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국제정치학자들은 흔히 "20세기 중반 이전의 국제정치는 땅을 중심으로
전개됐으나20세기 중반 이후의 국제정치는 바다를 중심으로 전개됐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서 지구온난화현상으로
말미암아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해면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국제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국제정치는 다시 땅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 같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면이 높아지면 어떤 나라들은 그 전부가
또는 그 일부가 물 속에 잠기게 될 것이고,
이러한 새로운 상황은 땅에 대한 쟁탈을 다시
부추기게 될 것 같다는 뜻입니다.
우리 한민족 삶의 터전인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는 접경국가인
중국 및 러시아와 여러 지역들에서 영토분쟁을 겪었습니다.
인접국가인 일본과는 영토분쟁이 없습니다만,
일본은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분쟁의
대상으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면 영토분쟁은
더욱 심해질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난해에 중국이 제기한
'고구려사 논쟁'에 자극되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역사논쟁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영토논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동아일보사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24회에 걸쳐'우리 땅 우리 혼, 영토분쟁 현장을 가다'를 연재했습니다.
창간 84주년에 맞춰, '민족의 표현기관임을 자임함'이라는 사시(社是)에 걸맞게,
우리 민족의 혼이 어린 땅이었으나,
다른 나라들이 이미 빼앗았거나 넘보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그 땅들이 우리 민족의 것들임을 증명해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려는 뜻에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인 나라는 일본과 중국이었습니다.
주한일본대사관은 이 연재물이 게재되는 동안 시종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우리 기자들의 현장 방문과 취재를 막으려 했으며,
심지어 베이징특파원을 외교부로 '초청'해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기자들은 끈기 있게 현장에 접근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기도 하고,문서고를 뒤져 새로운 자료들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참으로 뜨거웠습니다.
유서 깊은 언론단체인 관훈 클럽이 2004년의 관훈언론상을 이 연재물에
안겨준 것도 그러한 반응의 반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이 연재물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 책이 우리 민족의 고유 영토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물론 국민적 자각을 새롭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전문가들과 독자 여러분의 지도편달을 기대합니다.
2005년 3월 1일
동아일보사 사장
김 학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