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〇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감속 노화 실천법
인간은 자동차와 비슷한 데가 많다. 수명이 있다는 것, 사용하다 보면 고장이 난다는 것, 관리를 잘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 비슷하다. 차에 수명이 있듯이 사람도 수명이 있다. 그 수명을 다하기 전에 미세한 문제가 생기는 것도 같은데, 그것은 ‘전조증세’라고 한다. 처음에 아주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문제인 이것은 사용하는 데 불편이 따르긴 하지만, 가고 서는 등 주요한 기능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결국에 고장이 누적되어서 운행이 중단되는 상황이 온다. 인간도 똑같다.
사람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듯이 몸속의 구조나 기능의 변화가 생기는 속도 또한 차이가 난다. 어떤 기관과 기능에 노화가 더 빨리 오는지는 유전자뿐 아니라, 유년기 때부터 누적된 삶의 방식과 환경의 노출, 심지어 운運까지도 영향을 준다. 노화의 결과는 질병의 목록이 되어 나타난다. 노화 결과로 생기는 병으로는 관절염, 암, 부정맥, 만성 콩팥증, 폐쇄증 폐질환,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치매, 우울증, 당뇨병, 골다공증, 뇌경색 등이 있다. 그러니 ‘40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처럼, 60∼80살이 되었을 때, 내가 가진 병의 목록들, 질환의 목록들은 성인기를 거쳐온 ‘삶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기대여명이라는 게 있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꼬락꼬락하면서 사는 것은 산 것이 아니다. 2019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3년, WHO 계산 방법에 따른 건강수명은 73.1세였다. 2000년, 그러니까 24년 전에는 67.4년였으니 5.7년 늘어난 수치다. 그러면 앞으로 24년 후에는 기대수명이 90년이 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앞으로 24년을 더 산 경우에 나올 통계이므로 미리 국물부터 마실 일은 아니다. 통계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발견하고 잘 관리한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도, 그것을 앓게 되는 순간 건강수명은 끝난 것으로 계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질병과 노쇠는 장애를 가지고 오며,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삶을 사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마음껏 먹고 즐기며 굵고 짧게 사는 것이 철학인 사람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도 짧게 산다는 보장은 없다. 질병과 장애 탓에 오랫동안 주변 사람을 고생하게 만든다. ‘잘’나이 든다는 것은 젊어서부터 노화 속도를 적절히 늦추어 가면서 질병과 노쇠의 축적을 줄이고 중년에서 노년에 이르는 시점, ‘노인의 몸’이 되는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그래도 노인이 된다면, 그런 몸이 된 다음에 질병과 노쇠에 잘 대응해 피할 수 있는 장애와 죽음을 미루는 것이라 하겠다. 이 과정에 따르는 고통을 줄이는 것도 ‘잘’나이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관찰되는 일이지만, 노화가 심해질수록 인지기능, 우울감, 삶의 질, 신체 기능, 영양상태 등이 당연하게도 나빠진다. 노쇠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여러 측면에서 악순환을 만들고, 삶의 내재역량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도록 충분한 내재역량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고 최선이다. 나이 들어서는 어떤 병치례를 하면 내재역량이 한 번 더 푹 꺾일 수 있다. 이렇게 내재역량이 꺾여 나가더라도 악순환이 생기는 지점, 즉 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는 도달하지 않도록 충분히, 안전 마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강관리의 핵심은 내재역량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사람의 실제적 노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노화 시계(aging clock)’라는 것을 개발했다. 몸속에 존재하는 여러 인자를 측정해 나이를 최대한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한 일종의 알고리즘이다. 먹고 운동하고 생각하고 쉬고, 아팠던 것들의 누적값이 반영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환경적 노출에도 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염기서열을 덮고 있는 ‘메탈기’라는 덮개에는 변화가 생긴다. 이 덮개가 우리 몸 유전자에 영향을 준다. 이를 ‘후성유전학적 표지 패턴’이라고 하는데 혈액 한 방울로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메탈기의 패턴을 통해 사람의 나이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인데, 노화연구에 엄청난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자연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스트레스, 음주, 흡연, 코로나 감염 등)에 따라 노화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는 최초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노화 시계는 사람의 미래, 질병과 기능 저하, 사망을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일생 동안 경험한 노화 축적이 결국 생물학적 나이이자 노화 정도이고, 사람 기능의 총화(내재역량)로 그것을 볼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된 것이다.
