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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인생 산책>
- 생존형 숲해설가 나무공부 분투기
김서정 저 | 동연출판사 | 2022년 08월 31일 | 312쪽 | 정가 17,000원
책소개
오, 그저 고맙고 고맙다, 나무들이여!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나무와 꽃에 대한 찬사!
발품 팔아 찾아간 전국 37개 숲의 나무와 꽃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이야기, 사람 이야기
글쓰기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저자는 숲해설가들에게 스토리텔링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생존 툴’을 하나 더 축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숲해설가 세계에 덜컥 발을 디딘다. 나무와 꽃조차 구별하지 못했던 ‘나무맹’에게 숲해설가의 길은 까마득해 엄두가 나지 않고 순간순간 후회가 밀려든다. 봐도 봐도 떡갈나무인지 신갈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상수리나무인지 곧바로 이름이 튀어나오지 않아 숲해설가로 살아가는 삶을 버겁게 한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숲으로 가는 길]이라는 코너를 맡게 되면서 저자는 방송을 위해 매주 전국의 숲과 수목원, 공원 등을 발품 팔아 다니며 열심히 준비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렇게 방송을 준비하면서 쌓은 지식들과 거기서 얻은 느낌들을 모은 ‘식물 에세이’이자, 이제는 선배 숲해설가로서 식물이 열어준 열린 세상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다.
목차
책을 내면서
자생지와 충북 괴산 송덕리 미선나무
― 사는 곳이 옮겨진다는 것
올해의 컬러와 경기도 양평군 주읍리 산수유
― 죽은 회색, 살아 있는 노란색, 두 색이 만드는 잔인한 4월의 희망
생존력과 전남 여수 영취산 진달래
― 나약한 마음이 들면 숲으로 가요
천상의 화원과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 얼레지
― 패러독스가 안겨준 야생의 에너지
권태와 제주도 어승생악 마가목
― 선형(線形)적 인생과 순환(循環)하는 나무
관계와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팥꽃나무
― 나무뿌리에서 터득해가는 관계의 본질
깨달음과 충북 청주시 화장사 가침박달
―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게 깨달음일지도 몰라
정확한 사람과 서울 선유도공원 등나무
― 나무 동정이 가져다줄 정확한 사람
선택과 경기도 장흥숲길 은사시나무
― 은빛 사이사이 검은 마름모에 새겨 넣은 그리움
공부와 경남 창녕 우포늪 마름
― 나무가 연결시킨 ‘나는 누구인가?’
소통과 서서울호수공원 쥐똥나무
― 최대의 생존을 위해 최소의 것만 취하는 게 소통
이름과 전북 전주수목원 이나무
― 수목원이 건네준 선물은 내 호칭 껴안기
착각과 서울대공원 쪽동백나무
― 가짜 인식에 참말을 내리는 나무들
느낌과 경기도 가평 잣향기푸른숲 잣나무
― 사실에서 느낌으로 가게 해주는 나무
이데올로기와 강원도 양구 국립DMZ자생식물원 함박꽃나무
― 이데올로기를 증발시킨 식물
안목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솔밭공원 쇠뜨기
― 나무의 비언어적 소통이 보태줄 안목
비교와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수목원 다래
― 나무 비교가 가져다줄 최고의 은유
긍정과 국립세종수목원 나무고사리
― 나무가 알려줄지도 모를 새로운 긍정
경계와 전남 국립곡성치유의숲 칡꽃
― 경계를 구분 짓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숲
분투와 경기도 오산 물향기수목원 모감주나무
― 분투하는 식물에 대한 예의
숨결과 강원도 삼척 덕봉산 순비기나무
― 나무가 만들어주는 숨결의 은유들
반복과 서울 종로구 백석동천 고마리
― 게으른 반복을 퇴고시키는 식물
의심과 경북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 속죄를 촉구한 맑은 나무
소설과 충북 제천 의림지 산초나무
― 상상력에 불을 지필 나무 답사
진심과 경기도 파주 율곡수목원 망초
― 진심을 파헤쳐줄 그릇된 패러다임
기억과 충남 아산 신정호 탱자나무
― 존재감을 높게 만들어주는 나무
억지와 인천대공원 자귀나무
― 소화하기 어려운 칸트를 넘어 숲으로 나무로
장어와 전북 고창운곡람사르습지 청미래덩굴
― 회복탄력성의 롤 모델은 자연
독립적 삶과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 살구나무
― 자기 치유로 고향을 사는 나무
홍보와 국립청도숲체원 서어나무
― 이승의 구원을 도와줄 나무
변화와 경기도 고양시 영글이누리길 뚱딴지
― 작용과 실체의 변화를 인식시켜주는 식물이여, 감사!
