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임이 분명합니다.
모든 것을 잘 잊곤 하는 지라 새삼 다짐을 합니다.
막내가 어느 집에서 쫓겨 나온 것으로 보이는 병아리 세마리를 100원 주고
박카스통에 사들고 오면서 봄의 소란함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막내가 주장하는 바는 100원에 세마리라니... 얼마나 싸냐...입니다.
라면 박스에 신문지를 깔고 분쇄기에 쌀을 조금만 갈아서--곧 죽을지도 모른다는생각에--
잼병 뚜껑에 담아주고 시금치를 포기채로 넣어주고 또다른 잼병 뚜껑에 물을 담아주고...
기숙사에서 돌아온 첫째와 합세를 하여 두 아이가 병아리박스에서 떠나지를 못합니다.
큰애는 예전에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를 중닭까지 키워본 노하우를 동생에게 전합니다.
저는 점점 머리가 아파옵니다.
박스 한쪽에 저희들 양말을 몇짝씩 깔아 침대를 만들고 뚜껑을 덮어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하게 했습니다.
2주 정도 지나 이제 병아리들은 저희들과 취침시간이 같아지고 삐약 삐약하다가
제가 시끄러...하고 소리 지르면 순간이지만 조용할 줄도 알고 먹이를 가져가면 서로 먹겠다고 제 손에 부딪히고... 가까이 가면 쳐다보고... 요새 병아리는 왜이리 똑똑하냐...제 말입니다. 문제는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는 둘째(초등4학년)의 결심입니다.
마당있는 집이라니... 첫째 돈이 없다. 돈문제에 민감한 둘째는 금방 수긍을 하여 둘째 안은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이 박스를 탈출할 지경으로 자라면 아파트 옆에 있는 과학 연구원의 작은 동물원에 기증을 하자... 자주 자주 가보면 된다. 라는 타협을 가까스로 했습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둘째는 말합니다. 좋아, 대신에 이담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되면 병아리를 되찾아오는거야?... 그럼 그럼...저의 대답입니다.
벌써 병아리는 날개가 새로나고 꽁지도 많이 자랐습니다.
너무 건강하고 쾌활하여 이 병아리들이 왜 이러나...싶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놀이터에 통채로 들고가 풀어놓고 일광욕을 시키며 주변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합니다.
1주일에 한번씩은 신문지와 침대역할을 하는 옷가지를 바꿔 깔아줍니다.
아마 이 봄의 끝에,
둘째는 병아리와 이별을 하겠지요... 아이 아빠는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더 높고 넓은 통을 구하러 다니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만 냉정하게 이별할 시기를 벼르고 있습니다.
이 조용한 소도시에도 봄은 잔인한 계절입니다.
황무지에서도 싹이 돋는... 너무나 큰 변화가 힘든 그런 시기말입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