노화와 관련하여 2023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람이 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200만 달러(약 25억원)을 쓰겠다고 한 미국의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의 이야기다. 45세이던 그는 의료진의 감독하에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여러 건강 보충제를 사용했는데, 사업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었지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이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돌보겠다고 한 것이다. 2년의 노력 끝에 생물학적 노화를 5.1년 개선하고, 노화 진행 속도 역시 24% 느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빈부격차로 인한 건강의 불평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았다. 굳이 그만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생활습관 등 교정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이야기는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아서 세간의 관심을 오래 받지는 못했다. 생활 습관 개선으로 금연, 적정 체중 유지, 충분한 신체활동, 절주, 균형 잡힌 식사, 좋은 수면 등을 실천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나이 들어서는 적게 먹고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맛이 당길 때는 좀 많이 먹었다고 생각을 할 때가 더러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하듯이 그만큼 먹는 메카니즘을 통해 혈관의 노화,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의 정도까지 결정한다. 흔히 한국인은 ‘밥이 보약, 삼시 세끼’라고 말한다. 요즘은 밥보다 다른 것들로 영양을 채우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쌀 소비가 줄었다는 뉴스가 심심찮다. 또 삼시 세끼를 꼭 채워야 하는지 의문이 없지는 않다. 삼시 세끼가 아닌 ‘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몸이 가속 노화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거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 아니라, 미세 영양소(비타민, 미네랄)도 잘 챙겨 섭취해야 한다. 매일 먹는 하루 세끼가 누적되어서 내 몸의 모든 특성을 만든다. 식사를 개선하는 것은 삶에서 경험하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많은 문제들을 개선하기도, 예방하기도 하는 강력한 기제다.
많은 사람들이 식단을 통해 건강과 장수를 시도해 왔다.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 ‘불루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2015년 지오 그레픽의 ‘댄 부트너’가 만든 개념으로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르테냐(이탈리아), 오키나와(일본), 니코야(코스타리카), 이카리아(그리스) 그리고 린다(캘리포니아)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이곳 불루존의 식사는 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섭취되는 식사 습관을 의미한다. 여기서 먹는 식사는 어떤 것일까?
① 식물중심 : 과일 채소 곡물 콩류 견과류
② 식물성 단백질 : 주로 씨앗에서 얻는 것
③ 설탕의 최소화 : 정제 설탕을 피하고 과일 등 자연식에서 얻는다
④ 전체식품 : 가공하지 않은 채로 섭취하는 것
여기서는 기본적인 식단 구성이 노화 가속 페달인 인슐린과 엠토르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엄격하게도 식물성 식단으로, 고기는 한 달에 5회 미만으로 되어 있으므로 현대인의 일상에 모두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난이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 우리나라도 전 세계 장수 국가 중 하나다. 2019년 기준에 따르면, 1등 일본(74.1년), 2등 싱가포르(73.6년)에 이어, 3등이 우리나라(73.1년)다. 한식이 충분히 장수식단의 잠재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한식은 당을 너무 많이 첨가하기도 하고, 흰쌀밥이나 밀가루면 등 정제된 곡물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장, 현미, 귀리 등 잡곡밥을 먹는 것만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피해야 하는 것은 붉은 고기, 버터, 마가린, 치즈, 튀긴 음식, 패스트 푸드, 단음식 등이다.
60이 되면 노화에 따른 여러 가지 호르몬 변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다. 당뇨병을 앓지 않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되며, 근육 세포 내의 근육단백질 생성 기구의 효율도 떨어진다. 이런 다충적 생물학적 변화 때문에 노년기에는 일정량의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근력운동을 해도 젊었을 때에 비해 생성되는 근육량이 적다. 그러나 고단백 섭취가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이때부터 근육감소증 예방과 치료에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고단백 식사가 근감소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고단백 섭취가 열량 섭취만 늘이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양제 먹을까 말까?–영양제로 결핍을 채우려 하지 마라」황산화제로 알려진 비타민C, 비타민D, 비타민E 에다 오메가-3까지, 관절염에 좋다는 글루코사민, 뼈에 좋다는 콘드로이친,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까지 아침에 챙겨 먹는 영양제가 10종이 넘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 영양제 영양소가 크게 부족하다면,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맞다. 비타민D 결핍은 뼈와 근육 건강이 유지되기 어렵고, 엽산과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빈혈이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이런 미량의 영양소가 병적으로 부족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양소는 정상적인 사람에게 정상범위 이상의 농도를 보인다고 한다.
내가 클 때는 들어보지도 못한 ‘글로코사민’이니 ‘콘드로이친’이니 하는 것들은 연골 건강을 유지하고, 관절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너나 할 것 없이 먹는다. 하지만 이것도 연구 결과는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효과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입증되었다고 한다.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연골의 부담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며 관절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조제에 의존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콜라겐이란 것도 그렇다.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전반적으로 의학적 효과를 주장할 수 없다.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이미 약으로 분류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식품과 약품의 규정 차이이겠지만, 약품이 되려면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반면 식품은 영양과 맛을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건강식품을 맹신하지 말자.
