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을 내려오면서 은하계의 골목을 떠도는 속삭임을 듣는다 팔당대교 지나 땜으로 이어가는 강변을 따라 억지로 그어놓은 것 같은 오래된 길 두어 세기쯤 지났을 석축의 벽면에 낙서이기를 거부하는 흰 페인트로 그려놓은 팔뚝만한 오륜체가 거무레한 벽체의 둥지에서 봄의 볕을 쬐고 있다 잠잠히 앉아 한 세대는 지났을 그날의 일들을 들춰보고 있겠다 천문학자들이 구분해놓은 항성 (恒性)이 석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증인이 되어주었던 푸른 보석을 닮은 해왕성의 서고에 맡겨둔 언약은 지금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별들의 자리를 알아두려고 지나는 걸음의 모두는 흩어진 소문들을 추려보려는 듯 힐끔힐끔 돌아본다 우리도 한때는 뜨거운 별이었다고 눈빛이 그렇다 마그마의 불덩이가 이글대던 별들 중에는 흑색왜성으로 저물어가기도 했겠지만 밤마다 늘어만 가는 초신성의 별들 여기 어수룩하게 고립된 석축에서 대낮에도 반짝이는 일등성의 별 사랑이라는 이름의 붙박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