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의식을 지배한다
-청와대를 다녀와서-
글-德田 이응철(수필가)
- 다시 태어나면 기업가 아내로 태어나고 싶어요.
- 저도 학부형인데 자유롭게 지만이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도 만나 소탈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지요.
연꽃처럼 활짝 피어 온 누리를 떠받들며 향을 퍼주시던 청와대 박대통령 영부인의 온화한 목소리를 반세기가 지난 어제 다시 찾아 음미한 하루였다. 담묵의 잿빛하늘가로 장대비가 숨어 있다가 괴릴라성 폭우로 냅다 퍼붓던 어제, 장마철에 돌아본 청와대 영빈관-.추억을 살라먹고 다시 추억을 심어주는 뜻깊은 날이었다.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5월 10일부터 청와대가 온전히 국민의 공간이 되었다. 청와대 완전개방 광화문에서부터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빠르게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에 갇혀 수십년간 익혀 온 수필가들 얼굴도 확인하기 어렵던 3년의 세월이 풀리면서, 강원수필작가들이 어제 첫 나드리 청와대는 더욱 가까워진 남경 청와대로 천하제일의 복지란 표석대로 명당 길지가 분명했다.
어느 누구인들 폭우가 내리는 새벽에 집을 떠난다는 예감은 공통으로 불안하지만 기우였다. 가슴 벅차게 밀치는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확인에 작가정신 하나 꿰차고 달려간 장마철이었다.
새벽부터 가다 쉬다를 반복하던 뜨드미지근한 장맛비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며 신선함까지 안겨준 버스 안이었다. 우리는 저마다 쌓인 작가노트를 꺼내 앞다투어 폭죽처럼 터뜨리며 문학의 장르를 넘나들며 지평을 넓혀갔다. 어김없이 또 다른 수필집을 상재한 오리가족 같은 박 여류수필가의 작품을 논하고 뜬금없이 장편 소설을 두 권 내놓고 이건 또 세권 정도의 교정에 들어갔다는 조 작가, 그리고 어쩜 어렵게 찾게 되었다는 강원수필 대들보 유 선배님의 인삿말씀, 그리고 원주가 낳은 작가 최승관님의 열정과 활약, 새로 16대 회장단을 맡아 활화산처럼 펑펑 토하는 지회장과 반듯한 국장과 회장단의 열정에 우린 다시 힘을 내었다.
수필이란 무엇인가? 남들은 한번 보고 마는 신변잡기라 비아냥 거리지만, 그 속엔 삶이 묻어 다른이에게 귀감이 된다면 우린 사명감을 가지고 발표하고 힘을 얻는다. 글을 쓴다. 일상의 이야기, 삶과 가장 근접해 있는 글 수필,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쓰기에 모두는 수필을 사랑한다. 마음의 독백이요 상상의 나래는 달빛을 받아 한껏 출렁이며 또 다른 삶으로 안내한다.
관람 신청을 하고 청와대 본관과 대규모 회의나 외국 국빈들을 영접하던 영빈관을 비롯해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녹지원과 상춘재까지 돌아본 감회는 참으로 깊다. 저마다 바코드를 저장해 입장할 때 제시하였다.
악천후 속에서도 입구에서부터 인파 물결이었다. 찌든 마음속을 켜켜히 털어내어 새로운 삶의 충전이라도 하려는 발길이라 서리서리 굽은 순서가 또한 지루하지 않았다. 우중에도 저마다 빛나던 눈동자, 신비스럽게 갖춘 연두색 단체모도 또하나의 방점이었다.
경복궁에 수문장 교대식까지 아니 경회루까지 돌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실증없는 고궁, 한복 차려입은 외국여성들 또한 한송이 연꽃처럼 꽃피우고 있어 아름답다.
- 공간은 의식을 지배한다
그런 슬로건으로 용산행을 한 대통령의 속내를 되새김질 하면서 존경하는 선배와 녹지원을 걸었다. 과거 현재 미래 나랏님이 국사를 보시던 이 성스러운 곳에서 용산행을 감행하신 의도에 갸웃뚱하면서도 그 덕에 다시 찾아온 것이 고맙기도 했다.
다만 일제 강점기 때 거룩한 창경궁을 만인에 동물원으로 가치를 격하시킨 것처럼 우리 역사가 켜켜이 서려있는 역사의 현장 이곳 또한 잘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빗소리도 멈춘 봄내 명물닭갈비가 팔벌려 우리를 맞는다. 왜 이리 피곤치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