목숨과 경복궁 향원정 화살나무
― 슬픈 삶과 억울한 죽음을 다시 보게 하는 나무
스타와 경기도 연천 나룻배마을 대추나무
― 별은 나무처럼 스스로 빛난다
독림가와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메타세쿼이아
― 내가 나무이고 나무가 나일 수 있을까
부루 라이또와 인천 부평 신트리공원 히말라야시다
― 가로등 불빛에 가로수가 보여요
자살과 서울 낙산공원 박태기나무
―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식물
신화와 강원도 원주 동화마을수목원 물푸레나무
― 살아가는 동안 열심히 살아!
참고도서
저자 소개 : 김서정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남자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여기서 굳이 ‘남자’라고 밝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이름만 보고 여자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1992년 단편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 타이틀을 얻게 된 뒤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가입하고는 장편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을 출간했다. 판매 저조와 문학 재주가 미미함을 알고 출판사에 몸담았다. 출판 전 과정에 걸친 일은 모두 해보다가 사십대에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였다.
외주 편집자 및 윤문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던 도중 북한산을 만나게 되었고, 산 밑에서 막걸리나 마시던 사람이 일수 도장 찍듯이 북한산을 다녔다. 그때 문득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차올랐고, 그 결과 소설이 아닌 산문집 《백수산행기》,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를 출간했다. (그 긴 과정에서 어린이를 위한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도 냈다.)
글쓰기가 삶에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정리한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내고는 도서관, 신문사 등에서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글쓰기 업그레이드 실천법인 《쓰면 는다》와 《숲토리텔링 만들기》를 내고는 영역을 넓혀 영역을 넓혀 KBS <오늘아침1라디오>에서 ‘숲으로 가는 길’ 코너를 100회 이상 진행해오고 있으며, 숲 관련 단체나 기업에서 글쓰기 수업 및 시민들을 만나는 현장 숲해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책 속으로
“이 나무가 뭐예요, 저 나무가 뭐예요, 이 꽃이 뭐예요, 저 꽃이 뭐예요?” 아는 나무면 덜 긴장을 하는데, 모르는 나무면 떡갈나무 각두의 비늘조각처럼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펴보는데 일말의 단서조차 낚아채지 못하면 얼굴이 붉어지며 죄인이 된 듯 나약한 목소로 말한다. “잘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숲해설가라면서요?”라고 되묻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개는 “나무가 비슷비슷하니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아 보여요. 정말 한눈에 아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라고 말하는데, 이럴 때면 “맞아요. 십 년은 공부해야 감이 좀 올 것 같아요. 전 이제 3년밖에 안 됐어요”라며 부끄럽게 치미는 수치심을 나 좋으라고 슬쩍 뭉개버린다.
이처럼 방어적 태도로 살다 보니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라는 나무처럼 생장을 해서 위대한 성공을 이룬 위인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는 작가 타이틀에서도 통용되는데, “아니, 작가가 그런 말도 몰라요?”라고 언짢아하면 “네. 모르는 말들이 더 많습니다”라며 화를 머금은 미소로 응대만 하고 비굴하게 넘어간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애당초 내 안에 없다고 치부하면서 터득한 내 삶의 자기계발 툴(tool)인 것이다.
