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서울시 준공영제의 헛점을 드러낸 진관차고지 충전 중단 사태
- 서울시가 조성한 공영차고지에서 벌어진 버스업체의 유관사업 부실로 초래
- 공공교통네트워크 "서울시가 표준원가가 반영해서 지급한 연료비는 어디로 갔나?"
서울시가 시 재정을 통해서 조성한 공영차고지 안에서 버스가 연료충전을 못 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부로 한국가스공사는 '진관공영차고지' 충전소의 CNG 공급을 끊었는데, 그 이유는 충전소 사업권을 회사가 가스 비용 40억 원을 체납했기 때문이다. 이 충전사업을 담당한 회사는 오랜 기간 준공영제하에서 버스사업을 해온 제일여객자동차 주식회사다. 해당 회사는 파주시의 버스업체인 신성교통 우세환 대표 일가의 가족회사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공공교통네트워크가 해당 충전소 법인의 등기를 조회한 결과 대표이사로 등재된 신성교통의 우세환 대표가 체납사태가 불거지기 4달 전에 퇴임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말은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체납 문제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진관차고지에 충전소 사업을 하던 제일여객주식회사가 버스사업을 접으면서 함께 하던 충전소 사업도 정리하는 과정에서 충전소의 매각 등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버스업체에게 충전대금을 받으면서도 한국가스공사에 가스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된다. 즉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이익은 가져가면서 충전소야 설마 문제가 되더라도 서울시가 해결하지 않겠는가라는 인식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진관공영차고지를 이용하는 신수교통, 한남버스, 한국brt자동차처럼 진관차고지에서 운행을 시작하는 버스들이 영향을 받았다. 당장 진관차고지에서 충전을 할 수 없어 거리가 먼 고양시 용두동, 상암동, 수색차고지로 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 거리만큼 연료는 더 사용하고, 차를 몰아야 하는 기사들은 휴식 반납을 반납한 상태로 정해진 운행일정을 채우지 못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서 문제는 제일여객주식회사의 의도성이다. 알다시피 현행 준공영제하에서 연료비는 실비정산 항목에 해당되어 쓰는 만큼 지급하는 구조다. 즉 충전소 입장에선 버스업체에게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서울시가 연료비를 대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체납이 발생하는가? 충전사업을 하는 법인이 버스회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가스공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이로 인해 다른 버스회사는 먼 곳의 충전소를 이동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연료비 역시 서울시가 실비정산으로 보장해야 한다. 세금을 들여서 공영차고지를 조성해놓고 부지 내 충전 민간사업의 부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서울시가 자랑하는 준공영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충전소와 같은 시설의 소유구조 변동은 버스업체와 동일하게 서울시의 신고대상이다. 즉 지난 5월 대표이사의 사임을 몰랐을 리 없다. 대표가 없는 충전시설의 운영이 어떻게 될지는 경영 전문가가 아니어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민간업체의 내부 사정이라며 안일하게 대처한 핑계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서울시가 말하는 준공영제하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경영진의 교체야 민간업체의 내부 사정이라 하더라도, 서울시가 대금 지급하는 연료비의 정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아울러, 현행 공영차고지의 운영 방식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서울시 관내 공영차고지는 산하 공기업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담당하고 있으며, 전체 29곳 중 기존 민간 업체로부터 용지를 매입한 차고지가 18곳. 신축 공영차고지가 11곳에 해당한다. 진관차고지 역시 17년 전인 2008년에 은평뉴타운 입주와 동시에 완공되었지만, 신성교통과 제일여객, 그리고 사모펀드에 인수된 한국brt자동차 역시 기존엔 신성교통 일가가 대주주로서 관리했기에 사실상 계열사 전용 차고지 성격이 강했다. 이런 영향으로 충전소와 식당은 입주한 운수업체들이 번갈아 가며 위탁 운영하는데, 겉으론 서울시설공단 공영차고지라도 운수업체가 관리하기에 식단이 부실하거나 처우가 안 좋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존재한다. 즉,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공영차고지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오히려 해당 사업은 장기적으로 버스의 공영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낫다. 적어도 교통업계의 기본적인 행태나 상식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준공영제 21년째인 현재 차고지 충전소의 CNG 공급이 끊겨서 모두가 피해를 겪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요인은 서울시 교통행정의 무능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준공영제가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서울시의 행정은 이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20년 넘게 확인하고 있다. 그러면 준공영제 자체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 이것이 공공교통네트워크가 오랜 기간 준공영제라는 맞지 않는 제도의 혁신을 주장해온 이유다. 당장 충전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충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행정적 처분과 더불어 서울시가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된 연료비 등의 비용에 대한 환수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영차고지 내에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서 부실이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아가 현행 공영차고지 운영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하고 교통수단 및 시설의 통합을 고려하여 서울교통공사 이관을 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서울시는 피해자가 아니라 사실상 사태의 공동정범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끝]
2025년 9월 19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