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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수명이 있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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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주례를 서기위해 인근의 대도시로 나갔다. 혼주측에서 차를 내어주겠다고 하였지만 우린 기차를 타고 시내버스를 바꿔탔다. 주말이라 그런지 시내버스는 만원이었고 아내와 나는 간신히 입구에 서서 가게되었다. 버스는 몹씨 흔들리기도하고 예사로 급제동을 하기도 했다.
나는 정장차림이라 그런지 몹씨 더워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자리가 하나 생겨났다. 같이 옆에 서있던 아내는 내게 싸인을 보냈다. 나는 알았노라고 하며 아내에게 먼저 자리를 권유했다. 그때 젊은 여인이 잽싸게 자리를 낚아채듯 앉아버렸다.호 호.
아내와 나는 닭쫒던 개처럼 서로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아내는 내가 못앉는것을 보고는 몹씨 아쉬워 하는 눈치다. 버스는 몹씨도 덜컹거렸다. 오랜만에 타본 시내버스라 중심을 잡기조차 어려워 나는 아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역시 지하철이 최고야, 무임금에 시원한 에어컨에 또 흔들거리지 않고 조용히 가지않아. 아내도 맞장구를 쳤다. 지하철을 타는건데... 그때 또 자리하나가 생겨났다.
이번엔 아내보다 내가 먼저 앉기위해 서둘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분명히 좌석은 내쪽이 가까웠는데 젊은 여인이 멀리서 자기가방을 좌석안으로 후닥닥 던지는게 아닌가.아풀사, 그만 또 좌석을 놓지고 말았다. 무슨 경기에서 진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시는 역시 전쟁이구먼, 나혼자 중얼거렸다.경우는 커녕 인정사정 없구먼... 아내는 30분이 넘게 서있는 나를 안스러워 했지만 나는 앉아가는건 그만 포기하자고 말했다.
나는 엉뚱하게도 시외로 나가는 열차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쾌적하고 차창밖의 아름다운 풍경하며. 마치 시골의 풍경들이 내소유인것 처럼 자만하고 싶은 것이다. 어릿광대 철부지다운게지.
그럭저럭 우리는 예식장 부근에 도착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우리는 더위도 식힐겸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시켰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슈퍼크림을 한사발씩 주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다 먹을수가 없는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개만 시켜서 둘이 나눠 먹는건데. 택시 타는것도 아까워서 완행버스를 타자고 한 아내가 아까운듯이 말했다. 촌놈이 따로있나. 이게 촌놈인게지...나는 소리내어 흐흐흐흐 웃어재꼈다.
시간이되어 예식장으로 들어갔다. 혼주가 반가히 맞아주었다. 위선 신랑이 듬직하게 믿음직스러웠다. 처음 만났다. 신랑신부가 한번 오겠다는걸 나는 한사코 만류했다. 바쁜데 올것 까지가 없다고 굳이 사양했기 때문이다.200여명의 하객들. 나는 또한번 놀랐다.신랑쪽의 혼주는 내어놓으라 하는 지방유지이다. 그런데도 그분은 극히 제한적으로 손님을 초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게 마음이 들었다. 숫한 저명인사를 제껴두고 굳이 주례를 내게 부탁한 이유도 조금은 알것 같았다. 하객중엔 저명인사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예식은 원만한 가운데 잘 진행된것 같았다.눈부시게 화려한 조명등 때문에 원고를 제대로 볼수 없는것을 제외하고는. 혼주는 인사 치례인지 모르지만 주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아내를 앞에 모셔놓고 주례사를 하는것은 쉽지않은 일이라고 나도 맞장구를 쳤다. 나는 주례사로 신랑신부에게 꽃의 존재감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꽃은 /꿀은 벌에게 주고, 잎은 나비에게 내어주고, 향기는 바람에 내어주고 정작 자신에게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는것 같지만 가을이 오면 풍성한 열매가 열릴것이라는 희망과 기대와 가능성을 가진다고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해서 말해준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땀을 닦으며 주섬주섬 참으로 신파조로 얘기 했다. 누가 듣기나 하랴. 그러나 객석은 어느식장 못지않게 조용하고 차분했다. 예식장의 분위기는 혼주들의 가문의 격을 말해주는것이라고 옛부터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주례사를 통해 중요한것은 인간이란 "누군가 한사람을 지속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성장을 멈춘다는" 어느 뇌과학자의 말을 인용해서 말했다. 그래서 사람은 어릴때는 부모의 사랑으로 성장할수 있고 커서는 부부의 사랑으로 서로가 성장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의 사랑으로 대체 되겠지만 요즘은 자식은 결혼하면 동포로 변하고 부부도 사랑이 시들해져 결국 서로가 성장을 멈추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고 나의 어슬픈 사견까지 곁들인 것이다.
신랑은 예식중에 스스로 나서서 피아노를 직접 연주했고 신랑친구는 바이올린을 솜씨있게 연주해서 장내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5월,하늘이 점지해준 아름다운 한쌍이라고 나는 마음껏 그들을 축하해 주었다. 도종환의 시처럼 사랑은 시처럼 오지않으면 사랑이 아닌지 모른다고 나는 스스로 깊은 감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할수 있을때 마음껏 사랑하라. 사랑도 수명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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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재미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