---「이름과 전북 전주수목원 이나무」중에서
비교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나름 반박의 근거를 가지고 사는 게 만족스러웠던 내게 식물의 세계를 알아야 하는 삶이 펼쳐지면서 비교 인식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다가와 불행해질 때가 있다. 뻗은 가지 모양이 작살처럼 보여 작살나무로 보고 있는데 잎 전체에 톱니가 없어 좀작살나무라 하고, 연못가에서 핫도그 열매를 달고 있는 식물은 부들이겠거니 하는데 열매와 암꽃이삭에 거리가 있어 애기부들이 되고, 마로니에공원이라고 해서 느닷없이 고독해지는데 열매에 가시가 없어 일본칠엽수라 하고, 봐도 봐도 떡갈나무인지 신갈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상수리나무인지 곧바로 이름이 튀어나오지 않는 참나무과 앞에만 서면 위축되는 식물 동정이 새로운 삶을 버겁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나무 공부에 진전이 있고, 불규칙하지만 거기서 밀려드는 기쁨이 식물을 몰랐던 시절에 깨달았던 기쁨의 질(質)보다는 그 진동수가 심하게 빠른 것 같아 블랙홀처럼 빨려드는지 모르겠다.
---「비교와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수목원 다래」중에서
망초가 눈을 확 사로잡은 건 내가 망할 놈의 인간이라서기도 했지만, 그 단초는 율곡수목원의 율곡이었고, 그 연결고리를 풀면 율곡에서 사단칠정(四端七情)이, 사단칠정에서 엄마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밤에는 소설만 쓰고, 낮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만 읽던 무렵, 엄마는 도서관에 가는 내 손길을 붙잡고 그 옆에 있는 뷔페로 들어갔다. 동네 분의 결혼식이었는데, 얇은 봉투 하나 건네주고 두 사람이 왔으니 민망하기는 했지만, 엄마는 나보고 많이 먹고 가라고 했다. 배부른 돼지가 되어 도서관에 앉아 소설에서는 감정 묘사가 중요하다면서 사단칠정 관련 책들을 보고 있던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비애만 가득 흘러넘쳤다. 그래도 자존심을 세운다며 물질〔氣〕보다는 정신〔理〕이 우선이라며 보낸 세월, 그 철없던 어두운 내면을 나는 율곡을 마주할 때마다 떠올린다.
---「진심과 경기도 파주 율곡수목원 망초」중에서
답사를 마치고 입구로 나오는 길가에서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자작나무가 나를 사열하는 것 같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물푸레나무에 빚진 마음의 부채를 덜어낸 듯, 즉 내 가식을 가득 싼 껍질들이 제대로 벗겨져 본심이 드러난 듯, 그래서 살려는 힘이 솟구쳐 그런 것 같다. 그때 자작나무에 걸려 있는 〈빨강 머리 앤〉 주인공 그림과 거기에 적혀 있는 “정말 멋진 날이야,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라는 문구가 눈부시게 나를 부풀게 했고, 계곡에서 다시 마주한 물푸레나무들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살아가는 동안 열심히 살아! 오, 그저 고맙고 고맙다, 나무들이여!
---「신화와 강원도 원주 동화마을수목원 물푸레나무」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느 생존형 숲해설가의 나무공부 분투기
갓 숲해설가가 되어 숲해설을 하려니 막막한 것투성이다. 글쓰기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저자는 숲해설을 하는 분들에게 스토리텔링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숲해설가 세계에 덜컥 발을 디딘다. 저자에게는 식물 트라우마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학교 뒤뜰에 전시를 앞둔 국화꽃이 너무 예쁜 나머지 잠깐 손을 댔다가 관리하는 어른 손바닥이 뺨에 꽂힌 이후로 식물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트라우마 차단을 위해 스스로 거리를 둔다.
