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정상 연주대(629m)는 12개의 수직 암봉으로 이루어져 장관을 이룬다.
이 모습이 마치 벼슬아치들이 쓰는 관모를 닮았다고 해서 관악산으로 불린다.
혹은 닭의 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관악산 기운을 받으면 높은 벼슬에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관악산 아래 서울대 출신들이 우리나라의 높은 관직에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의 경복궁을 중심으로 주산은 북악산, 좌청룡은 낙산, 우백호는 인왕산, 안산은 남산이다.
그리고 관악산은 조산이 되는데, 앞쪽 멀리 보이는 산을 말한다.
관악산은 암석이 많은 금산이고 모습이 불꽃 같다고 해서 화형산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궁궐에서 보면 관악산의 화기가 강하다고 해서 여러 가지 비보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숭례문 현판인데, 현판의 글씨가 불꽃 모양이어서 불기운을 불로 막겠다는 비보의 방법이다. 그 외에도 광화문 앞 해태는 관악산의 화(火)기운을 누르기 위한 주술적 의미가 있고, 경회루 연못은 비상용 소화수였다.
관악산 연주대에는 응진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솟구치는 암석 위에 자리한 까닭에 신분 상승을 꾀하거나 수능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기도 명당으로 이름난 곳이다.
어느 여행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기도 명당으로 설악산 봉정암, 남해 보리암, 팔공산 갓바위, 선운사 도솔암, 관악산 연주대를 꼽기도 했다. 또 어느 신문에서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사찰로 연주암을 말하기도 한다.
영험한 기도 도량인 연주대 응진전에는 다음과 같은 가피가 전해진다.
오래 전 한 불자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는 기이한 마음에 쌀을 짊어지고 응진전에 올라 정성껏 공양을 올렸다.
그날 밤 꿈을 꾸는데, 자신에게 큰 구렁이가 위협적으로 달려들어 위험한 순간, 갑자기 무언가 나타나 구렁이를 물리치면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꿈을 꾼 다음 날 승용차를 타고 출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맞은편에 있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충돌하기 직전 핸들을 틀어 길 아래로 차가 구르면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가 지난 후 깨어보니 차는 크게 부서진 상태였으나 자신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며칠 전 응진전을 오른 뒤 꿈을 꾸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부처님 가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후부터는 틈만 나면 응진전을 오른다고 한다.
2024년 여름, 뜻하지 않은 일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필자에게 지인이 권하기를 관악산 연주대가 소원을 들어주는 기도처로 이름난 곳이니 연주대를 올라볼 것을 권한다.
건축사업을 하는 지인은 사업이 힘들 때마다 과천향교 등산로를 통해 연주대에 오르는데, 그때마다 어려움이 해결되더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기도 명당이라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던 무렵, 무작정 일요일 아침에 관악산 등반에 나선다.
서울대 공학관쪽에서 오르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은 코스다.
가끔 곳곳에서 밧줄을 타고 오르는 난코스는 유격훈련을 받는 것처럼 힘들기도 하지만, 기암괴석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는 전망은 일품이었다.
이윽고 연주대에 오르니 한여름 폭염에도 수많은 사람이 정상에 앉아 있다.
아마도 각자의 마음 속에는 간절한 소망을 갈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힘들게 올라온 탓에 연주대가 잘 보이는 곳을 다니며 둘러보는데, 무등산 입석대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참고로 연주대와 응진전 전망은 연주암 좌불이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당시 필자는 이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는데, 연주대에 올라 기도하기를 7월에 계약을 하고 8월에 이사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박한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실제로 살고 있던 집이 계약되었을 뿐 아니라 이사 날짜도 8월 중순으로 결정되면서 필자가 바라던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 시기에 필자의 지인 역시 이사갈 집을 계약하고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필자의 신기한 경험을 듣고 연주대에 홀로 등반한다. 그리고 나서 실타래처럼 얽혔던 문제들이 하나씩 풀리더란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또 한 번 연주대에 오르고 싶다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세 사람이 모두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연주대에 대한 반신반의가 믿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요즘은 틈날 때마다 연주대에 오르곤 한다.
당신이 지금 힘든 일을 겪는다면 관악산 연주대에 오를 것을 권한다.
종교와 관계없이 연주대는 모든 사람을 포용한다.
설사 기도가 목적이 아닐지라도 기암괴석이 즐비한 관악산 등반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https://youtu.be/GdXGA0u9V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