 합니다~~>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생일 축하해요~> 라는 가사로 부르더군요.
단순히 생일 축하 노래만 불러주고 갈까봐...
이 서양 친구들이 당신들 고향인 평양에 내일 들어 가게 될 거라고 하니까...
아주 특별한 노래를 해주었습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가수 비틀즈의 노래 가운데 유명한 노래인 Let it be 라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영어 발음이 아주 끝내 주었습니다.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Mother Mary comes to me
어머니께서 다가와
Speaking words of wisdom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Let it be
순리에 맡기거라.
(이하 생략)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아쉽게 당시 영상이나 이미지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만...
한 때 미국의 편에서 함께 또 하나의 제국주의 국가인 영국의 노래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의 한 여자 복무원이 완벽한 영어 발음으로 노래를 하는 것을 보고...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랬습니다.
저는 남 몰래 감정에 복받쳐서 울음을 참지 못했는데 그 서양 친구들이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껏 10년전부터 평양식당을 여러 번 가봤지만...
밤 12시가 넘어 생일축하 노래를 해주고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는 영국 가수의 노래를 듣게 되어 저도 모르게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식당에 갔던 영국에서 왔다는 친구 가운데 하나는....
아직도 냉전시기 사고방식으로 악의 축으로 묘사되어 모든 북한 사람들이 악마로 알고 있었는데.....
자기들 영국노래를 유창하게 부르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모습을 많이 보아왔는지 그 여자 복무원이 너무 태연한 것이 인상적이 었습니다.
서로의 오해와 편견....
그 것이 서로 무너지는 것을 장면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어 한 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였던 대영제국의 대학생과...
미제국주의자(?) 대학생들이 한반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북한을 하나 하나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씩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예전에 북경대 역사학과에 방문학자로 오신 한국의 어느 근현대사 교수님과 함께...
중국 천진의 기차역 근처 예전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조계지를 방문했었습니다.
구한말 조선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신문화 운동의 대부였던 양계초의 옛 집과....
지금은 고급식당으로 변해버린 원세개의 옛집을 보고 당시 서양 조계지의 건축물을 보았습니다.
두꺼비를 잡아 먹은 뱀은 두꺼비의 독에 의하여 죽게 되고....
잡아 먹힌 두꺼비는 뱀의 몸속에 자기의 알을 낳아서 새로운 두꺼비가 나오게 된다고 합니다.
비록 서양의 침략을 받은 동양이지만 이제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서
그 서양을 극복하고 이제는 동등한 수준까지 발전해나가는 역사의 순간에 현재 저희가 있다고 봅니다.
서양친구들이 한글로 안녕하십니까?
평양! - 馬대니 라는 한글과 한자 글을 쓰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 서양친구들이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서양의 오만과 편견으로 바라보는 동양의 모습을 개선하고...
앞으로 진정으로 동서양이 화해와 협력의 발판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친구들 가운데서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배우지 못했었던 아시아.....
특히 북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울수 있어 만남이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젊은 학자들에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 개인돈으로 북경대 선물도 주고 신경도 써주고 했는데...
나중에는 결국 메일은 한 사람한테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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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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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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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그 친구들이....
북한 평양으로 가는 날 아침에...
배웅을 하면서 한편으로 제 가슴이 아팠습니다.
머리 색 노랗고 피부색 희고 검은 서양 사람들도...
저렇게 태평양을 넘어 들어 저기 북한 땅까지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하고 말입니다.
2012년 올 한해...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이 치루어 지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대만의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등을 거쳐 12월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까지 다사 다난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2012년 2월 현재...
4월에 있을 또다른 선거를 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느 누구도 남북관계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엄동설한의 끝에 봄은 마침내 찾아 올 것이고....
길고 긴 어두움도 결국은 끝장이 올 것입니다.
남측 군사분계선에서 3 8km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동해북부선 통전터널..
어둠을 뚫고 빛이 비추네요.
우리 언젠가 말로만....
꿈으로만...
그림으로만 보는 것들이 진정으로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부디...
다가오는 이번 새로운 꽃피는 봄이 오게 되면은...
우리 한반도에도 이제 진정한 평화가 깃들길 빌어 봅니다.
붙임말 :
요즘 세상에 북한에서 <보내> 온 것이 아닌...
아니 북한에서 <날아> 온 엽서 한 장을 받았을 적에....
이러한 것이 국가보안법에 저촉이 되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걱정까지 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됩니다.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