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칭찬에 너무 인색해
미목 이효상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인간관계의 길목마다, 우리는 말이라는 씨앗을 뿌리며 산다. 그 안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칭찬이다. 그중에서도 칭찬은 가장 향기로운 씨앗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내려앉아 작은 꽃을 틔우고, 때로는 잎을 달아 주고, 또 다른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칭찬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수고했어요","그대가 있어서 참 좋아요"라는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의 어두운 저녁을 환하게 밝힌다. 칭찬은 그 사람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봐 주는 작은 손길이며, 마음을 밝혀주는 등불과 같다. 단순한 말 한마디일 뿐인데, 그 속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그 존재를 인정하는 힘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칭찬 한 번에 웃음을 피우고, 그 웃음은 다시 행동이 되어 되돌아온다. 어른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인정받고 존중받는 순간, 마음속에 감춰둔 불씨가 다시 살아난다. 누구든 진심 어린 칭찬을 들으면 자신감이 자라나고 관계는 한층 깊어진다.
요즘은 유독 칭찬에 인색하다. 칭찬은 커녕 무심한 시선이나 비판이나 비난이 오가기도 한다. 서로의 수고를 눈여겨보기보다 무심히 스쳐가고, 장점을 발견하기보다 흠을 먼저 찾는다. 남이 나보다 잘하고, 열심히하면 박수치는 것이 아니라 배가 아파서 안되기를 빌고 있다. 그러니 스위스의 사회학자 장 지글러는 '굶주림보다 더 많은 이들이 매일 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그리워하며 잠든다'고 했다. 칭찬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누군가의 허기를 달래는 빵과 같은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그리워하며 잠드는 사람들이, 배고픔에 잠드는 이들보다 더 많다는 사회학자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예전에 들은 연필과 볼펜이 서로를 칭찬한 우화가 있다. 연필은 "너는 늘 같은 굵기로 흔적을 남기니 대단하다"고 말했고, 볼펜은 "너는 깎일 때마다 향기를 풍기니 아름답다"고 답했다. 서로의 차이를 단점이나 결점이 아니라 매력으로,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순간, 관계는 꽃처럼 피어난다. 사람도 그렇다.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칭찬할 거리가 숨어 있다. 하루에 몇번이나 타인을 칭찬하고 있을까. 애써 칭찬꺼리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잡초라 불리던 풀도 오래 바라보면 꽃이 되고, 거칠어 보이던 마음도 따뜻한 시선 속에서 빛을 발한다. 들풀을 베면 풀일 뿐이지만, 품으면 꽃이 된다 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존재가 우리 곁에 있다. 칭찬은 바로 그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보는 눈길'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하루가 무심한 말 대신 작은 칭찬으로 채워진다면, 관계의 풍경은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들풀을 꽃으로 바꾸는 힘, 그것이 칭찬이 지닌 기적이다.
칭찬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고마워요","수고했어요","응원해요"라는 짧은 말이면 충분하다. 그 작은 말이 관계를 살리고, 메마른 마음을 적시며, 서로를 꽃으로 바라보게 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비밀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전하는 한마디 칭찬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