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면 죽는다』: mystery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어주 많다. mystery 투성이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그 과정에 스릴을 느끼기도 한다. 끙끙대면서도 매력이 넘친다. “지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라! 자신만의 미스터리 방법을 갖추게 될 것이다”라고 출판사는 이 책을 광고했다. 『지루하면 죽는다』는 이 말은 좀 섬뜩하게 들리지만, 이 책의 원제목이 『미스터리』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조나 레러(jonah lehrer)’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과학과 문학이 조화를 이루는 《사랑을 지키는 법》등 여러 저서를 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4.1.19. 번역 출간되었다.
나이 들어서 듣는 말 중에 ‘집에 있으나 산에 있으나 똑같다’는 말이 있는데, 움직이지 못하면 살아도 산 게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비슷한지 모르겠으나 “감정이라는 것이 낯선 자, 놀라움에 걸음을 멈춰서서 경외감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눈은 감겨져 있으므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사람이 행동하는 것, 생각하는 것, 꿈꾸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뇌가 한다. 과학도, 문학도, 수영도, 당구도 그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것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모든 것을 하게 하고,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가?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에드가 알렌 포’를 알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살인사건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행은 사건을 유발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전정한 관심사는 미스터리였다. 포는 천재적인 면모로 고전적 공식을 뒤집고, 이야기의 결말을 비밀에 부쳐 재미를 더했다. 미스터리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뮈오(muo),‘눈을 감다’또는 ‘숨기다’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소설은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전개되었으나, 포는 허를 찌르는 요소를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첨가한 것이다. 이에 독자들은 책 속에서 단서를 찾아다니는 한 명의 형사가 된다.
포는 범인을 찾아가는 탐정소설을 쓰면서 인간의 마음을 낚아채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다. 인기가 식을 줄 몰랐던 그의 공식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기계였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이런 공식을 좋아할까?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것같은 범죄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미스터리한 것은 왜 심리적 가려움증을 유발할까? 도파민 때문일까? 도파민은 ‘섹스, 약물, 로콘롤의 화학물질’이라는 별명답게 쾌락주의와 한데 뭉뚱그려져 이야기될 때가 많다.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우리의 관심을 관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재밋어 하는지 파악하는 통용물질이다. 즐겁다는 느낌은 뇌가 우리에게 저길 바라보라고, 저걸 눈에 담으라고, 그기에 집중하라고 지시를 전달하는 도구다.
그렇다면 도파민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상이 가능한 뻔한 정보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미스터리 한 느낌을 주는 재미, 신경과학자들이 ‘예측 오류’라고 이름 붙인 ‘재미’라는 것이다. 불가사의 한 실종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가 되었건, 에드가 알렌 포의 탐정소설이 되었건 간에 이런 글은 도파민계를 계속 분비시켜 흥분시키고, 원시적인 보상없이도 계속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인류학자 ‘클리프드 기어츠’가 말했다. “인간은 자신이 자아낸 의미의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동물이다.”라고.
“거의 모든 동물은 어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가장 위대한 의미를 찾아낸다. 시대와 취향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작품에는 매혹적인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 경험을 설계하는 법, 경험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를 이론적으로 명쾌히 끌어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저자가 〈서문〉에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