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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버스 통상임금 갈등, 바보야 문제는 ‘준공영제’야
서울시-버스사업자-버스노동조합의 무책임에 대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속 버스노동조합(이후, 자노련 버스노조)의 파업 선언 이후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사업자조합(이하, 버스사업자) 그리고 자노련 버스노조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각자가 이용자인 시민을 언급하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책임공방을 반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요금으로, 세금으로 버스운영 비용을 전담하고 있는 시민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현재의 서울시-버스사업자-자노련 버스노조 간의 갈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버스사업자와 자노련 버스노조가 버스 현장에서 벌이고 있는 공방전(관련 게시물은 하단에 첨부)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 버스사업자가 밝힌 내용은 작년 대법원의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것이 임금의 실질적인 삭감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아 조합원에서 제명되면 당연해고’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흘리며 자노련 버스노조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간다. 이에 대한 버스노조의 입장은 사측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통상임금의 포기’로 간주하면서 어차피 늘어나는 부담은 ‘서울시가 미지급 임금 채무를 지는 방식으로’ 해결된다는 주장을 한다. 즉 사업자는 통상임금 쟁점을 기존 임금체계를 개편할 명목으로 생각하고 있고 자노련 버스노조는 서울시를 통해서 재정지원금을 더 받을 명목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통상임금 쟁점은 단순히 임금체계가 복잡해졌다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대법원 판결 전까지 버스사업자들은 기존 통상임금 체계를 악용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을 통해 비상식적인 운영방식을 지속해왔다. 즉 기본금 인상 압력을 상여금 인상 방식으로 회피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1일 근로시간 산정 방식이 아니라 월 근로시간을 노동일로 평균하여 1일 근로시간을 따져 추가근로수당을 지급해온 ‘월 상계’ 방식을 노사의 합의로 운영해왔다. 사회적으로 합의한 법정 노동시간의 제한을 노사가 임의적인 협약 방식으로 회피하면서 상여금을 통한 이익의 공유라는 담합을 한 것이다. 현재의 쟁점은 결국 버스 노사가 담합해온 변칙적인 임금체계가 파국에 이른 것에 불과하다.
셋째, 핵심은 준공영제다. 버스사업장은 오래 전부터 전근대적인 노사문화로 악명이 높았다. 국토교통부의 자료(하단에 별도로 첨부)에 따르면 매년 버스면허를 취득하는 사람은 연간 3만명 수준에 달한다. 서울지역은 그 중 10%에 달하는 3천 명 수준이다. 그런데도 인력난을 겪는 것은 바로 사실상 유니온 샵으로 운영되는 버스사업장의 노동조건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자연적으로 쇠퇴했어야 하는 현행 버스산업이 구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가 2004년부터 도입한 준공영제 덕분이다. 현행 버스준공영제는 1대당 운영단가를 측정하고 이에 맞춰 운영비용을 포괄적으로 보조하는 제도다. 즉 노사가 비용을 담합할 수 있으면 실 사용금액을 높여 정산비용을 늘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시는 회계법인 등을 통해서 이를 검증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운영하는 노선 하나도 없는 서울시가 현장의 비용 담합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겠는가.
넷째, 그런 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마치 중립적인 중재자 인양 지난 19일 약식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는 노사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사쪽의 제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임금체계 개편이 되지 않으면 현행 보조금 지급 규모의 변경이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보듯이 사측이나 노측의 갈등은 자체 이익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로 부터 지원받은 공공재정을 둘러싸고 다투는 것이다. 즉 서울시는 버스 사업의 물주인 셈이다. 그런데도 뒷짐지고 앉아서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책임을 다하는 건가.
이상의 평가를 바탕으로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즉흥적이고 대증적인 방식이 아니라 좀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고 그 방법 역시 있다는 점을 제안한다. 그것은 ‘버스 준공영제’라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도’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다. 이를 통해서 준공영제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운영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현행 서울시의 준공영제와 같이 노선권 등을 민간사업자가 소유하면서도 사업비용을 보조받는 제도는 전 세계에 유사 사례가 없는 특권적인 제도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민간사업자의 사업권을 보호하려면, 정산 항목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테면 인건비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고유한 사업비용에 해당된다. 민영 방식으로 운영하기 힘든 사업자는 사업을 정리하도록 유도하되 해당 노선을 서울시가 활용하여 공공 운영방식으로 전환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버스운영체계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과 같이 노사가 서울시 재정지원금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상황이 생길 수가 없다.
특히 이번 과정에서 이용자이자 납세자인 시민들이 배제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서울시는 재작년 요금인상 시기에 서울시민들이 서명을 통해 요청한 시민공청회를 거부한 바 있다. 지금은 서울시민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서울시의 행정관료들은 교통정책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서울시 교통관료들의 좁은 합리성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문제해결도 못할 정도로 무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다시 노선 개편 등을 한다니 이를 긍정적으로 볼 리 만무하다. ‘노선 감축을 통해 집단해고를 하려고 한다’는 자노련 버스노조의 입장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의 시민참여 거버넌스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서면결의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버스정책시민위원회는 실패한 거버넌스이고 실질적으로는 서울시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전락한 해로운 거버넌스가 되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서울시와 버스사업자 그리고 자노련 버스노조에 묻고 싶다. 당신들은 지난 계엄 이후 배운 것이 뭐가 있는가. 광장을 통해서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부패한 권력을 몰아냈던 사실, 그리고 그 힘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지지로 이어진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서울시민들의 요금과 세금을 두고 벌어지는 ‘그들끼리의 궁정전투’에 가깝다. 누가 이용자인 시민을 초대할 것인가,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것이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번째 단추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는 준공영제라는 엉망진창 제도를 만든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라. 당신들은 중립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다.
버스사업자들은 준공영제를 통해서 축적한 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공공재정을 통해서 형성된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의 문제는 사적 기업의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노련 버스노조는 월 상계 제도를 비롯하여 현행 수당 우위의 임금체계에 담합해온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사업주의 부담을 서울시가 부담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언동에 시민들 앞에 사과하라. 나아가 ‘전별금’이나 ‘채용과정에서의 노동조합 개입’ 등 전근대적인 노동문화를 개선할 의지를 밝혀라.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현 문제가 미봉책으로 마무리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거친 파도는 당장 힘들지만 바닥의 깔린 오니를 걷어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20년 넘게 유지되어온 버스준공영제라는 잘못된 제도의 담합구조가 깨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2025년 5월 21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