인류는 농경을 시작되기 전부터 하루 15∼20㎞를 걷고 뛰었다고 한다. 그래야 먹을 것을 잡고, 채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인에게 걷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최근 걷기 플랫폼인 ‘위크온’이 분석한 2001년 서울 시민의 하루 걸음 수는 4,898보였다. 플랫폼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면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심지어 많이 걸으면 소모품인 무릎이 닳아서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도 하는데, 맞는 말일까? 사실은 이런 통념과 달리 신체활동이 많은 이들이 관절 주위 근육이 튼튼하므로 오히려 관절염을 앓을 가능성이 적다. 풍경과 소리와 호흡을 느끼며, 주위를 살피며 걷는 것 자체로 훌륭한 마음챙김이 된다. 명상과 숲속을 걸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걷기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관절에 통증이 생기고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어떤 문제 때문일까? 침상에만 누워있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1%씩 근력이 감소한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노화가 진행되는 30대 중반 이후 매년 1%씩 감소하므로, 1년 치를 하루에 잃어버린 것과 같다. 몇 시간만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로 있어도 온몸에 염증이 생기고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며 지질 패턴이 나빠진다. 인간은 움직이지 않으면 급속히 노화한다. 많이 걸으면 연골이 닳는다고 걱정하지만, 오히려 걷는 것이 연골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을 잃어버리는 특성이 있다. 연골 주변 근육 활성화가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러나 본인의 몸으로 걷기를 견딜 수 없을 정도, 즉 근골격계의 내재역량이 부족한 상태로 역량 이상의 걷기를 감행하면 어딘가에 탈이 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어딘가 문제가 생겨 굉음이 나고 잘 나가지 않는 차에 가속 패달을 밞는 것과 같다. 걷는 자세도 중요한데,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것은 목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어깨는 좌우가 서로 멀어지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좋고, 허리는 곧게 펴고 배를 당겨 척추를 중립으로 유지한다. 팔을 흔들며 걷는 것은 속도를 빨리하고 균형을 잡은 데도 도움을 준다. 보폭은 편안하게 하되 조금씩 늘이면서 걸으면 효과를 높인다고 한다. 결국 걷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걷기 명소에 가면 그림으로 안내하고 있다. 어쨌든 무조건 하루 만 보 또는 2만 보를 걷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두자.
자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습관으로 강화되고, 악순환으로 만병을 얻는 계기가 된다. 바르게 앉고, 서는 법은 이렇다.
〈바르게 앉는 법〉
① 궁둥뼈 결절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② 정수리와 궁둥뼈 결절이 일직선이 되게 한다.
③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게, 무릎과 발가락 방향이 일치하게,
④ 복근에 약간 힘을 주고 척추는 중립으로 한다.
〈바르게 서는 법〉
① 고관절과 무릎을 편다.
② 키가 커지는 느낌으로, 턱은 당긴다.
③ 턱,목,어깨의 긴장을 푼다.
④ 어깨를 바깥쪽으로 멀어지듯 한다.
허리·다리 건강도, 혈관 건강도 모두 중요하다. 그렇지만 뇌 건강도 무시할 수 없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 ‘치매’다.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두려움에 한몫 거든다. 노년기에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노화로 인하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뇌에 과부하가 걸리면 건망증이 생긴다. 건망증은 해마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므로 힌트를 주면 기억해 낼 수는 있다. 또 ‘경도인지장애’라고 있는데, 이것들은 그래도 일상생활 모두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데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치매’는 매우 심각하다. 치매 외에도 가성치매, 인지노쇠 등이 있는데, 이는 우울증으로 인한 것이므로 원인인 우울증을 치료하면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레카네맙’이란 치매약과 이보다 강력한 효과의 약도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인 기전은 비슷한데다 둘 다 유사한 부작용이 있고 가격도 비싸다. 머지않은 미래에 주사 한 대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치매의 원인은 노년의 경우 흡연(5.2%), 우울증(3.9%), 사회적 고립(3.5%), 대기오염(2.3%), 신체활동 부족(1.6%), 당뇨병(1.1%)을 꼽는다. 알콜은 1%가 되지 않지만, 알콜성 치매 역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적절한 영양, 운동, 긴장 이완, 회복 수면, 두뇌의 최적화가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에서 딘 세르자이가 말했다. 결국 치매 예방약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으며 비용부담이 적은 방법은 생활습관의 개선을 개선하는 것이다.
