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한라산 주위에 360개 정도의 오름이 있는데,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격렬한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오름이란 산봉우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표현으로 분화구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그런 관계로 대부분의 오름은 아기자기한 모습을 띠고 있다. 제주도민에게 오름은 죽어서 돌아갈 영혼의 안식처이자 민속신앙의 터로 신성시되는 곳이다. 그래서 오름 곳곳에는 제를 지내던 당이 설치되어 있다.
제주도 올레길 18코스 주변 삼양동 바닷가에는 원당봉(169m)이란 오름이 있다. 원당봉을 멀리서 보면 마치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둥그런 모습이다. 풍수에서는 이런 모습을 금형산이라 하는데, 부가 많은 산으로 간주한다.
秀麗聳拔多成貴, 肥大重厚多成富(수려하고 빼어나게 솟은 것은 귀가 많고 살이 쪄 중후한 것은 부가 많다)
원당봉은 암석은 거의 없고 흙이 많은 육산이다. 대체로 암석은 찬 기운이고 흙은 따뜻한 기운이니 원당봉은 온화한 기운이 충만한 오름인 것이다. 이런 산은 특히 건강을 유지하는데 탁월한 곳이니 병약한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삼양동 올레길에서부터 시작하면 2시간 정도면 원당봉 둘레길과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는데, 피톤치드 가득한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는 새소리가 그치지 않고 편안한 흙길은 여유로운 마음이 든다.
원당봉 둘레길에는 구럼비나무가 많은데, 바닷바람에 강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방품림으로 사용한다. 구럼비나무 추출물은 암질환의 예방과 치료,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식물이다.
원당봉에는 제주도 오름 중 유일하게 분화구에 자리한 문강사란 절이 있다. 제비 둥지처럼 동그랗게 둘러싸인 한가운데 자리했으니 풍수로 구분하면 와혈의 형태다. 와혈은 바람을 막는데 탁월할 뿐 아니라 안온한 곳이어서 예로부터 가장 선호한 명당 터였다. 실제로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이곳은 바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포근한 곳이다.
절 앞 분화구에는 천연 연못이 있는데, 연꽃이 필 때면 장관을 이루게 된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주차를 하고 원당봉을 오르면 된다.
원당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불탑사와 원당사가 있는데, 제주 오름 중에서도 땅의 기운이 좋은 탓인지 사찰이 많은 편이다. 불탑사에는 고려시대 세워진 5층석탑이 보물(제1187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석탑이다. 원나라 때 기황후가 아들을 얻기 위해 명당으로 소문난 원당봉 중턱에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한다.
석탑 주변에는 붉은색 돌이 깔려있는데, 화산재의 일종으로 ‘화산송이’라고 부른다. 주성분은 세라믹 성분이어서 살균력이 뛰어나고 원적외선 방출 능력이 있어 참숯과 황토를 결합한 것 같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건강을 지키는 신비한 흙으로 알려져 있다.
원당봉 아래 바닷가에는 삼양해수욕장이 있다. 특이하게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곳인데, 탁월한 해독작용이 있다고 소문이 나서 맨발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성지와 같은 곳이다. 그런 탓인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백사장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삼양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민물의 용천수가 있고 노천탕에서는 샤워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제주 해녀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지만, 도시 사람들은 물이 너무 차가워 등골이 시릴 정도니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해수욕장 인근 바다에는 방파제를 따라 멋스러운 등대가 있는데, 탁 트인 제주 바다와 한라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재복이 많은 원당봉은 따뜻한 기운의 땅이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에 최적의 오름이다. 인근의 오층석탑에서는 화산송이의 신비한 기운을 받을 수 있고 검은 모래로 덮인 삼양해수욕장에서는 맨발걷기로 어싱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다 용천수에 발을 담그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수 있으니 오름과 바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제주의 명소다.
https://youtu.be/sbLbi7vLI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