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의 의의
들어가는 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백중은 대단히 중요한 명절 가운데 하나였다. 바쁜 현대인들은 챙길 날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백중을 자꾸만 잊어가고 있다. 백중이 음력 7월 15일라는 것 마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이러한 시기에 백중의 의의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커다란 삶의 여유가 될 듯하다. 과연 백중이란 무슨 의미를 가진 날이고, 불가에서는 왜 백중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백중의 일반적 의의
백중(百中)은 하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 15일로, 백종(百種), 중원(中元) 혹은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불린다. 백종(百種)이란 말 그대로 백가지 종자라는 의미로 7월 15일 무렵에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나라는 백중에 한창 바쁜 농번기에 잠시 일을 멈추고 머슴의 힘든 몸을 쉬게 하여 돈 등을 주어 쉬게 하거나 이들을 위한 다양한 세시풍속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중원은 도교에서 유래된 말로 천상의 선관(仙官)이 1년에 세 번 인간의 선악을 살피다고 한다. 이때를 원(元)이라 한다. 1월 15일은 상원(上元), 10월 15일은 하원(下元)이라고 하며, 7월 15일은 중원(中元)이라 하여 초제(醮祭)를 지내었다.
망혼일의 의미는 망친(亡親)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 해에 새로 나온 과일과 곡식을 조상에게 올린 것을 뜻한다.
백중의 불교적 의의
1. 하안거(?安居)의 해제일
불가에서는 하안거라 하여 수행자들이 음력 4월 15일부터 석 달 동안 한곳에 머물면서 좌선과 수행에 전념한다. 하안거를 마치고 서로의 공부를 점검하고 묻고 정진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여름에 하안거와 겨울에 동안거를 하고 있다. 안거의 시작은 결하(結?) 혹은 결제(結制)로 안거의 마지막은 해하(解?) 혹은 해제(解制)라고 칭한다. 백중일인 7월 보름은 하안거를 해제하는 날이다. 따라서 승려들의 입장에서 보면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숙제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2. 우란분절(盂蘭盆節)
백중은 불가에서 ‘우란분절’이라 하여 조상 천도를 위한 불공과 재를 올리는 날로 정하고 있다. <우란분경>과 <목련경>에서는 백중이 우란분절이라 불리게 된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데, 부처님의 십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목련존자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목련존자는 신통이 제일이었다.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천상계와 인간계를 모두 찾아보았지만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옥계를 살펴보니 어머니가 무간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찢어지는 듯한 가슴을 부여안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이르시되 “목련아, 너무 슬퍼하지 말라. 너의 어미는 이 세상에 있을 때 출가사문을 비방하고 축생들을 죽여 귀신에게 바치는 등 바른 법과 인과를 믿지 않은 죄로 무간지옥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너의 어미는 죄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네가 비록 신통력이 높지만 그 죄업을 대신하거나 구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삼보(三寶)를 비방한 죄는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의 측은한 마음을 헤아려 내 한 가지 방법을 일러주겠다. 출가한 사문들이 정진을 풀고 자유로운 수행으로 들어가는 날인 7월 보름날 성찬과 신선한 과일 등을 정성껏 마련하여 많은 사문들에게 공양하여라.” 목련은 7월 보름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공양을 올리고 그로 인하여 목련의 어머니는 무간지옥을 벗어나 고통의 옷을 벗게 되었다고 한다.
즉, 우란분절은 하안거의 해제일인 7월 보름에 조상을 위해 정성껏 삼보에 공양하면 조상이 천도하여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고 말씀하신 것에서 기인하였다.
3. 효(孝)의 실천기간
돌아가신 조상의 천도를 바라는 정성으로 살아계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기간이다. 효란 흔히 유교의 덕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부모은중경>을 통해 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효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지를 강조하셨다. 부처님은 <부모은중경>에서 우란분절에는 부모를 위해 삼보(三寶; 佛, 法, 僧)에 공양하라고 강조하셨다. 효란 매일 한결같은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백중 기도 기간동안 만이라도 더욱 효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란분절은 효의 실천기간이다.
맺는 글
백중은 일년 중 지옥문이 열리는 단 하루로 조상의 천도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고, 수자령(유산이 된 아이) 천도뿐만 아니라 조상이 아니더라도 좋지 못한 죽음을 맞은 이의 천도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생활에 바쁜 이들에게 조상의 극락왕생을 위한 기도가 어떠한 의미로 다가설지, 또 영가란 미신이라 터부시하는 타종교 신자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백중이란 어떤 종교에서든지 강조하는 ‘효도(孝道)의 날’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