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골프장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서 ‘특수계층이 즐기는 취미는 사회적 계층 의식을 심화시켜 마침내 국력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골프를 바람직하지 않은 취미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정 스님이 비판한 골프보다, 골프를 하기 위한 골프장 건설이 훨씬 나쁩니다. 골프장 사업주뿐 아니라 산림청이나 환경부, 지자체 공무원들은 틈만 나면 골프장 건설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이익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일을 한다고 하면서 골프장 사업자와 공무원, 권력자들은 나쁜 짓을 참 많이 합니다. 골프장 사업자들이 공무원이나 권력자들에게 뇌물을 주는 건 잘 알려진 나쁜 짓입니다. 이 외에도 나쁜 짓을 많이 하는데, 나쁜 짓들 중 몇 가지만 꼽아 보겠습니다.
골프장 사업자가 하는 나쁜 짓 중 가장 최고로 나쁜 짓은 돈을 이용해 주민들을 매수하고 이간질 시키는 것입니다. 골프장 사업자들은 돈을 이용해 주민을 매수하고, 이간질 시킵니다. 돈 받은 사람과 돈 안 받은 사람,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대립하게 만들어 지역 공동체를 뿌리부터 흔들어버립니다. 골프장 사업자가 뿌리는 돈 몇 푼과 이간질에 수십 년 동안 형님아우하며 친하게 지내던 마을 주민들은 일상생활도 함께 할 수 없는 원수 아닌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말끝마다 좋은 일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명맥을 유지하던 농촌 공동체를 뿌리 채 뽑아버리고 있으니 참으로 화가 나고 치가 떨립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나쁜 짓은 산림훼손입니다.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사업주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산림 훼손인데, 이는 산림이 우수하면 산지를 골프장 용지로 전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골프장 사업자는 일단 우수한 산림을 없애 버립니다. 불법인 경우도 있고, 합법을 가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 계양산, 롯데건설은 불법으로 나무를 훼손하고는 ‘이미 훼손되었으니 골프장을 지어도 괜찮지 않느냐?’는 해괴한 논리를 제시하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행정관청은 이에 동조합니다. 천안시 납안리, 밤나무를 심는다며 허가받아서 나무를 베어 놓고는 같은 시기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합니다. 같은 지역에 밤나무를 심기 위한 벌목 허가와 골프장 허가가 동시에 들어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인데도 행정관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안성시 미산리, 안성시가 숲가꾸기 명목으로 골프장 사업 부지의 나무를 베어주어 골프장 건설을 원활하게 되도록 도와줍니다. 홍천군 구만리, 천안시 명덕리, 논산시 황화정리에서는 불법 벌목이 행해집니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 추진 초기에 벌어진 불법 벌목으로 인해 골프장 인허가가 되지 않은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골프장 허가는 문제없이 진행됩니다. 대한민국은 골프장공화국이니까요.
골프장 나무는 거꾸로 자라기도 한다?
골프장 허가 과정에서 많은 서류들이 필요한데 허위 서류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서류를 심사할 경우 대한민국에서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임목축적조사서와 환경영향평가서입니다.
산지를 골프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임목축적을 조사해야 하는데, 임목축적이란 나무의 체적으로, 조사 결과 임목축적이 우수하면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합니다. 임목축적은 사업주에게서 용역을 받은 산림기술자가 조사를 하는데, 사업주의 용역을 받아 조사하기 때문에 사업주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를 내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임목축적조사서가 얼마나 황당하게 조작되고 있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천안시 명덕리 골프장의 경우 2005, 2008, 2009년 세 번에 걸쳐서 임목축적조사서가 작성됩니다. 그런데 2005년 천안시 평균의 120%로 우수한 산림이 2008년에는 59%의 형편없는 산림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벌목이나 산불이 없었으므로 나무가 거꾸로 자라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평균 75그루였으나, 같은 곳을 조사한 2008년에는 29그루, 2009년에는 39그루로 줄어듭니다. 나무가 발이 달려서 걸어 나갈 리도 없는데 말이죠. 홍천 구만리의 경우 한여름에 조사했다면서 제출한 임목축적조사서에 한 겨울 눈이 쌓인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기상이변이 잦아진다고 하더니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곳도 있나 봅니다. 논산 황화정리의 경우 전년도 3월에 조사한 내용과 그 다음해 1월에 조사한 결과가 똑같은 곳이 30곳이나 되기에 조사자에게 물었더니 조사했는데 결과가 같았답니다. 아마 그 산에서는 10개월 동안 1cm를 자라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나 봅니다.
