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이태열의 “인도의 香”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인도! 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교문화의 성지이자, 석가모니의 탄생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인도는 철학자 간디(mahatma gandhi,1869-1949)의 고향이기도 하고, 17세기 인도문화의 전성기를 이룬 무굴제국당시 건축가이자 황제였던 샤자한에 의해 22년간에 걸쳐 축조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타지마할이 있는 나라이다. 매년 9~10월의 라마단 기간이 되면, 갠지스강변에서 성수로 몸을 씻는 흰두인들의 종교적 행위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성지로 몰려드는 수백, 수천만 흰두교도들의 종교적 의식은 세계적 종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대표적인 행사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인도를 불교의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인도에 가보면, 불교 사찰이나 불상하나 구경하기 힘든 곳이 또한 인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는 전체인구의 70~80%가 힌두교를 믿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문화의 흔적을 찾아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적잖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힌두교는 인도 전역에 널리 퍼저있어서 어디를 가나 힌두교와 관련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 숭배하고 있어서 한적한 교외로 나가면, 차로를 가로막고 거리를 활보하는 소들의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다.
차로를 가로질러 소떼들이 어슬렁거리며 길을 건너도 이를 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소의 행렬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느긋하게 자동차를 멈춰서는 광경을 보는 것은, 인도에서는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간혹 길거리 모퉁이에서 소에게 줄 먹이풀을 판매하는 아낙들이 소들의 행렬을 지연시켜도, 소 먹이풀을 사다가 소에게 먹이는 그들의 행위를 오히려 자비로운 시선으로 지켜본다. 이렇듯 인도는 힌두사상이 온 천지에 널려있는 나라이다.
현세보다도 내세의 삶을 중시여기는 인도인들의 삶의 표정 속에서, 그들의 삶의 철학을 찾기 위해, 카메라의 포커스를 그들의 시선에 맞추고 “인도의 향(香)”이란 주제의 사진전을 펼치는 이태열 작가는 과연 그들의 표정 속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아마도 삶은 반드시 물질적인 풍요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라 짐작 해본다. 그래서 그는 “인도의 향(香)"이라는 사진전을 통하여, 일이 힘들거나 지칠 때도, 먹을 것이 부족하여 배가고파도, 가게에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되어도, 서둘거나 조급해 하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기다리며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는 인도인들의 표정 속에서 참인간의 향기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반해, 인도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게 된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살면서도, 마음속의 평화를 쉽게 찾지못하는 우리들의 삶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대다수의 인도인들의 삶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사진가 이태열이 관조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진의 초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비록 헐벗고 굶주린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인생을 섭렵한 듯한 여유와 미소가 있는 그들의 표정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향기를 느겼음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