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풍수를 공부하던 J씨가 있다. 그는 20년 넘게 풍수를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입지조건이 별로 좋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려고 했으나 부인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부인이 말하기를 남편 직장도 가깝고 아이들 학교 다니기도 쉬운데, 쓸데없는 것에 빠져 성화라고 이사를 극구 반대하는 것이다. 풍수에 대해 미신쯤으로 치부하던 부인의 입장에서는 남편 말을 신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마음이 떠난 J씨는 점점 더 그 집에서 살기가 싫은 것이다. 그리하여 고민 고민하다가 부인과 내기를 하기로 하였다. 부인의 처갓집 동네에서 각각의 집에 대해 좋고 나쁨을 맞춰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맞추면 자신의 뜻대로 이사를 하지만, 만약 맞추지 못하면 이사 얘기는 없던 것으로 하기로 하였다.
한편, 장모님은 30여 가구 되는 작은 시골마을에 40년 넘게 살면서 각각의 집 사정에 대해 훤하게 알고 계시므로 장모님, 부인, 그리고 자신까지 3명이 동행하면서 풍수의 길흉에 대한 시험을 시작한다.
시험1. 쌀가게
“쌀가게 왼쪽 산(청룡)이 등지고 있는 형상이어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산 백호는 집을 향해 잘 감싸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집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살림을 해야 좋은 터입니다. 청룡은 남자를 뜻하고 백호는 여자와 재물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남편은 인정이 많아서 친구들에게 돈을 꿔주고도 돌려받지 못한 게 많고 쌀을 외상으로 주었으나 쌀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차츰 빚이 쌓이더니 나중에는 땅을 팔아야 할 정도로 손해가 막심했다고 한다. 그 후부터는 부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남편과는 달리 철저하게 관리하여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첫 번째 시험은 통과다.
시험2. 감나무 집
“집터에서 보면 왼쪽 산(청룡)이 도망가고 안산은 등 돌리고 있으며, 물이 집 앞으로 곧게 빠져나갑니다. 이렇듯 청룡이 도망가는 형태는 남자들이 풀리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물이 빠져나가니 집에 돈이 남아나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마당 한 가운데 큰 감나무가 지붕을 덮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으니 집안이 늘 침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댁은 부부와 두 아들이 사는 집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병으로 일찍 죽었고 큰아들도 군대에 가서 사고로 죽고 말았다. 작은아들은 나이가 40이 넘었으나 아직 장가도 들지 못하고 어머니와 어렵게 함께 살고 있었다.
시험3. 파전 집
“이 집은 우측 산 백호가 가까이서 둘러주었으며, 집 앞에서 두 줄기 개천물이 합수된 후 감싸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인으로 인해 큰돈을 벌 수 있는 집입니다.”
이 댁의 부인은 시내 대학교 앞에서 파전집을 30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장사가 잘되어서 건물도 몇 채 소유할 정도로 돈을 모았다고 한다. 파전집은 30년 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낡고 허름하지만, 대학 다닐 때 추억을 잊지 못하는 중년 손님들이 줄을 이으면서 단골이 많다고 한다.
시험4. 골짜기 집
“산과 산 사이 골짜기에 있어 골바람이 셀 뿐 아니라 집 마당이 질척할 정도로 습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집은 환자가 많고 풍파와 우환이 심하게 됩니다.”
이 댁에 사는 주인은 오랫동안 암으로 고생하다 죽었으며, 시골로 내려와 아버지를 병 수발하던 큰아들도 이 집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죽고 말았다. 로또판매점을 운영하던 작은 아들은 아버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잘 되던 가게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험5. 한우목장 집, 오창읍 가곡리 281-5
동네 외곽에 한우를 키우는 목장이 있는데, 야트막한 산 능선에 위치한 곳이다. 멀리서 보면 언덕 위의 집처럼 전망 좋은 곳이다.
“저러한 곳에서 소를 키우면 소가 잘 크지 못할 뿐 아니라 새끼도 잘 낳지 못합니다. 능선마루터기는 바람이 세기 때문입니다. 가축 뿐 아니라 아마 목장 주인도 몸이 좋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장모님 말씀하시기를 목장을 한지 7년 만에 빚만 잔뜩 지고 말았으며, 그 많던 한우도 겨우 2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부인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남자는 무슨 병이 들었는지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처럼 바짝 야위었다고 한다.
시험6. 건강하게 장수하는 집
이번에는 장모님이 사위에게 말하기를 우리 마을에서 가장 건강하게 잘 사는 집을 골라보라고 하신다. 마을 전체를 둘러본 J씨는 한 곳을 가리키며,
“저 두 집은 주변 산이 잘 감싸고 있으므로 저 댁에 사는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 것입니다. 그리고 자식들도 모두 잘됐을 겁니다.” 그러자 장모님 하시는 말씀이 저 윗집의 주인 남자는 오래전 폐암 진단을 받았는데, 자식들이 수술을 권유했으나 자신의 몸에 칼 대기를 끝까지 거부하고 평소처럼 농사를 지으며 시골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폐암으로 몇 년을 못살 거라고 하던 의사 말과는 달리 20년 넘게 사시다가 얼마 전 86세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아래 집은 할머니 나이가 96세인데도 불구하고 아들이 농사짓는 밭에서 인부들과 함께 일을 할 정도로 정정하다고 말씀하신다. 그 할머니는 아들에게 자신에게도 인부들과 똑같이 일당을 달라고 할 정도로 정신도 맑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곳에 살다 분가한 자식들도 모두 잘 되어서 명절이면 수십 명의 대가족이 모이는 화목한 집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장모님 말씀하기를 “그것참 희한하구먼. 우리 사위가 언제 이렇게 용해졌는가.”하고는 흡족해하신다.
이처럼 J씨는 장모님이 지적한 집의 형편을 거의 대부분 맞출 수 있었다. 그리하여 부인도 남편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 남편이 원하던 곳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J씨는 모 대학에서 풍수지리를 강의할 정도로 이름난 풍수가가 되었고 자녀들도 잘 풀려 가족이 화목하다고 한다.
출처 : 부자풍수 쪽박풍수, 2024, 북스타
https://youtu.be/FnhPU07Wl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