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평균수명이 늘면서 웰빙 뿐 아니라 웰다잉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2천년 간 지속되던 묘지에 대한 관념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점은 밀레니엄 2천년이 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는데, 불과 20년 만에 획기적으로 장묘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면서 1999년까지만 해도 망자에 대한 매장이 80%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8%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묘지에 대한 의식은 크게 변했지만, 수의에 대한 관념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의는 망자가 입는 예복으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기 때문에 검소하게 하는 것이 전통적 관례였다. 그러나 장례식장 등에서 판매하는 수의는 대개 삼베로 된 것을 사용하는데, 가격은 100만 원을 상회한다. 상을 치르는 자식들은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가는 길이라 해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화장하면 순식간에 불에 타 없어지고 말 것이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있을 수 없다.
한편 장례식장에서 염을 할 때 고인의 얼굴에 화장하는데, 화장품을 덕지덕지 칠하면서 생전 모습과 전혀 다른 끔찍한 모습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만약 망자가 삼베 수의를 입고 그런 모습으로 꿈에 나타난다면 귀신 같은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이다. 그러므로 망자에 대한 화장은 될 수 있으면 가벼운 톤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조선 시대 수의는 대개 남자는 관복을 입거나 혹은 무명으로 이루어진 것을 사용했으며, 여자는 혼례복이나 또는 한복을 선호했다.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최대한 기품 있는 복장을 수의로 사용했던 것이다.
참고로 300년 전에 우의정을 지낸 김석주 묘를 이장할 때 보니 관복에 관모를 쓴 모습이었고 최근에(2009년) 김대중 대통령은 조선 시대 임금들이 입던 곤룡포를 수의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편 삼베는 거칠고 투박한 옷감으로 주로 죄인이 입던 것이었다. 상주는 부모를 잃은 죄인이란 뜻에서 거친 질감의 삼베를 입고 상을 치루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 때인 1934년에 의례준칙을 제정하면서 삼베 수의를 의무화하게 된다. 즉, 수의에 대해 획일적으로 강요된 것으로 일제의 잔재인 것이다. 이것은 해방 이후까지 계속되면서 부모님 세대는 살아생전에 수의를 미리 장만해 두는 풍습이 있었다. 생전에 수의를 마련하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어 환갑 무렵에 장만해 두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폐단도 적지 않았다. 구입할 당시에는 순수한 마로 이루어진 천연 수의라 해서 비싸게 샀지만, 그 후 세월이 흐르고 보니 화학섬유가 섞인 것이어서 망자의 시신을 그물처럼 휘감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리숙한 시절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을 뿐 아니라 사후에는 수의가 고인을 옭아맸던 것이다.
요즈음 들어서는 수의에 대한 인식이 차츰 변하는 추세에 있다. 주로 고인이 즐겨 입던 양복이나 혹은 상징적인 의복을 선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사후에 수의는 어떤 것을 입혀달라고 유언으로 미리 남기기도 한다.
주로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정장이지만, 자신의 생애를 나타낼 수 있는 복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군인이나 경찰관은 제복이 될 것이고 전문직 종사자들은 그에 걸맞은 가운이나 학위복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여자들은 자녀들의 혼사 때 입었던 한복을 선호하는 편인데, 어머니로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참고로 세계 각국의 장례시 수의에 대한 것을 소개해 본다.
의미 : 전 세계 공통적으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간소함을 상징한다.
색상 : 주로 흰색을 선호했는데, 청결함과 순수함을 나타낸다.
재질 : 동아시아(한·중·일)에서는 비단, 삼베, 모시, 면 등을 선호했고 유대교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옷이 아닌 흰색의 천을 사용했다. 서구 유럽에서는 개인이 선호하는 양복이나 드레스 등으로 자유로웠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저승길이 수월하다고 생각한다. 매장이든 화장이든 간에 수의는 입고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멋진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 구태여 거칠고 까칠한 삼베로 자신을 옭아매지 말고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옷으로 깨끗하게 갈아입고 품위 있게 가면 좋겠다. 그리고 이왕이면 화학섬유가 아닌 옷감이어서 세월이 지나면 육신과 함께 없어지는 것이 좋겠다.
이는 남에게 보여주기식의 허례허식을 탈피할 뿐 아니라 장례비용이 절감되면서 자신의 유품을 정리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다음 생에 대한 희망의 뜻도 담겨있다.
https://youtu.be/eZUR56Dq6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