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그릇된 신념을 갖고 이를 행하는 자, 바로 그 자가 악마이다.
악마가 그대의 곁에 있다. 항상 조심하라
정리 김광한
움베르토 에코
1986년 이윤기가 번역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처음 무슨뜻인지 잘몰라서 중간쯤 읽다가 그만 놓아버렸다.그리고 다시 2년정도 후에 읽었더니 다소 의미가 닿았다. 세번째 읽었을때 진한 감동이 왔다.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는 여기에 관련된 중세사회의 흐름과 종교에 대한 상식을 갖지 않으면 읽기가 매우 어려운 책이다.특히 중세 가톨릭 교회와 연관된 수도원의 삶에 대한 여러 자료를 섭렵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그러나 지금은 세상에 없는 번역자 이윤기의 섬세한 표현과 알기 쉽게 풀이한 해설은 금방 마음에 와닿았고 방대한 내용의 글을 독파할 수가 있었다.원작은 움베르토 에코이지만 이를 알기 쉽게 전달한 사람은 번역자인 이윤기인 셈이다.이윤기는 에코의 또 다른 난해한 책 <푸코의 추>를 번역했다. 내용의 중심은 성서와 관련된 책을 필사하는 도서관에서 수도사들이 필사를 하는 과정에 여러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여기에 의심을 품은 주인공은 아리스토 텔레스의 희극론을 극히 경멸하던 원장 수도사가 범인이란 것을 알게된디. 이 수도사는 희극론이야말로 엄숙한 주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이라 믿고 페이지에 독약을 칠해 이를 만지던 수도사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작가는 나중에 이란 말을 주인공을 통해 전한다..악마는 다름아닌 무지한 신념을 갖고 이를 실해하는 자이다.21년전에 발생한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인 범인 옴진리교 교주지하철 사린 테러. 이노우에 요시히로(井上嘉浩),한국의 백백교 교주를 비롯한 오대양 사건 등등 자신의 그릇된 신념을 마치 신에게 부여받은 것처럼 행세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시킨 사이비 교주들, 이들은 자신이 거짓임을 알고 한 자들은 사기꾼이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악마였다.
전세계의 전쟁범죄자들, 스탈린 김일성 히틀러 무솔리니 폴포트 같은 자들 역시 그릇된 신념을 행사한 악마들이었다.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이런 자들이 널려있다.장미의 이름은 현대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긴 시간을 내다보고 쓴 철학적인 내용이 전체를 차지한다.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데뷔작 『장미의 이름』은 1980년 출간 이후 현재까지 2천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20세기 후반의 문학계가 생산해 낸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현대 사회의 위기를 소설로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에코는 출판사에 근무하는 연인으로부터 추리 소설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집필에 들어가 2년 반 만에 불후의 걸작을 탄생시킨다. 『장미의 이름』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 바치는 하나의 찬사이자, 그 자체로 완벽한 본격 추리 소설이다. 1981년에 스트레가상, 1982년에 메디치상을 받았고, 1999년에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선정 〈20세기의 기억할 명저〉로 꼽혔다.
14세기 무렵, 시자 아드소는 영국의 수도자 배스커빌의 윌리엄과 함께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도착한다. 서로 대립하고 있는 두 성직자 무리가 이곳에서 가질 회합 때문에 온 두 사람은 뜻밖에도 참혹한 살인 사건과 맞닥뜨린다. 수도원장으로부터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윌리엄은 아드소와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좇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한의 묵시록」 속 예언을 재현하는 듯이 수도사들이 잇달아 기이한 죽음을 맞이한다. 두 사람이 머무른 7일간, 과연 둘은 이 기묘한 죽음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장미의 이름』은 1986년 첫 한국어판을 낸 이래 두 차례 대대적인 개역 작업을 거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번역을 다듬어 왔다. 이윤기 씨의 유려한 필치와 충실한 주석들이 빛을 발하는 한국어판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문과 독자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 애쓰는 번역 작업의 노고와 성과를 보여주는 뛰어난 예이기도 하다.
이번 디에센셜판은 『장미의 이름』을 한 권으로 묶고 거기에 에코가 직접 저술한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를 더했다. 1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두께가 말해 주듯 『장미의 이름』을 온전히 읽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성으로 에코가 정교하게 직조한 미스터리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구성의 충실함에 더해, 유럽 중세에 널리 읽히던 베아토 수도원장의 『「요한의 묵시록」의 주석서』 속 삽화를 금박으로 입힌 화려한 고급 장정은 읽는 재미뿐 아니라 소장 가치 역시 높여 줄 것이다. 또한 표지 디자인을 모티프로 한 반달 색인으로 독서의 편의성을 높여 디자인과 실용적인 면을 두루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