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한창호의 무실목의 꿈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우리나라의 바다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각기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아름다움도 각양각색이다. 대양을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수심이 깊고 물이 차가운 반면, 맑고 깨끗한 파란 바닷물과 시야가 확 트이는 수평선과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명소가 많으며,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바다는, 바다의 비타민이라고 할 수 있는 드넓은 갯벌과 석양의 아름다운 장관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반면에 남해바다는 수많은 섬과 섬 사이로 펼쳐져 있는 양식어장과 남해만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섬과 섬을 잇는 연륙교가 바다의 풍광과 어우러져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그중에서도 한려수도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항구도시 여수는 여수대교를 비롯하여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곳이다. 이러한 여수에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적한 곳에 무실목 해변이 있다.
어느 해 5월 남도 여수의 무실목(무슬목) 해변에 동이 틀 무렵 무실목 사진가로 알려진 한창호 작가를 만났다. 한창호 작가는 여수에서 사진작품활동을 하는 사진가로서 한국사진작가협회 여수 지부장을 지낸바 있으며, 한국사진대전 초대작가이자 여수의 무실목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가로 무실목을 여수의 명소로 만드신 분이다.
사진을 통하여 본 한창호 작가의 무실목은, 사진술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바로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정작 그곳을 찾았을 때는, 현장에서는 사진속의 그 환상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13 여 년간을 거의 매일새벽 무실목에서 생활하다시피하며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자연의 변화와, 파도에 밀려오는 물결의 형태와, 물안개와 몽돌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의 변화를 수백 수천 컷의 필름에 담아온 한창호 작가만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창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속에서 군을 이루며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돌멩이의 모습이나, 물안개 자욱한 바다의 수면위로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미는 무실목 몽돌에는 바다의 교향시 같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이들 몽돌 해변은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갈 때마다 짜르륵 짜르륵 소리를 내며 돌과 돌이 부딪치면서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해 간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파도와 싸우며 부딪치고 뒹굴며 만들어진 결과가 아름답고 빛나는 해변의 몽돌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몽돌의 모습도 한창호 선생의 무실목 사진속의 몽돌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것은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대상에 혼을 불어넣는 혼신의 노력의 결과가 만들어낸 창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주어진 환경을 자기화 시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과 주변 환경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지니고 있으며, 주변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는 치밀한 계획과 순간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예리한 사진적 시각과,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성실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