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매우 습하고 더운 날씨가 예상되는 이번주, 아침부터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힘든 한 주가 시작될것 같은 생각이지만 힘내서 시작해봅니다.
9시 15분,
오늘도 그늘막에 앉아서 함께 일하다 쉬시는 어르신들.
만나실 때마다 요플레 4개묶음을 두개씩 사십니다. 간식으로 떠먹는 요플레가 좋으신가봅니다.
그러곤, 다른 어르신은 집에다가 계란 한 판 두고 와달라고 하시며 결제를 해주십니다.
그러곤 올라가는 길, 이모님이 손짓 해주십니다. 물건 구매하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휴 지난번엔 왜 없었어? 참 무슨일 있었는지도 못물어보겠고..말이지~" 하십니다.
지난 출장 때 못봐서 아쉬웠다는 말씀해주시는 이모님 말씀이 감사했습니다. 이차저차 사정 말씀드리니,
"좋은 얼굴 자주 봐야지~~ 말해줘서 고마워~~" 하십니다.
지난 1년동안 100회의 장터를 운영하며 5번 미만으로 빠졌는데, 한 번 빠지는 것에 이렇게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목, 금에는 왠만하면 다른 일정을 잡지 않습니다.
윗집까지 올라가니, 마당에 넓게 펼쳐져있는 물건을 보았습니다. 이게 무엇인가 여쭤보니,
"아 이거, 참새 망이여~~ " 하시는 어르신.
콩 심는 시기입니다. 콩만 심었다하면 제비, 참새, 온갖 새들의 잔치가 열리죠. 새들을 막기 위한 망이였나보구 싶었습니다.
9시 45분,
불가리스 어르신들 만나봬러 갑니다. 늘 현관에서 불가리스값을 준비해주시는 윗집 어르신. 양옥집 어르신 안부 확인하니, 집에 없냐고 되려 여쭤보십니다. 그사이 나와보니 윗집 대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난주에는 불가리스를 안사셨는데, 이번주는 사실려나봅니다.
"언니~~ 나 뭐 사기로했지?" 하시는 아랫집 어르신. 기억이 깜박깜박하셔서, 전날 윗집 어르신께 다 말씀해놓는다는 아랫집 어르신.
불가리스를 받으시곤,
"나는 이걸로 살어~~" 하시며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불가리스를 정기적으로 주문한다는 사실도 잊으셨던것 같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르신께 불가리스 2줄 드리고 내려옵니다.
어르신의 기억속에는 불가리스를 주기적으로 사고 있었다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9시 50분,
마을에 들리니 어르신들이 평상에 앉아계십니다. 이 무더운 날 평상은 최고였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평상은 바닥이 쇠파이프로 되어있어서 바닥자체가 차가웠습니다. 저는 어르신들께 마을마다 있는 평상은 정말 최고의 명당이라고 말씀드리며, 동네 분들이 가장 좋은 장소를 마을에 내어주시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옛날에 여기서 소도 잡고, 돼지도 잡고, 개도 잡고 다 잡아먹었지~" 하시며
"옛날이 좋았지, 사람도 많았고, 동네서 잡으면 사우들이 와서 선사도 하고 좋지~" 하십니다.
옛날엔 사람도 많았었는데, 지금은 사람도 몇 없다보니, 어떤 느낌이실지 알듯 싶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도시로 따지면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문화활동을 많이 했었던 과거에서, 지금은 해당 아파트 단지에 몇 호 살지 않는 곳에 남아서 살고 있는 형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르신들은 몸소 소멸을 체감을 다 하고 계셨던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10시 20분,
다리건너 시정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 간식거리가 필요하셨나봅니다. 쓱 보시더니,
"어? 이게 왜 여깃어? 내 베트남갔을 때 해외에서 샀는데~" 하십니다.
얼마전에 들여온 망고 젤리를 보시곤 놀라셨습니다. 동네 점빵에서도 수입제품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셨나봅니다.
어르신께선
"이게 맛있더라고~ " 하시며 젤리 한 봉 사시곤 바로 뜯어 나눠드셨습니다.
11시 10분,
오늘은 일이 없으셨는지 간만에 마을 어르신들이 또 모여 앉아계십니다. 아무래도 날이 뜨거워서 그런지 일을 안하실려고 하신것 같았습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이카드도 되나? 이거 되면 한 10만원어치 사고 싶은데~" 하시며 티머니 교통카드를 보여주십니다.
저희는 티머니 교통카드 지출은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니,
"아 여기에 18만원 있다고 하던데, 뭐라도 사고 싶은데 말이지.." 하시며 아쉬워 하십니다.
다른 어르신들은 자녀들이 다 사다준다면서 살게 없다는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늘 자녀들이 사다주신다는 말씀을 하는데, 어떻게하면 자녀들이 점빵을 이용하도록하여 어르신께 생필품을 전달하게 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보는데 답이 잘 나오지 않아 어렵습니다.
