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 양극화의 실상
며칠 전 2005년 서울대 합격자 통계를 분석하다가 우리사회가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서울 강남구의 경우는 인문계고 고3 학생수가 7,922명인데 서울대 합격자가 201명이어서 1,000명당 25.4명꼴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마포구는 인문계 고3 학생수가 2,158명인데 서울대 합격자가 6명으로 1,000명당 2.8명꼴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구와 마포구의 차이가 약 9:1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연세대, 고려대의 경우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표1) 서울 구별 서울대, 연대, 고대 합격자수 및 비율(인문계고 고3 총수 대비)
위의 표를 살펴보면 서울대, 연대, 고대의 입학률에서 중산층 거주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 격차는 실업계고 등을 포함하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실업계고와 특목고는 학생을 지역별로 모집하지 않기 때문에 위의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실업계고 진학 비율은 비 중산층 거주지역이 중산층 거주지역보다 상당히 높습니다.
표2) 학군별 인문계고 진학 비율
또 서울과 지방을 비교해 보면 전라남도는 총 고3 학생수가 23,356명인데 서울대 합격자가 50명으로 1,000명당 2.1명꼴로 서울 전체와 비교하면 5.2:1이고 서울의 강남구와 비교하면 약 12:1입니다.
표3) 각 시도별 서울대 연대 고대 입학자 수 및 비율
대학 입시 출발점 소득에 따라 큰 차이나 이 통계는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는 학교교육에 대한 통념이 맞지 않을 만큼 이미 현실이 변화해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 세대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대부분이 비슷비슷하게 못살았습니다. 그러니까 100미터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대체로 같은 스타트라인 위에서 달리기 시합을 출발한 셈입니다. 골인 지점은 물론 획일적 점수로 표시되는 대학입시였습니다. 우리 세대는 이 경주에서의 성패가 사회 경제적 지위 상승 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그리고 이 달리기 경주가 다소의 문제는 있지만 대체로 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통계는 지금은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는 이 통념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상황임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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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직업은 ‘경영, 관리직’ 18.7%, 전문직 18.5%, 교사 7.0%, 사무직 23.2%, ‘판매, 서비스업’ 18.1%, 숙련기술직 7.2%, ‘소규모 농축산업, 비숙련노동, 무직’이 5% 남짓이다. (사진 = 연합뉴스) | |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격차의 실태 및 해소방안 연구”에서 교육격차를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이 가정환경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의 통계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여줍니다. 서울 마포구와 전라남도를 비교해 보면 약 4대 3이 되는데, 강남구와 동대문구의 차이는 9대 1입니다. 이것은 지역간 교육환경의 차이가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가정환경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신입생에 대한 부모 직업 조사에도 잘 나타납니다. 2004년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직업은 ‘경영, 관리직’ 18.7%, 전문직 18.5%, 교사 7.0%, 사무직 23.2%, ‘판매, 서비스업’ 18.1%, 숙련기술직 7.2%, ‘소규모 농축산업, 비숙련노동, 무직’이 5% 남짓입니다. 직업으로 미루어볼 때 대체로 중간층 이상이 약 93%이고, 상층은 전체의 약 40%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교육 양극화를 보여주는 통계들은 많습니다. 가계소득 최상, 하위간 수능시험 점수 차이가 30점(’05, 고려대 김경근 교수)이라든지, 소득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 간 차이 6.7배(통계청 가계수지 동향) 등등.
이렇게 가정환경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은 지금 아이들은 결코 시험점수로 골인지점이 표시되는 백 미터 경주에서 같은 스타트라인 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가정환경에 따라 어떤 아이는 30미터 앞에서 출발하여 70미터만 달리면 되고, 어떤 아이는 10미터 앞에서 출발하여 90미터만 뛰면 되고, 어떤 아이는 100미터를 다 달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게임의 불공정성은 우리사회의 흐름상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나날이 심화되어 갈 것입니다.
