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델이 앞에 있다 한들 모델과 무관하게 그리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보니 아주 가늘고 길어졌습니다.
이런 발을 가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써야겠군요.
제목을 참 웅장하게 지어봅니다.
횡단보도를 입고 다니는 여자 또는 횡단보도를 다리에 설치한 남자.
초록 빨강 술을 달아서 깜박깜박 신호등도 설치해야죠.
개미가 건너가겠군요. 나는 간지러워도 참아야겠지요?
'빨리 건너가. 곧 빨강 불로 바뀔 거야.'
그럼 나는 빨간 불로 바뀌길 기다리면서 크크크크크 웃으며 온 다리를 배배 꼬겠지요? 5초가 남았는데 그걸 참지 못하고 나는 이렇게 외칠 거예요.
그만 그만. 이제 횡단보도 아냐. 지금부터는 얼룩말이라고!
그러면 짝짝이 양말을 신은 말괄량이 삐삐가 나타나서 외치겠지요.
얼룩말, 가자.
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며 늠름하게 달려서 어느 다락방으로 숨어버릴 거예요.
줄무늬 양말/김미희
횡단보도를 입었다 벗었다
도로를 깔았다 접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도시의 주인공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첫댓글 오호~
역시 명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