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에서 동작문인협회 시화전 열다
이숙진
국립현충원에서 동작문협 시화전이 열렸다. 회원 시낭송회도 겸한다. 오후 세 시가 개막식이지만, 언니 두 분과 오전 11시에 만났다. 시화를 관람 후 봄꽃이 만발한 산으로 오른다. 만개한 수양 벚꽃은 재질이 유리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반짝인다. <봄에 피는 꽃들은 겨울 눈꽃의 답장>이라던 오토쿠니의 하이쿠 한 줄이 생각난다. 이 어마어마한 벚꽃이 정녕 겨울 눈꽃의 답장일까.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이라던 바쇼의 글처럼 정말 눈에 들어오는 것도 벚꽃뿐이다.
흰빛이 얼마나 강렬한 지 노란 개나리가 종종 종종 외쳐봐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아름답던 분홍빛 꽃도 수양버들 흰빛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흰빛과 초록의 대비가 더 산뜻하다. 아직은 연둣빛이지만, 초록을 향한 무한대의 희망으로 가슴을 적신다.
산속으로 갈수록 백 년은 됨직한 검은 나무에 유리 꽃을 방불케 하는 벚꽃이 흐드러졌다. 드디어 수양벚꽃이 전해주는 아드레날린 효과가 분출된다. 기관지를 확장해서 더 많은 산소를 섭취하게 된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에너지원이 근육으로 보내지는 듯 발걸음이 가볍다. 천안삼거리 수양버들도 아닌 것이 축축 늘어진 주먹만 한 꽃송이가 사람을 흥분시켜 더욱 활동적으로 만든다. 목소리가 터져서 노래가 막 튀어나온다.
4월 초순이 절정이다. 구름처럼 밀려드는 차량을 보면서 주말을 피해서 가면, 사진 찍는 데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울 것 같다. 주말에는 원내 식당도 복잡해서 줄을 서야 하고, 식사 중에도 시끄러워서 쾌적하지 못 했다. 주차 공간이 넓고, 종일 무료다. 현충지 둑에 가면 동작문인협회 회원의 시화 7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만화방창 공간에서 시 한 수 읽어 보는 재미도 솔깃하겠다.
첫댓글 우리 눈으로 보는 세상의 빛깔은 색으로 구분합니다.색에도 빛깔이 있습니다. 색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보는이에 따라서 아름답기도 하고 음울하기도 합니다.그래서 시인은 몇줄의 시로서 이 색깔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글을 대신힙니다.가능하면 우중충한 마음과 우울한 생각으로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치 않으려합니다.고려시대 중기 김황원이란 선비가 있었씁니다.그는 평양 부벽루에 올라 거기에 걸려 있는 평양산천을 읊은 시를 보고, 신통치 못하다 하여 다 태워버린 뒤 스스로 짓기로 했으나, 경치에 감격한 나머지 해질 무렵에야 겨우 "긴 성벽 한 편으로 넘쳐넘쳐 흐르는 물이요 넓은 들 동쪽에는 한 점 한 점 산이로다"라고 읊고는 끝내 끝을 맺지 못하고 통곡하며 내려왔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렇듯 세상의 아름다움을 대신하는 경치를 한줄 글로 표현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각해 이숙진 작가는 동작동 현충원의 흐드러지게 핀 수양벚꽃에 의미를 둔 마음을 전했습니다..글로써 경치를 표현한 아름다운 문장이 대단합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의미있고 수준높게 댓글을 주시니, 자꾸 쓰고싶어집니다.
전 같으면 선생님께서도 나오셔서 화전놀이를 하셨을텐데, 이젠 창립멤버는 잘 보이지 않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