2. 게임의 법칙과 사회의 역동성
이렇게 나날이 불공정해져 가는 게임의 법칙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리라는 것은 물을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비슷비슷하게 못 살았기 때문에 사회적 수직이동과 관련한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있을 수 없었고,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개발 년대에는 사회 경제적 격차는 언젠가는 극복될 수 있는 양적 차이의 문제로 여겨졌고, 그렇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빈곤문제는 과거 개발 년대의 빈곤문제와 그 성격이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지금은 사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빈곤층의 아이들은 극복하기 어려운 계층적 벽을 느끼면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수직이동과 관련한 게임의 룰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자기 향상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습니다.
교사들에게, 절망하고 있는 아이들만큼 큰 벽은 없습니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교사들은 도시의 실업계 고등학교나 소외지역, 농촌지역에서 지식 전수 이전에 아이들의 무너진 삶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까 하는 문제에 부딪혀 있습니다. 이 과제는 어쩌면 교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평생교육사 같은 사회복지 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둘째로 사회 경제적 양극화는 사회 중상층에게 추락에 대한 불안감을 심화시킵니다. 이 불안감은 사회적 수직이동과 관련한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더욱 커집니다. 한번 추락하면 다시 올라올 수 없다는 절박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대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의 숫자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학 경쟁이 일류대 입학경쟁으로 바뀌었을 뿐 나날이 더 격렬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류대입학에 성공하는 것이 추락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비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추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비 지출 우리는 흔히 사교육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주로 그 양의 과다를 문제 삼습니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양의 과다보다도 사교육비 지출의 동인이 자기향상의 희망에 있다기보다는 추락에 대한 불안감에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향상의 희망이 동인이 되는 사교육비 지출은 건강한 것으로 계획되고 조절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추락에 대한 불안감이 주 동인이 되는 사교육비 지출은 병적인 것으로 남과의 비교 속에서 경쟁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계획되고 조절될 수가 없으며, 소모적입니다.
셋째로 사회 경제적 양극화가 빚어내는 위와 같은 교육문제들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희망을 갖지 않는 사회, 대다수의 사회구성원이 추락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그 불안감으로 인한 대입 경쟁과 사교육비 지출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 게임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정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너무 위험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그 결과는 다음의 학령 인구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표3> 2005 통계청 인구예측으로 본 학령인구 변화
학년 년도 |
초1 |
2 |
3 |
4 |
5 |
6 |
중1 |
2 |
3 |
고1 |
2 |
3 |
2005 |
637,65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693,704 |
663,735 |
629,234 |
606,611 |
603,965 |
608,884 |
2006 |
620,072 |
637,65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693,704 |
663,735 |
629,234 |
606,611 |
603,965 |
2007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693,704 |
663,735 |
629,234 |
606,611 |
2008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693,704 |
663,735 |
629,234 |
200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693,704 |
663,735 |
2010 |
479,02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693,704 |
2011 |
478,115 |
479,02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706,437 |
2012 |
479,102 |
478,115 |
479,02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93 |
686,634 |
700,562 |
705,887 |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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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02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83 |
686,634 |
700,562 |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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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83 |
686,634 |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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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666,783 |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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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637,665 |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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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594,759 |
613,608 |
620,072 |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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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594,759 |
613,608 |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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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594,759 |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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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513,930 |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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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479,109 |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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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102 |
478,115 |
우리나라의 학령인구는 현재의 33, 34세에서 90만대로 피크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는 점점 주는데, 특히 현재의 4세 아이들로 오면서 급격히 줄어 약 51만 정도가 되고, 3세 아이들부터는 40만대로 접어듭니다. 저출산 세대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현재의 4세 아이들은 2009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2020년에 고3이 되며, 2030년부터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할 것입니다. 저출산 세대가 우리사회의 활동인구를 채우는 시기가 되면 우리사회 활동인구의 사이즈는 대체로 반 정도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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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에 대한 불안감이 주 동인이 되는 사교육비 지출은 병적인 것으로 남과의 비교 속에서 경쟁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계획되고 조절될 수가 없으며, 소모적이다.(사진 = 연합뉴스) | |
위와 같이 살펴보면 사회 양극화로 귀결된 이제까지의 양적 성장 위주의 정책이 한계에 와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양적 성장 위주의 정책은 이제는 우리사회의 성장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축소와 역동성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빚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 성장으로의 정책적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3. 외국의 교육 양극화 해소정책
사회적 양극화, 그로 인한 교육의 양극화와 사회적 수직 이동에서의 게임의 불공정성 문제는 우리나라만 부딪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구의 나라들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이러한 문제에 부딪혔고, 해결책을 모색해 왔습니다.
