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21대 대선 교통공약 평가]
교통문제의 사소함에 대해 질문한다:
‘왜 이것은 공약도 안 되는가’
- 평범한 사람들의 이동에 무관심한 후보들… 승용차 이용자의 시각 보여줘
-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경험하길”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광장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조기대선으로 수렴된다. 후보 등록을 마치고 이들의 공약이 공개되었다. 이제 시민들은 주권자로서 선택의 시간을 맞이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각 후보들의 공약 중 교통공약을 살펴본 결과를 논평하여, 현재의 후보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좌우하는 교통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과 동시에 남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무엇을 보완해야 할 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후보자 중 교통공약을 10대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밖에 없다. 본인이 경기도지사 시기에 제안한 GTX를 전국 5개 광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지역의 광역교통망 체계에 대한 관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미 국가철도망계획에 의해 제안된 광역철도의 집행률이 30%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해당 사업의 민자사업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계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와 같은 부분이 빠졌다. 한마디로 껍데기 공약이다.
둘째, 핵심공약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 ‘경제, 복지’ 분야로 청년, 국민, 어르신 패스 3종 도입으로 교통비를 절감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현행 K-패스의 모델이 된 알뜰교통카드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30% 할인 정기권 도입 공약보다 후퇴한 것이다. 구체적인 도입방법도 없지만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대상별 교통비 할인 정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이를 한다는 건 숟가락 올리기에 다름없다. 오히려 필요한 건 k-패스를 좀 더 정기권 답게 만드는 것이다. 할인률을 높이고 시외버스 등 포괄 대상을 확대하며 청소년 등 목적이동이 많은 대상에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통일 주제의 공약에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제시했다. 사실상 한반도에 고립된 상황에서 해상물류에 의존하는 조건을 고려하면 대륙철도를 통해 안정적인 육상물류를 확보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교통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있던 버스터미널이 사라지고 다니던 버스가 멈춘다.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궁화철도는 주는 반면 도로는 넓어진다. 인구는 주는데 등록된 승용차 수는 늘고 있다는 건 공공교통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광장 후보를 자임하는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생활교통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쉽다.
현재 교통문제의 가장 중요한 축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지역간 교통인프라의 격차다. 현재 K-패스 이용자의 80%가 수도권이라는 것은, 그 외 지역에선 K-패스를 사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대중교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한국의 절반 정도 국민들이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일차적인 당면 과제다. 둘째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수송 분야는 2번째에서 3번째에 해당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별다른 산업시설이 없는 지방정부는 수송 분야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원인 곳도 있다. 이 중 97%가 육상교통에서 발생하고 대부분은 승용차 이용에서 나온다. 즉 현행 육상교통량을 어떻게 줄이는가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런 지역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교통정책은, 영국과 같이 국가가 최종서비스의 책임자로서 의무를 다하도록 할 필요가 있고 독일처럼 독일티켓이라는 정액 정기권 도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비용은 발생하나 적자는 없다’는 공공교통 비용의 정부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교통기관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방교통공사 적자의 원인이 아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원가 이하의 요금을 내는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라는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수많은 선거 기간 동안 정책제안을 하고 공약안을 제시해왔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교통문제를 고민하는 지역시민사회와 시민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교통 문제의 가장 근간에는 ‘경험’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승용차의 시선이 익숙한 사람은 절대로 공공교통 문제를 자기 문제로 여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에게 권하고 싶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단 하루 만이라도 버스와 지하철로 다녀보시라. 특히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에서 그렇게 이동을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현재 공개된 공약이 전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선거기간 동안 각 후보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교통 문제를 고민해주길 기대하다. (끝)
2025년 5월 13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