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은 도심과 접해 있는 국립공원으로 연평균 탐방객이 천만명이 넘는 세계적인 명소다. 북한산은 삼각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백운대, 인수봉, 만경봉 세 봉우리가 정상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3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K-마운틴이 인기라고 한다.
북한산 백운대(837m)에서 시작한 능선은 여러 갈래로 분파된다. 보현봉(650m)과 형제봉을 거쳐 북악산에 이르는 능선, 비봉과 향로봉을 거치는 비봉능선, 그 외에도 의상봉 능선, 응봉 능선, 원효봉 능선 등 수많은 능선이 있다.
풍수에서 좋은 땅은 크고 험한 산이 곱게 순화되는 산줄기 끝에 생기는 법이다. 마치 누에가 껍질을 벗듯 탈바꿈해야 되는 것이다. 고서에서는 혈은 산의 꽃이니 나무의 열매와 같다고 했다. 이때 나무의 열매가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맺히듯 산의 혈 또한 산줄기 끝에 맺히게 된다. 혈은 산중에서 가장 건강한 지점으로 명당의 묘터와 집터를 만들고 그보다 크면 도시를 형성한다. 이런 곳에 살면 부자가 되고 큰 인물이 나며, 건강하다는 것이 풍수의 핵심이다.
그 지점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안온하고 양지바른 곳이며, 조망 또한 탁월하다. 그리고 혈처를 중심으로 빼어난 모습의 산들이 에워싸게 된다.
풍수고전에서 혈처는 산천정기가 맺힌 곳으로 만물을 생하는 곳이라 했다. 그런 땅은 사람의 운명까지 바꾸기 때문에 탈신공개천명(奪神功改天命)이라는 말까지 있다.
전 서울대 지리학과 최창조교수는 “진짜 확실한 자리는 언덕이 훌륭하고, 태양이 아름답고, 바람이 부드럽다. 그리고 하늘은 새로운 빛을 띠고 있다. 즉 별세계(別世界)이다. 혼돈 속에 고요함이 있고 고요함 속에는 명랑한 기운이 있다. 그곳에 들어서면 앉으나 서나 마음이 즐겁다. 이곳은 기(氣)가 모이고 정(精)이 쌓이며, 비술의 기운이 사방으로 뻗쳐 나간다.”고 했다.
또 풍수계 원로이신 박시익 교수는 명당은 좋은 기운이 모여 있는 땅이며, 그 중에서도 혈처는 음양의 기운이 뭉친 생식기와 같은 곳이라 했다.
그런 까닭에 혈을 파워스폿이라 부른다. 등산을 가더라도 이런 곳에서 쉬면 저절로 파워 넘치는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북한산 줄기에는 많은 명당이 있다. 북한산이 가장 길게 이어진 용산 일대에는 대통령실이 들어섰고, 북악산 동쪽 기슭에는 성북동의 부촌을 형성했으며, 보현봉 아래 평창동에는 럭셔리한 연예인 마을이 들어섰다. 북악산의 또 다른 줄기에는 창덕궁과 종묘가 자리했다. 북한산은 큰 나무처럼 많은 곳을 품어주는 것이다.
북한산 비봉능선은 사모바위와 진흥왕순수비가 있어 필자가 즐겨 찾는 곳이다. 사모바위는(560m)는 하나의 커다란 암괴로 이루어졌는데, 한 남자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간 여인을 사무치게 기다리다 여인을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되었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비봉(560m)은 신라시대 때 세워진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 1816년 추사 김정희가 이곳에 올라 글을 판독하여 진흥왕이 세운 것임을 알게 되었고 그 후 비석이 있는 봉우리라 해서 비봉이라 불리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신라는 북한산의 많은 봉우리들 중에서 어째서 그곳에 비를 세웠을까?
더 높은 백운대(837m)나 보현봉(650m)에 세우면 신라의 권위가 더 상징적이지 않았을까?
풍수인의 관점에서는 아마도 비봉이 힘이 있으면서도 기품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신라인들은 북한산의 많은 봉우리 중에서도 비봉을 가장 의미 있게 보았던 것이다. 원래의 비석은 마모를 우려해 중앙박물관으로 옮겼고 지금은 복제품이 자리하고 있다.
비봉을 지난 산줄기는 향로봉을 거쳐 다시 족두리봉(370m)까지 이어지는데, 산줄기 흐름이 강렬한 힘을 간직한 체 역동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험한 바위로 이루어졌으면서도 상하좌우 흐름이 질서 있게 기품있는 모습이다. 족두리봉은 독수리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수리봉(鷲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수리봉이 훨씬 어울리는 명칭이다.
비봉능선이 끝나는 족두리봉은 좌우가 균형 잡힌 옹골찬 형태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다. 이 말은 족두리봉을 주산으로 삼으면 어딘가에 큰 명당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족두리봉을 산의 흐름대로 따라가면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용맥이 몇차례 기복을 거치다가 불현듯 멈춘 곳이 있다. 그곳은 암반으로 이루어졌지만, 족두리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1차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보면 족두리봉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백련산과 인왕산, 모악산이 우뚝 서 있고 우측에는 봉산이 크게 감싸면서 넓은 분지를 이루고 있다. 좌측 산줄기는 장수처럼 우직한 형태고 우측 산줄기는 부드러운 여인 같은 모습이니 음양의 조화가 절묘하게 이루어진 곳이다.
우백호인 봉산 줄기 끝은 증산동에서 마무리하며 안산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넓은 분지 가운데로 사방의 물이 모이는 지형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경복궁처럼 북악산의 삐딱함과 자하문의 함몰로 인한 북서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안산 너머로는 멀리 소래산과 계양산이 빼어나게 보이는데, 수려한 형태가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족두리봉 좌우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1차로 대조시장 인근에서 합수하고 다음에는 연신내에서 흐르는 하천과 응암역에서 합수하여 불광천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불광천은 상암동에서 홍제천과 합류하여 한강으로 구불구불 흐르니 물줄기 또한 길한 형태다.
이곳에 있으면 누구라도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상쾌한 조망을 볼 수 있는데,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강직한 힘의 주산은 카리스마 넘치고 청룡은 용맹한 장수와 같으며, 백호는 충직한 신하와 같다. 멀리 빼어난 봉우리는 주군을 돕는 지혜로운학자의 모습이고 여러 물줄기가 모이는 지형은 부가 넉넉한 곳이다. 한 나라의 도읍까지는 아닐지라도 큰 도시가 들어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땅이다.
명당의 포스를 알고 싶은 사람은 이곳을 답사하면 되는데, 가끔은 필자와 만날 수도 있다.
https://youtu.be/vOJGybRoe5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