임목축적조사서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여름에 눈이 내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나무도 있고, 10개월 동안 1cm를 자라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산이 존재하고, 나무가 걸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는 말이 됩니다. 명백한 거짓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지자체와 산림청 공무원들은 전문가가 조사했는데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산림기술자가 무슨 신(神)이라도 되나요? 나무를 거꾸로 자라게 하고, 한 여름에 눈이 내리게 하는 신통력을 발휘하니 말입니다.
홍천군 구만리 마을 회관에는 ‘범죄 없는 마을’이란 간판이 있는데, 이 간판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마을주민 30여 분이 이름도 무서운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산림청에 의해 고발당했기 때문입니다. 예비범죄자 중에는 7~80넘은 어르신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림청이 홍천 구만리 주민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한 것도 임목축적조사서와 관련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산림청이 조사협의체를 꾸려 확인했는데, 산림기술자가 불법과 왜곡, 조작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까요? 당연히 법에 명시된 대로 거짓 서류를 꾸민 자를 처벌하고, 거짓 서류를 근거로 한 인허가를 취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산림청은 불법을 저지른 자들에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직권으로 조사해서 골프장 허가를 내주겠다고 나섭니다. 이러한 조치에 주민이 반대하고 나서자 산림청이 주민들을 검찰에 고발해 버린 것입니다. 범법자는 골프장 사업자와 산림기술자인데 엉뚱하게 7~80되신 어르신들이 범법자가 될 판입니다.
환경파괴에 앞장서는 환경부
골프장 건설을 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순 엉터립니다. 누구나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희귀종, 보호종, 천연기념물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늘 없다고 나옵니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 뒤에 사업주가 내놓는 보안대책이 정말 황당합니다. 영역을 정해 사는 천연 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고, 희귀종인 물고기를 전부 잡아서 다른 냇가로 옮기고, 환경에 민감한 멸종위기 식물도 옮겨 심으면 된답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대책을 환경부는 그대로 인정해줍니다. 사업주와 환경부 논리대로라면 청와대를 옮기고 그곳에 골프장을 지어도 될 듯합니다.
현재 강원도에는 40여 곳에서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데 주민들이 희귀종, 천연기념물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환경부 공무원이 “강원도에 희귀종, 보호종이 없는 곳이 어디 있느냐? 희귀종, 보호종, 천연기념물 다 보호하면 강원도 산림은 개발하지 말라는 소리냐?”라고 했습니다. 희귀종, 보호종, 천연기념물은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법에 보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환경부 공무원이 공공연하게 법을 위반해서라도 골프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망언을 늘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천안시 수도사업소 공무원들은 환경영향평가서 상의 지하수 개발가능량을 부풀렸다가 들통이 나서 이를 바로잡기도 하였습니다. 또 드러나지 않지만 조작과 허위 서류가 얼마나 많을까요? 짐작도 못할 일입니다. 여기서 소개한 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왜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왜 뇌물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지 아시겠지요? 불법과 조작, 허위가 판치는데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는 불가능하고, 공무원들이 말도 안 되는 서류를 통과시켜주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법과 탈법으로 건설되는 골프장이, 오직 사업주의 이이만을 채워주는 골프장이 법에서는 공익 시설이랍니다. 그래서 골프장에 땅을 팔지 않으면 강제 토지수용도 가능하답니다. 현재 골프장 토지강제수용 문제는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대부도 골프장의 경우 토지강제수용이 위법하다며 1심재판부가 주민들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NO골프장’을 선언하자.
예전에 골프장 반대 싸움은 백전백패였습니다. 그래서 주민들도 처음엔 반대하다가 어쩔 수 없이 찬성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이기는 곳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돈 몇 푼에 고향을 팔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끝까지 싸우는 농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골프장 사업자의 이간질을 이겨내고 온 마을 주민들이 똘똘 뭉쳐 수년 동안 계속 싸우는 마을도 있습니다.
지난 3월 1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로 이런 분들이 모여 전국골프장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전국골프장대책위는 개별 골프장 싸움의 승리뿐 아니라 환경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산림훼손을 막아야 할 산림청이 산림파괴청의 역할을 자처하고, 주민들이 권익을 보호해야할 지자체가 주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탈법과 불법을 국민들에게 알려 나갈 것입니다.
산불로 훼손되는 면적보다 넓은 산림이 골프장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눈물은 아마존에만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각, 우리나라 곳곳에서 아마존의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유일한 대비책인 산림을 훼손해서 도대체 무슨 미래가 있단 말입니까? 우리 마음의 고향이요 뿌리인 농촌공동체를 무자비하게 파괴한 뒤에 얻는 경제적 이익이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까? 골프장은 나쁜 시설입니다. 대한민국에 골프장을 더 건설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첫댓글 범죄없는 마을...쩝..
나쁜 공무원들 ,,
정말 세금내기가 싫어지네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나쁜짓 범죄을 저지르고있네요!
우리는어찌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