저자는 트라우마 극복도 할 겸 나무 공부를 하지만 나무와 꽃조차 구별하지 못했던 ‘나무맹’에게 숲해설가의 길은 까마득해 엄두가 나지 않고 순간순간 후회가 밀려든다. 선유도공원에서 이태리포플러를 만나도 양버들은 아닌지 다람쥐보다 더 뛰어난 망각에 머리를 쥐어뜯고, 때죽나무 꽃이 피었다고 SNS에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쪽동백나무 꽃 같다는 댓글을 보고 잎 크기만으로도 동정할 수 있는 나무를 착각했기에 화들짝 얼굴을 붉히기도 하며, TV 드라마를 보면서도 내용보다는 화면 배경에 등장하는 나무를 동정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직업병’도 생긴다. 식물 동정은 쉽지 않았다. 뻗은 가지 모양이 작살처럼 보여 작살나무로 생각했는데 잎 전체에 톱니가 없어 좀작살나무라 하고, 연못가에서 핫도그 열매를 달고 있는 식물은 부들이겠거니 하는데 열매와 암꽃이삭에 거리가 있어 애기부들이 되고, 마로니에공원이라고 해서 느닷없이 고독해지는데 열매에 가시가 없어 일본칠엽수라 하고, 봐도 봐도 떡갈나무인지 신갈나무인지 갈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상수리나무인지 곧바로 이름이 튀어나오지 않는 참나무과 앞에만 서면 위축되는 식물 동정이 숲해설가로 살아가는 삶을 버겁게 한다.
책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기억하려고 못을 박듯이 꾹꾹 눌러놓아도 갈수록 퇴화되는 세포 탓인지 해설 내용이 나방 우화하듯이 매끈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더라도 숲 현장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숲해설을 하는 건 실내에서 영상자료를 띄우며 순서대로 하는 강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릴 적도 있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말문이 콱 막히는 적도 있다. 해설에 한창 열을 올리는 참가자들이 중간에 갑자기 질문을 해오면 기운이 푹 꺾이기도 하고, 움직이는 생물이 보이면 아이들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통에 해설 자체가 어려워질 때도 있다. 자신의 해설 실력과 기억 세포를 노화시키는 세월을 탓하면서도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분투. 숲다운 숲을 발품 팔아 다니면서 나무의 온전한 느낌을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하는 방법뿐이다. 그 느낌을 참가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연결해야 숲해설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생존형 숲해설가의 분투는 계속되다
KBS 〈오늘아침1라디오〉에서 ‘숲으로 가는 길’을 맡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숲해설가 활동 자체가 막히는 막막한 상황이 된다. 다행히 저자에게는 ‘천운’으로 그 어렵다는 방송국 고정 출연의 기회가 온다. KBS 〈오늘아침1라디오〉에서 ‘숲으로 가는 길’ 코너를 매주 금요일 진행하게 된 것. 새벽 6시경 방송이라 그야말로 분투가 시작된다. 두 번 오지 않을 기회이기에 저자는 방송을 위해 매주 전국의 숲과 수목원, 공원 등을 발품 팔아 다니며 방송을 준비한다. 원칙은 1주일에 딱 두 개의 나무만 소개하는 것. 그리고 그 방송 내용을 글로 풀어내 인터넷 신문에 연재한다. 짧은 시간의 방송에서 온전히 소개하지 못한 나무 이야기를 ‘나무 화두’로 자신의 삶의 굴곡들, 우리 모두가 맞닥뜨린 고민들에 대입해 풀어낸다. 숲해설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경험을 녹여내 숲해설가 길라잡이로서도 선배가 전해주는 귀한 이야기다.