나날이 불공정해져 가는 게임의 법칙은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무엇보다도 불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당연한 것으로 허용하는 것은 환경의 차이를 개인의 우수성의 차이로 절대화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대를 이어 반복된다면 최악의 경우 환경의 차이를 유전자의 차이로 절대화하는 내부 인종주의로 귀결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사회가 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격렬한 사회적 갈등과 ‘탈락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불안’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인재를 발탁하는 풀이 사회 상층으로 점점 좁혀져 뛰어난 잠재력을 갖는 많은 인재들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빚음으로써 전체 사회 역량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법칙을 공정하게 만들어나가려는 것은 어쩌면 건강한 사회가 갖는 자기유지를 위한 본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러면 우리보다 앞서 이러한 교육격차 문제, 게임의 불공정성 문제에 부딪혔던 서구의 나라들에서 어떻게 자기유지를 위한 사회적 본능이 작동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 작동의 질적 수준은 대략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점수로 표시되는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교육격차를 확인하고, 재정적 유인책으로 뒤떨어지는 학교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치는 것입니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NCLB(No Child Left Behind) 정책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표준화된 학력고사를 통해 평균에 미달하는 학교를 선별하여 특별한 재정적 지원을 하는 대신 학력을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책무를 학교장과 교사에게 부여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훨씬 컸습니다. 교육격차의 근본원인은 지역과 가정의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의 차이에 있기 때문에 학교장과 교사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교의 75%가 성장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이탈했을 뿐만 아니라,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교장과 교사에게 돌아오는 패널티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교원 이직율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성장 목표치에 도달한 25% 학교의 경우에도 시험 보는 기술 가르치기, 낮은 성적의 학생들을 검사에서 제외시키거나 결석시키기, 대안학교로의 전출 유도하기, 학생들의 반응지 변경하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오히려 소외지역의 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사회적 합의 수준 높아 교육양극화 극복 가능 두 번째 단계는 학습조건의 개선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 정책입니다. 예컨대 교육소외지역의 학급당 학생수를 다른 지역보다 낮추는 등의 교육여건개선, 소외지역 근무 교사에 대한 우대와 교육 프로그램 지원, 지역사회를 향한 학교의 교육적, 문화적 역할 확대 등 교육투자를 소외지역에 우선적으로 집중시키는 정책입니다. 이 정책은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채택하고 있는데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입니다. 교육격차의 가장 큰 원인이 가정환경 등에 있기 때문에 학습조건 개선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1961년 미국의 케네디 정부는 행정명령 10925호를 발동, 대학 입학과 고용에서 쿼터제나 가산점 부여를 통해 소수민족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 정책은 지금까지 미국 대학의 학생선발 관행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이러한 정책에 매우 적극적인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데 있어 바깔로레아 합격률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고, 지역과 학부모 여건에 따른 유불리를 고려해 향상비율을 적용합니다. 그리고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우대 교육 지역”으로 선정하여 재정, 교원 등에서 우선적인 배려를 할 뿐만 아니라, 학교의 개방을 통한 지역사회 전체의 소외 극복 노력을 기울여 나갑니다. 또 이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는 무시험으로 명문 중의 명문인 그랑제꼴에 입학하는 특혜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이렇게 교육 양극화 극복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가능한 것은 그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사회의 합의 수준은 학력의 차이를 문제시하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 시스템이 사회적불평등을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데까지 나가 있습니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서구의 나라들은 대체로 교육 양극화 문제에 대한 합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참여정부의 교육양극화 해소정책과 향후 방향
