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아니하므로 흘러서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가느니’ 1449년(세종 31년)에 간행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제2장에 전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찬란히 꽃을 피운다는 뜻으로 화곡의 경우라면 50여년의 역사를 가졌으니 테니스계에서는 어느 클럽보다 뿌리가 깊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2주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개월 만에 화곡 회원들이 만난다는 공지를 총무가 했고 그 당시 개나리 국화부 참석 인원이 5명, 우천으로 1주일 연기한 후 다시 공지하고 나니 7명이었다. 물론 임원들까지 포함해서다.
장년조 형님들은 화곡클럽의 뿌리다. 뿌리가 깊어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용비어천가처럼 양주에서 2시간 반 걸려 오셨다는 분, 천안에서 오셨다는 분, 일산에서 8시에 출발하셨다는 분등 김지나 이수은 이종례 박영민 정규복 김유희 모두 6명 참석. 개나리 국화는 조영님회장 이병숙부회장 장미숙총무 한형숙 송선순 김난현 신경옥 김정아 박소영 신성숙. 10명이 참석.
번듯하고 잘 생긴 나무가 다 사라져도 결국은 산을 지키는 것은 못생긴 나무라고 했다. 강철처럼 강한 검은 호두나무의 심재(心材)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견고하게 버티는 심지 굳은 회원들이 참석해 겨우 세 코트 돌아가면서 게임을 했다.
지나 형님은 임원들의 애씀과 단합을 위해 따뜻한 갈비탕 한 그릇씩 회원들에게 점심밥을 사셨다. 회원들에게 밥을 사니 가슴이 훈훈하고 갈비탕이 더 맛있더라는 말씀에 여운이 길다. 조영님 회장은 2차 커피를, 김난현은 케이크를 찬조해 우리의 입안을 달달하게 업시켰다. 이병숙 부회장은 과일과 넉넉한 떡을 사와 많은 사람들과 나눴다. 게임 멤버가 모자라 외부에 긴급 SOS를 쳐 외부인 한 사람이 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대추 한 알도 익기 위해서는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하듯,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화곡클럽이 곧 활발해 지리라 믿는다.
12월14일 연말총회 할 때까지는 안양 CS 코트에서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면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설코트가 비싸지만 대체할 수 있는 코트가 생길 때까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참석 인원이 많으면 한 면 더 사용해 4면까지 쓸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코로나로 오랜 시간 여행과 장기 외출 없이 살다보니 나조차도 모임 나가는 것이 귀찮다.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럼이나 실컷 치며 점점 늘어가는 유연한 손놀림에 자기만족하며 보내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내 인생 절반을 차지했던 테니스 라켓을 놓는다는 것, 클럽을 탈퇴한다는 것, 오락가락한 생각들을 하다보니 점점 삶을 역행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왈칵 드는 새벽이다. 거듭 진화하는 나비형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잡아봅니다. 다들 기상합시다.
2021.11.17 송선순
P.S
김유희 형님은 그간의 역사를 큰 달력으로 모두 다 정리해서 가져 오셨다. 그렇게 무거운 것을 들고 오래 전철타고 오셨어도 피로 기색이 없었다. 매 주 화곡에 오시는 것이 큰 기쁨이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