13시 40분,
날이 더운지 오늘따라 밖 시정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 비추는 어르신,
"아따,, 내가 뭐살라했더라 또 까먹네." 하시는 어르신
점빵차만 만나면 까먹으신가봅니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으시곤 필요한 물건을 골라 사십니다. 그러곤 옆에 계시던 어르신도 물건을 사시는데, 오랜만에 봬서 잘 못알아보니,
"나 여 어르신 집에 놀러 서울서 왔어~" 하셨습니다. 진짜 그러신가보다 싶었는데 장난이셨었습니다.
뒷집 어르신이었는데, 제가 못알아봬니 농담을 던지셨습니다. 바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담에는 꼭 알아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3시 50분,
지나가는 길, 지난 초겨울 딸네 집에 올라가신 어르신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날이 땃땃해지면 내려오실 줄 알았는데, 오시지 않습니다. 어디가 더 편찮아지신것인지...
어르신 집 마당에 난 풀들은 사람키를 훌쩍 넘겼습니다.
어르신이 계셨다면 깨꽃도 보이고, 고추도 보였을텐데, 잡초로 가득찬 마당을 지나갑니다.
14시 20분,
어르신 댁 지나가는 입구에 호두나무에 열매가 가득 달렸습니다. 작년에도 호두가 많이 떨어졌던 이 길.
호두가 많이 있어도 딸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길가에 호두가 많이 떨어져있었습니다. 올 가을에도 호두가 많이 떨어지면 주워와서 어르신들께 나눠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15시,
오늘은 가보니 어르신께서 머리를 새롭게 하신 모습이 보였습니다.
"며느리 온다고해서~ 파마 했어~" 하시는 어르신.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며느리한테 잘 보일려고 머리했다하면서 농담을 던지십니다. 어르신께서도 부끄러우신지 웃으시며,
"두부 먹을래?" 라고 여쭤봅니다.
어르신께서 이렇게 스스로 가꾸실줄 아시고,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그런 평범한 일상의 삶을 잘 누리고 계심에 한 편으론 감사했습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5시 10분,
마을 명당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 올 시즌 시작입니다.
당산나무 아래 시원한 바람, 차가 올라올줄 아시고 주차자리도 마련해주셨습니다. 바람 좀 쐬고가라는 어르신들.
하룻동안 뜨거운 햇살을 내리 맞고 다니다보니 오늘 조금 힘들었지만, 그 바람 덕에 한 숨 돌릴 수 있었네요. 어르신들도 간식거리 사시고 함께 나눠먹는 사이, 옆에 앉아계셨던 어르신의 안보였던 모습을 보게되었습니다.
목에 장치를 하고 계셨던 어르신. 그동안 옷으로 가리고 다녔는데, 목에 장치를 눌러야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그간 말씀을 안하고 손짓으로만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왠지 먼저 알아보지 못함에 죄송했습니다. 어르신께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거든 연락달라고 말씀드리며 인사드리고 나서봅니다.
15시 20분,
오랜만에 마을 어르신들이 나오십니다. 각자 콩나물 하나, 두부 한 모 사십니다. 다리 건너 어르신도 오랜만에 얼굴 뵙니다.
다들 날이 너무 뜨거워서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 뜨거운날 물 많이 드시고, 밖에 다니지마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5시 30분,
너무 뜨거운 오늘이었습니다. 잠시 쉼을 갖고자 마을 한 켠에 차를 대고 쉽니다.
멀리서 불러오는 바람이 그림자를 만들며 한폭의 예술을 표현합니다. 짧은 시간 그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다,
마지막 마을로 향합니다. 주위 풍경이 건물이 아니라, 자연이기에 더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15시 40분,
이 뜨거운 날에 논 옆 풀을 낫으로 베고 계신 어르신. 보기만 해도 걱정이고, 한숨만 나옵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조금씩 움직이시며 오십니다. 몸이 아무리 힘들고 약할지라도, 제 할 일이라며 다 하시는 우리 어르신들. 인내심이 저 하늘을 넘어서심을 생각해봅니다. 막걸리 하나와 간식들 사시는 어르신. 막걸리를 사면 늘 하우스 근처에 두십니다. 아무래도 드시는것보단 약으로 쓰실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께는 무더운날은 꼭 집에서 계시라고 신신당부하며 나섭니다.
15시 50분,
막 병원에서 오셨다는 어르신. 다른것은 사실건 없다고 하기며, 먹을 것 주신다는 어르신.
괜찮다고 사양하며 인사만 드리고 나옵니다. 사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여유가 더 없었습니다. 어르신께는 양해를 부탁드리며, 바로 나섭니다.
폭염이었습니다. 체감은 40도가 넘었는데, 어르신들은 괜찮으셨을지...
내일은 조금이라도 덜 더웠으면 좋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