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청소년과 허영심 아저씨
壁40기 최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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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뼛조각 깊이 기어 다니는 얼룩들이 쓰레기통에 살고 있었어요.
멋있는 장르의 휘날리는 색소가 쏟아지고 길게 뻗은 더러운 융단에는
시퍼런 다리를 꼬며 널브러져 있는 413페이지를 박박 할퀴어대는 아이가
정맥 아래의 실개천을 싸돌아 다니는 미치광이의 포효를 잡아먹고 있었지요.
하루종일 앉아만 있어서 허기진 아이는 너무 배가 고파서
일 년 전에는 역병의 웃음기를 하얗게 내보이는 입술도 마구 집어 먹었어요.
잠깐 저 바깥의 궤도로 달려 들어간 사회를 말없이 째려보다 다시 등을 돌리고
퇴근길의 저녁상을 치우며 그는 다시 944페이지를 계속 집어 먹었지요.
그렇게 아무 표정도 없이 마지막 신념을 짓누르는 밤거리의 천장은 전혀 모르는
천박한 지렁이들을 고스란히 모아서 학적이 없는 백치의 얼굴을 그렸네요.
증서는 장난삼아 저 얼룩들의 바깥 땅에 처박아 놓고는 여전히 백치인 얼굴.
저 어디선가 열차들이 울리는 경적은 랑그를 속이고 내뱉은 바보같은 파롤.
맨몸으로 앉아 있는 거친 시니피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물품들만
알아듣지 못하는 글씨들의 속삭임을 짓밟으며 저 거대한 문명의 길로 갔습니다.
그 위에서 쿵쿵 뛰어다니며 더 빨리 밟아보라고 범박한 소나타를 소비하는
춤꾼 아저씨도 한 달 전에 부망의 구석에 앉아서 뱃살을 흐느적대고 있었어요.
달빛의 색깔을 화려한 손톱에 더욱 치장하며 소설이 흩뿌리는 빗줄기를 맞고
별 것 없는 소박한 에세이 한 장의 겉치장을 한 빵을 벌컥 삼켰어요.
일주일 전에도 13월의 밀물을 그리는 글솜씨를 사치로 흘리고 다니면서
하얗게 떠오른 0일의 햇살을 기념하며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고 자랑했지요.
그것은 저녁상으로도 참 짜릿한 것이었어요.
소설의 저 위로 올라가면서 똥을 싸며 현기증 나는 언어들을 내뱉을 거니까요.
맞아요. 이것은 어느 거인의 하얀 옷치장을 다 뚫고 위로 올라가는 소설이지요.
그래서 아저씨는 어제 부망의 구석에서 몸을 흐느적거리면서
엄숙한 추위에 떠는 파롤을 떠밀어야 하는 랑그의 발톱을 깎아주었어요.
더욱 가냘프게, 그래서 그대에게 더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열심히 깎아주었어요.
- 2 -
옛날 옛날에 뼛조각 깊이 기어다니는 얼룩들이 아이의 목덜미를 뒤덮었어요.
땅바닥을 헤집고 다니며 뜨거운 야근의 참상을 구걸하는 미치광이 아이는
어제까지도 아무런 실가닥도 맴돌지 않는 안단테 칸타빌레만을 들었어요.
이빨로 박박 긁고 해골바가지의 자국을 남기는 키스는 정말 인상적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1313페이지까지 다다르는 백치의 정전을 놀랍도록 속독하고
저기 보이는 눈 시퍼렇게 뜨는 부르주아의 외계어를 한 번 째려보았어요.
이 녀석은 끝내 쓰레기통 한 편의 오물을 보면서 파롤을 대충 그리고선
저 멀리 증서의 출렁거리는 궤도는 깜빡 잊어버린 채 낙제점을 선물받았지요.
그리고 저 위에서 궤도를 타고 새로운 계절의 서사를 밟고 걸어가는 아저씨는
심신의 독재자로서 치장 가득한 쟁취를 이루기 위한 법을 공포하여
암담한 눈동자의 파롤을 떠밀어 내며, 담기지도 않는 에세이의 말을 내뱉었어요.
저런, 오늘의 분침이 마침내 어긋나고 아저씨도 낙제점을 받았네요.
저 멀리 고립된 채 등을 돌리고 있는 귓등에는 도저히 향할 수 없던 랑그는
오늘의 성격 삐딱한 시간에 탑승하며 기이한 시체들의 오작교을 향하여 갑니다.
어색한 옷차림으로 새로운 장르의 해빙기에 떠밀리던 어눌한 파롤은
오늘의 형체 괴팍한 시간에 탑승하며 잠자는 머저리의 무덤을 향하여 갑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낭떠러지의 길로 힘차게 도망가는 그들을 잡으러 가봅니다.
징그러운 얼굴의 덧칠이 잔뜩 이루어진 1313페이지의 언어들이,
무식한 건망증의 얼굴을 입은 기계 속 덜익은 언어들이,
잔뜩 대변을 갈구고서는 치우지도 않고 남긴 질퍽거리는 젤라또를 밟으면서,
그런 열등감에 함몰된 자해의 자국들을 덜떨어지게 먹으면서.
그리고 일주일 뒤에 회색 도시의 게걸스러운 입술을 떠올린 뫼비우스의 띠에서
거울에 비치지 않던 두 사람은 마침내 수치스러운 초승달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그렇게 예쁘다던 우아한 손톱이라는 어느 아저씨의 말은,
그것이 바로 머나먼 세계의 끝이라는 어느 아이의 말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두 팔이 잘리고 축 늘어진 어느 관의 유물은 사실은 흉악한 발톱이지요.
지독한 현기증에 취한 채 이 종이를 위한 거대한 치장을 방백으로 해봅니다.
나는 바보같은 구닥다리 청소년입니다. 나는 눈치없는 허영심 아저씨입니다.
그리고 저는 일렁거리는 구닥다리에 허영심입니다.
옛날 옛날에 도약을 위한 언어를 해골물에 담금질하는 얼룩들이
구닥다리에 허영심이라는 아주 근사한 쓰레기통에 살고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작년까지는 '최진태'라는 이름으로 생활을 했으나 올해에 개명을 하여 '최진혁'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머지 않아 훈련소로 가야 하는 관계로 올해 시전에는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도 같이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