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일제히 알려진 노동부의 현대차 울산공장 ‘전업체 불법파견’ 판정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묵인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현대차의 공장 라인에 한 번이라도 들어갔다면 오전에 정규직이 한 일을 오후에 하청노동자가 하고, 정규직이 왼쪽 바퀴를 끼우면 하청노동자가 바로 옆에서 오른 쪽 바퀴를 끼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것이다. 게다가 조사가 착수되기도 전인 지난 6월부터 노동부 관계자가 “현대차 불법파견 혐의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고 밝히면서 이 암묵적 무법천지에 조만간 행정부의 제재가 가해 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전주공장 12개 업체 약 1,000여명, 그리고 이번 울산 공장 101개 업체 8,000여명 등 정규직노조가 전 업체를 진정한 결과가 ‘전업체 불법파견’으로 판정됐다는 것은 사실상 아산공장을 포함한 현대차의 사내하청 모두가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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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
지난 3~4월에 걸쳐 실시된 금속산업연맹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 등 생산직 사내하청은 총 1만5,091명으로 지난 2001년보다 10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면서도 2년 새 2배가 넘게 증가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문제는 이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분간 문제는 현대차 태도와 현대차노조의 대응,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동요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적법한 도급으로의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처럼 직접라인의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최근 개선계획서에서 밝힌 대로 적법도급으로 전환하는 대신 현재 사청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도급업체에 자율적인 인사권을 맡긴다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현대차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현대차 불법파견은 판정과 동시에 경총이 즉각 유감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사내하청 사용에 대해 제조업과 재계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 점에서 금호타이어처럼 불법파견이 밝혀지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전례’는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직접고용 없는 ‘적법도급 전환’은 실현 불가능하다. 그러자면 공정별 도급화를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된 작업을 분리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현대차노조가 “공정별 도급화를 위한 배치전환에는 절대 합의할 수 없으며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여러 번 밝힌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어 법적대응을 하면서 대응책을 고심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는 1만5천명이 넘는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이다. 지난 10일 하청노동자들로 구성된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이미 언론보도가 나갔지만 울산지방노동사무소의 의 공식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하청노동자들은 노동부가 현대차에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려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만약 현대차가 법적대응으로 갈 경우 하청노동자들도 ‘사용자 지위확인 소송’ 등으로 맞서면서 지리한 공방으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전에, 파견업종 전업종 확대 등을 담은 정부 비정규직 법안이 오히려 불법파견을 양산할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를 뒤로 하면서 현대차의 거대한 불법파견 실태를 정부가 방관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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