우리나라의 교육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세 수준에서 진전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 계층을 지원하는 교육복지 차원의 정책입니다. 참여정부에서는 저소득층 만 5세아 무상교육 확대, 저소득층 자녀 보육 지원 확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 확대, 농산어촌 지역 교육 지원 확대, 방과후 학교와 수능방송 등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 고등학생 대학생 학비지원, 대학생 학비융자제도 도입, 저학력 성인 대상 문해(文解)교육 등 교육복지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재정의 한계로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인식의 부족과 교육시스템상의 한계로 적극적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의 경우 학교만이 아니라 학교를 포함하는 지역사회 전체의 교육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정책을 펼쳐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지역사회를 향해 열린 구조로 바뀌어 학생교육만이 아니라 평생교육, 문화센터로서의 역할 등을 담당해야 합니다. 현재는 폐쇄적인 학교구조와 사회적 인식의 부족, 분산적인 행정체계 등으로 교육복지정책이 지역사회와 괴리된 학교를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우리사회에서 사실상 거의 유일한 사회적 수직이동 통로로 되어 있는 대학입시가 교육 양극화, 사회 양극화를 재생산해내지 않도록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조정해 나가는 문제입니다. 참여정부는 지역균형선발, 농어촌 특별전형, 실업계 특별전형 등을 대학에 적극 권장하여 소외지역 계층의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2008 대입 개선안을 통해 제도의 공정성을 높여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고 제도가 왜곡되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저소득층의 영재를 발굴 육성하여 우수 인재가 사장되지 않도록 적극적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는데 영재교육 영역에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는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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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서는 저소득층 만 5세아 무상교육 확대, 저소득층 자녀 보육 지원 확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 확대, 농산어촌 지역 교육 지원 확대 등 교육복지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다.(06.01.26 방과후학교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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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양극화 해소 출발점, 사회적 합의 절실 셋째는 사회적 수직이동 통로를 대학진학 이외에 직업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해나가는 문제입니다. 사실 사회적 수직이동에서의 가장 큰 불공정성은 그 통로가 대학진학으로 단일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대입경쟁은 중상층에게 유리하고 하층에겐 매우 불리한 게임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가정과 지역의 사회 문화적 환경이 그러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고, 직업에서의 성공을 주요한 것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그것이 사회적 수직이동의 한 트랙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양극화 극복에 있어 근본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여 오지 못했습니다. 실업고와 5년제 전문학교, 전문대는 1970년대에 중공업이 발전에 따라 필요한 고급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집중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이 학교들은 산업적 필요성과 점점 괴리되어 근본적인 조정 작업이 요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간 실업고 전문대의 직업교육 영역은 정책적으로 방치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실업고는 사실상 성적이 하위권이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전문대학은 주로 그러한 아이들이 진학하는 대학이 되어 왔습니다. 사실상 실업고와 전문대는 관심 밖에서 교육적으로 가장 소외되어 온 것입니다.
참여정부에서는 실업계고의 ‘특성화고’ 전환, 산업체와 연계한 협약학과 운영, 실업고와 전문대학의 교육과정 연계 강화, 전문대학 졸업자의 계속 교육기회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여 직업교육 트랙으로서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업고, 전문대의 문제는 학력사회 풍토 타파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것입니다. 또한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 전망 속에서 조정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 검토를 통해 학제개편을 포함하는 중장기 정책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위와 같이 살펴보면 우리의 사회 양극화, 교육 양극화 해소정책은 이제 출발점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양극화의 양상을 문제로서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해소 필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방안을 찾는 사회적 합의과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별기획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