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다‘
- 인천 해양장례식 72시간
연출 : 남진현
글 · 구성 : 고은희
자료조사: 김민희
내레이션 : 윤주상
방송 : 2021년 11월 21일 (KBS2, 22시 45분~)
’바다의 품으로‘
생을 마치고 바다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례식. 우리나라에서 해양장례식이 허용된 바다는 단 두 곳으로,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와 부산 수영만 두 곳만이 고인을 자유로운 바다로 안내한다.
이번 주 <다큐멘터리 3일>은 바다의 품으로 떠난 이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의 3일을 담았다
■ 사(死)를 위해 생(生)
“추모의 마음을 전하러 가는 것에 공감하니까...
가능하면 예쁘고 좋은 꽃을 드리고 싶어요”
- 한나윤, 장례지도사 -
생(生)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사(死)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해양장례식장 장례지도사들이다. 장례지도사 한나윤 씨는 매일 아침 시장에 들러, 가장 좋은 꽃을 산다고 한다. 이 꽃을 보며 고인의 살아생전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떠올릴 유족들을 생각하면, 꽃을 고르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 할머니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제 결혼식 때 많이 아프셨어요.
저희 신혼여행 때까지 아픈 것 다 참아주셨어요”
- 조춘화 -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조춘화 씨는 할머니를 보내드리기 위해 이 바다를 찾았다. 오랜 암투병을 하셨던 춘화 씨의 할머니는 손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떠나셨다고 한다. 고통 없는 곳으로 가신 할머니의 다음 생을 기원하며, 춘화 씨는 추모선에 오른다.
■ 저희 결혼합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손정민 씨와 조윤아 씨. 한 번도 뵙지 못한 장인어른의 부표를 찾은 예비 사위 손정민 씨는 예복을 갖춰 입었고, 조윤아 씨는 ’아버지가 너무너무 좋아했을 사윗감’이라며 아버지의 유골이 뿌려진 부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
“한바탕 또 울고 났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열심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 배은신 -
친정엄마를 이곳에 모신 지 40일 만에 병을 앓던 남편 역시 이 바다로 보낸 배은신 씨. 그녀는 삶의 곳곳에서 떠난 이들의 빈자리가 느껴져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지만,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찾았다. 떠난 이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지면, 이 바다를 찾는다. 넓은 바다를 보며 슬픔을 털어내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고 한다.
■ 바다로 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향을 알려주는 건, 너무 넓어 그 끝과 방향을 알 수 없는 바다일지도 모른다. 슬픔과 절망에 머물지 않고 삶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추모선에 오르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3일>이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