종교가 없는 저자이지만 고등학생 무렵에 깨달음에 관심이 쏠렸다. 대학 문턱을 앞뒀지만 최선을 다해도 성적이 상위권에 오르지 못해 좌절하던 차에 속세에서의 성공을 접고 조금 튀는 인생을 살아보려고 종교와 철학 언저리를 기웃거리던 치기 어린 시절, 얻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모든 걸 부질없이 보는 게 근사해 보였던 때의 이야기다.
나무는 그 의연함으로, 움직이지 않는 고요함으로 수도승의 면모를 지닌다. 그런 나무 공부를 하며 저자는 한편으로는 ‘나무 화두’로 삶을 재구성한다. 한주 한주 전국 숲과 공원을 방문하여 쌓아올린 분투의 기록들은 자기고백적이고 자기관조적인 이야기들과 어우러져 단지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겪었고 겪고 있을 사람의 이야기가 되어 깊이 있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깊은 깨달음은 아닐지 모르지만 저자는 여수 영취산 진달래가 산성 토양에서도 꿋꿋이 삶을 피워내는 것을 보고는 식물에게서 삶의 의지를 배우며 ‘나도 살아야지’ 다짐한다. 또한 우이동 솔밭공원의 쇠뜨기를 보면서 소나무의 피톤치드 아래서도 지구 끝까지 뿌리를 뻗을 듯한 생명력 넘치는 쇠뜨기의 꽃말 ‘되찾은 행복’을 되뇌며 그 행복이 뒤늦게라도 자신의 삶에서 실현되기를 바란다. 문래근린공원에서 나무줄기가 울퉁불퉁 불거져 나온 살구나무를 보면서 자기 치유를 하는 독립적 삶의 의지를 다지기도 하고, 국립청도숲체원에서 서어나무의 근육질 나무껍질을 보고는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이 적게 들어와도 살아남으려 생존력을 발견한다.
이처럼 식물에게서 배운 항상성을 저자는 ‘살려는 의지’로 풀어내 자신의 생존의 모티브로 삼는다. 국화꽃 트라우마는 아직 극복하지 못했지만 이제 식물이 저자의 생존과 인식에 중요 변수가 된 것이다. 그렇게 전국 37군데의 숲과 공원의 나무들과 풀들의 이야기를 감정이입을 해 담아낸 글들은 나무 공부를 통해 저자의 삶이 변화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나무 중심의 사유가 전해주는 삶의 완벽한 기쁨
식물과 삶이 하나로 연결되자 세상이 열리다
저자는 나무 공부를 하면서 지금껏 절반의 인식만으로 부족한 삶을 살아왔다는 걸 느낀다.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식물을 긴 세월 인식에서 배제하거나 소홀히 취급하거나 종속적 노예처럼 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는 나무 공부를 하면서 깊은 회한을 남겼고, 나무를 위주로 하는 새로운 사유로 부상하게 된다. 나무를 중심으로 해나가는 사유들이 그동안 부족했던 절반의 삶에 완벽한 꽃을 보는 것 같은 기쁨을 채워주었던 것이다.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면서 쌓은 지식들과 거기서 얻은 느낌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녹여내는 글들을 모은 이 책은 ‘식물 에세이’이면서도 식물과 삶이 하나로 연결되도록 구성한 이야기들이 나무와 풀의 생태적 관찰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한다. 저자는 말 없는 나무이지만 나무의 비언어적 소통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나무는 열린 책이자 열린 세상이 되어준다”는 확신으로 온갖 식물에 다가가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면 세상을 뜨겁게 껴안는 마음이 아름답고 울창하게 자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저자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세밀한 관찰을 위해 노력하면 언젠가는 쓴맛이 가시며 참말을 쏟아내지 않을까 하는 염원을 품고. 그리고 그 어느 길에서, 어느 나무 앞에서 또 찬탄의 말을 쏟아낼 것이다. 오, 그저 고맙고 고맙다, 나무들이여! 하며.
숲속 인생 산책 | 김서정 | 동연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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