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되면 항상 피천득 선생의 수필 '오월'이 생각납니다. 오척 단구에 琴兒라는 귀여운(?) 아호를 가진 선생은 2007년 97세를 일기로 돌아가실 때까지 소년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던 분으로 기억됩니다.
"....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은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제가 고교시절 피천득 선생님이 쓰신 책을 교과서로 영어 공부를 했듯이 선생께서는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이셨으며 또한 딸바보로 유명하셨던 분입니다. "....서영이는 나의 딸이요, 나와 뜻이 맞는 친구다.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정서가 풍부하며 두뇌가 명석하다. 값싼 센티멘탈리즘에 흐르지 않는, 지적인양 뽐내지 않는 건강하고 명랑한 소녀다. 버릇이 없을 때가 있지만 나이가 좀 들면 괜찮을 것이다.... " '서영이'라는 제목의 수필 중 한 귀절이다. 현재 미국 보스톤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딸 피서영은 남편도 MIT에서 물리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아들 Stephen Pi Jackiw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맹활약 중입니다.
첫댓글 저도 딸바보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