건강의 바로미터라고나 할까, 이런 모든 노력의 전제 조건은 ‘수면’이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오르고, 판단력과 자제력, 집중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면 다음 날 당과 정제된 곡물, 술, 담배에 대한 욕구가 치솟고, 이때 만약 정크푸드를 섭취한다면 증가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에 인슐린 저항성마저 생기니 혈당은 더욱 치솟고,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인슐린이 분비되면 우리 몸은 소금과 물을 품으려 한다. 그로 인해 다리 부종이 생기고 자려고 누우면 부종이 얼굴 쪽으로 올라와 코골이를 만들거나, 밤 중에 소변을 자주 보게 한다. 혈압이 오르고, 다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근력운동을 해도 효과가 안 난다. 수면은 인슐인 저항성, 대사질환, 고혈압, 만성 염증, 암, 노화, 노쇠 등과 연관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인, 우리 사회는 잠에 인색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을 믿고, 성공하는 사람은 더 일찍 일어나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잠 다자고 언제 공부하냐?’고 나무란다. 2021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이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수면시간 8.3시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모든 스트레스 요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 속에 발전을 유도하는지도 모른다. 관리가 문제다. 어쩔 수가 없는 스트레스라면, 반응을 조절,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고, 술을 마시는 것은 정도를 더 높일 뿐 해소법이 아니다. 머리를 비우고 몸을 움직이고, 진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제대로 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현재의 순간을 직시하는 연습을 통해 느껴지는 것을 완화하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개선의 효과가 잘 알려진 명상법으로 ‘마음 챙김’이다.
스트레스가 많아 숙면을 위해 술 한잔 필요하다면, 오히려 술을 내려놓고 호흡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났다. 마음챙김 명상은 앉거나 누워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서서 할 수도, 걷거나, 달리기, 수영, 요가, 근력운동,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실천할 수 있다. 특히 걷기는 30%가 피지컬(신체), 70%가 멘탈(정신)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활동이나 동작을 하면서 잠시 호흡을 끊거나, 긴장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취미나 창작활동, 종교활동, 봉사나 사교모임 등 사회 활동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호흡법은 의식하고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횡격막은 계속 호흡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호흡이 가지는 중요성을 잊고 살아간다. 호흡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닻이며, 통로다. 우리가 불안감을 느끼면 호흡이 얕고 빨라진다. 이런 호흡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더 심화한다. 반대로 깊고 느린 호흡은 몸에 평온함과 안정감을 찾게 한다. 인류는 이 이치를 알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호흡을 바라보거나,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호흡을 통제하지 않고 관찰하면서 조절하는 법으로는 심호흡, 횡격막 호흡(복식호흡), 5:5 공명 호흡 등이 있는데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마음을 빠르게 가라앉게 한다.
5:5 공명 호흡은 5.5초간 숨을 들이쉬고, 5.5초간(다섯 번 심박수 맞춰) 숨을 내쉬는 것으로, 이것을 5∼10분 동안 반복하는 것이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며 자율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 ‘택시 기사의 해마가 매일 같은 코스를 도는 버스 기사 해마보다 크다’는 전문가의 연구가 있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인지적 부담이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 결과다. ‘은퇴’는 갑작스럽게 사회적 위축이 발생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무너지기 쉬운 상태가 되기 쉬운 생애 주기의 이벤트이다. 이때는 일이나 취미를 포함한 일상의 재조정을 통해 자극을 유지해야 루틴을 지키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내재역량을 높은 상태로 유지하면, 은퇴했지만 은퇴하지 않은 상태, 나이 들지만 젊은 상태를 유지하며 평생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가 경험하는 즐거움의 총량을 늘리는 방법은 현대적이고 쾌락주의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자극원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즐거움은 균형잡힌 생활, 신체·정신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모두 지키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즐기면서 살기’와 ‘건강하게 살기’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여야 한다. ‘건강하게 사느라고 스트레스 받느니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살겠다’고 하는 것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성숙하지 못한 일종의 자기 방어기제다.
사람은 어떤 한 가지 방식으로 효과를 보기 시작하면, 그 방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근력운동이 될 수도,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체지방이 한 자릿수가 되도록 다이어트에 열심인 사람도 있다. 불루존 식사, MIND 식사도 좋지만, 다면적 방식의 가장 기본적 방식은 ‘다양성’과 ‘적당함’으로, 이는 ‘중용’과도 통한다. 한 가지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고’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제 그것의 실천만 남았다. - 24.11.1 새벽
이 책의 저자 정회원 선생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뒤, 현재는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수 방송과 강연을 통해 노인건강 인식 개선 및 노화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