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삼일절에 딜쿠샤 개방

[바람처럼]

쌓이는 전자우편을 지우다가 달마다 날아오는 "서울시 소식"을

잠깐 보게 되었는데 복원한 딜쿠샤를 삼일절에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3월중 거의 예약이 다 찼는데 6일날 취소된 건이 있었나 보더군요.

운좋게 딱 하나 남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해설관람대신 자유관람으로 변경한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해설안내를 하더군요.
참 좋았습니다.

딜쿠샤에 관한 내용은 이런저런 곳에서 여러 번 소개를 해서

관심있는 분들은 다 잘 알고 계실 것이긴한데

그래도 소개를 해야겠지요?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라는 미국인이 평북 운산의 금광채굴권을 가지고

대한제국에 들어왔고 훗날 딜쿠샤를 짓는 알버트가 아버지를 도우러

이듬 해인 1897년 동생 윌리엄과 함께 우리나라에 오게 되었습니다.

알버트는 고종의 국장 때에 연합통신(UPI)으로부터 특파원신분을 부여받았고

일본에서 만난 영국 출신의 연극배우 메리 린리와 1917년 인도에서 결혼하였는데

3개월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서대문구 충정로7길 부근의

"작은 회색집"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였습니다.

1919년 2월 28일 서울역앞에 있는 세브란스병원(지금의 연세회관)에서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태어났을 때에 아내와 아들이 있는 침대에

간호사가 숨겨 둔 독립선언서 뭉치를 발견하였으며

조선어에 능통했던 그는 그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사본을 만들어

동생을 시켜 일본에 가서 연합통신에 타전토록 하였습니다.

윌리엄은 형이 준 사본을 구두뒷축에 숨겨 당시는 통행금지령 발동전이라

대한제국을 떠날 수가 있었습니다.

샨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 이라는 뜻을 가진 딜쿠샤는

1923년에 짓기 시작하여 다음 해에 완공이 되었고

1942년 일제가 알버트부부를 추방하기까지 살았으니

아들인 브루스 테일러도 24세때까지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보낸

진한 추억의 보금자리임에 틀림이 없었을 겁니다.

주인이 떠난 딜쿠샤는 알버트의 동생 윌리엄이 관리하다가

1959년 자유당 조경규의원이 샀고

1963년 국가가 재산환수를 통하여 소유한 이후로 방치되었습니다.

2005년 말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는 서일대학교 김익상교수한테

자신이 성장한 집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주소는 모르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집가까이에 있었다고 했답니다.

아마 독립문, 성곽, 서대문형무소, 인왕산 등도 단서역을 했을 것이고

2006년 마침내 브루스 테일러는 대한제국을 떠난 지 64년만에

대한민국을 찾게 됩니다.

(자료들에는 66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브루스 테일러는 부모들보다 2년 먼저인 1940년에 한국을 떠났던 것 같습니다.)

딜쿠샤를 지은 사람은 알버트 테일러와 메리 린리 부부였고

잊혀졌던 딜쿠샤를 세상에 알린 건 그들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였고

브루스 테일러의 딸 제니퍼 테일러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딜쿠샤 관련 유물을 기증하여 2021년 삼일절에 딜쿠샤는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고종의 국장, 삼일만세운동 독립선언서, 제암리 학살사건 등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과 일제의 만행을 세계만방에 알린

은인이 머물던 공간인 딜쿠샤는 우리에게 참으로 뜻깊은 곳입니다.

한양도성 서울성곽을 걸으면서
딜쿠샤는 꼭 방문하던 곳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도원수 권율장군의 집터에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어

그 일대는 행촌동으로 이름지어졌는데.

바로 그 앞에 있는 딜쿠샤는 얼마전까지 무허가 거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바깥에서 사진만 찍고 가거나 내부로 들어가도 복도 공간외에는 모두

칸막이로 막혀 있어서 내부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정면쪽 마당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딜쿠샤로의 접근은 조금 불편합니다.

서대문역 강북삼성병원에서 서울교육청쪽으로 나있는 큰 찻길을 따라가면

홍난파가옥이 나오는데 그 길로 계속 들어가면 막다른 길에 딜쿠샤가 있습니다.

독립문역 사거리에서 가면 더 가까운데 설명하기는 좀 복잡합니다.

사직터널 오른쪽으로 오르막길이 있습니다. 언덕을 올라 사직동굴위를 타고

왼쪽으로 굽이쳐 끝까지 가면 역시 딜쿠샤가 나옵니다.

딜쿠샤 정면 마당 공사가 끝나면 독립문 사거리 대신고등학교앞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영락농인교회 골목안에 바로 있으니까 찾기가 아주 수월하게 될 것입니다.

이 번에 해설안내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딜쿠샤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알버트 부부가 딜쿠샤를 지으려고 했을 때에 주민들의 반대가 아주 심하였답니다.

인왕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마르고 동네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했다네요.

어떤 날은 무당이 찾아와서 저주를 퍼붓고 간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우연이겠지만

알버트가 심한 장질환으로 치료받느라 미국에 머물렀던 1926년에 벼락이 쳐서

집이 다 타버렸습니다.

1930년에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딜쿠샤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일화도
짤막하게 들었습니다.
통역관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했던 김주사가 알버트와 함께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고문을 받아 그 후유증으로 결국 숨졌고

하인노릇을 하던 이(이름을 잊어버렸네요)는 상투튼 머리에 자꾸 더러운 손을 댔기 때문에 알버트부부가

머리를 깎았는데 몹시 서러워했다는 이야기......

40분 정도 해설을 듣고 10분간 자유관람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차분하게 둘러 볼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의 왼쪽에 파란색 칸막이가 아직 공사중임을 말해 줍니다. 하얀색 대리석 초석에는 DILKUSHA 1923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거실과 방마다 벽난로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카페의 개편된 체계가 너무 형편없어서 30분째 이 사진과 씨름하다가 포기.

[바람처럼]

다음카페의 바뀐 편집기가 너무나 개떡같아서
다섯 시간 동안 작업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여기서 끝맺음.
혹시라도 윈도우10에 맞추어서 체계를 바꾼 것인가도 싶고......
아무리 제가 윈도우7을 계속 쓰고 있기로서니 저같은 사람들이 제법 있을텐데
도무지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릴 엄두가 나지 않네요.
올해 들어 완전히 바뀐 체계 때문에 몇 번 글을 올렸는데
정말 글쓰는 게 고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정보를 계속 제공해야 하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쓰긴 하는데
참으로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