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써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기도 하고 시간적 심적 여유도 없어서
나름 토드 로즈처럼 인생역전(?)한 동생 얘기 써 봤습니다. 뭐라도 써야겠기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
나에게는 6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2녀 1남의 막둥이. 아들을 낳기 위해 어려운 형편에 셋째까지 낳은 어머니. 7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하교를 하고 나면 남동생을 돌봐야 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은 그저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문제를 신경 쓰느라 우리 세 남매의 공부에는 관심 둘 여력이 없으셨다. 어머니는 딸 둘을 키우다 개구쟁이 남자아이를 키우기 힘드셨는지 자주 남동생에게 “저거 나중에 커서 지 밥벌이는 하고 살려나 모르겠네.”라고 말씀하셨다.
청소년이 된 남동생은 거의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느라 나오지 않았다. 중학교 때도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고 결국 공업고등학교에 갔다. 고등학교를 대학생처럼 다니던 남동생은 다행히 3학년이 되어 공장에 견습을 나갔고 취직도 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계부품에 납땜을 하는 일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던 동생이 몇 개월 만에 대학을 가겠다고 했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황당했지만 동생은 혼자 알아보더니 전문대긴 해도 진짜 대학을 갔다.
대학을 가더니 이제는 진짜 대학생 신분으로 학교를 띄엄띄엄 다녔다. 그러더니 한 학기를 마치고 학사경고장이 날라 왔다. 그리곤 도망치듯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 깨달음이 있었는지 제대를 하고나선 뭔 컴퓨터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또다시 방에 틀어박힌 생활의 시작. 그러다 당시 고가의 노트북이었던 맥북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를 다니던 나는 동생이 뭐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으로 비상금을 털어 맥북을 사 줬다. 그 시기의 나는 한창 일하느라 바빴고 동생이 뭘 하는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컴퓨터 학원에 붙었다면 학원을 다니게 됐다고 했다. 혹시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가 내심 걱정이 됐지만 동생은 나름 성실하게 학원을 다녔다. 그리곤 1년 과정의 프로젝트에서 1등을 하고 회사에 취직이 됐다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컴퓨터 학원은 특정 대학과 연계된 학원으로 그 대학 출신의 학생을 학원에서 교육 시키고 프로젝트를 통해 상위 그룹의 학생들만 특정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는 시스템이었다.(대학연계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그래서 특정 대학의 학생이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는데 동생이 모르고 시험을 쳤고 1등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에서 이놈 도대체 뭔가 싶어 번외 학생으로 학원 프로젝트에 참가시켰고 마지막 프로젝트까지 모두 완료한 시점에서 1등을 해서 결국 취직까지 했다. 지금은 들으면 알만한 IT회사에 다니며 잘 살고 있다.
동생의 어린 시절을 보면 희망이 별로 없는 인생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공부도 안하고 매일 게임만 하고 살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언젠가 동생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너는 언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니?” 동생은 고3때 우연히 프로그래밍 시간에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고 그다음부터 그 과목에 관심이 생기고 열심히 했다고 한다. 대학도 고3때 성적만 보는 곳을 찾아서 갔다고 했다. 사람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지 인생은 지가 다 알아서 찾아간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 아빠처럼 자식을 방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긴 요즘은 그런 시대도 아니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딸과 아들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
첫댓글 오오, 영경쌤! 토드 로즈의 현실판이 여기 있었네요. 동생분 얘기 흥미로워요. 힘이 나기도 하고요. 주제를 잘 잡으신 것 같아요^^ 책에 적절한 부분을 찾아서 인용하고, 결론을 좀 더 보강하면 아주 좋은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인용부분이 딱히 떠오르질 않아요..^^;; 그래도 흥미롭게 읽어주시고 답글 주셔서 감사해요~^^ 고민 좀 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