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복잡한 도시의 템포과 신나는 리듬의 음악에도 흥을 느낄 수 있지만, 한적한 시골과 사찰의 풍경소리에도 우리는 얼마든지 감성이 자극된다.
우리가 자극적인 커피나 콜라에 익숙해 있을 때 은은한 차의 향과 맛을 모르듯 체홉의 작품은 은은한 차와 같은 작품이다.
체홉의 작품을 알기 위해선 차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상황과 자세가 필요하다.
[바냐삼촌]으로 예를 들자면
1. 큰 사건이 없어보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사건과 코미디같은 인생이 숨어 있다.
예)
1막, 차를 마시기 위해 주전자가 3시간이나 끓고 있는데 사람들은 산책을 나갔다.
2막, 교수의 다리통풍으로 모든 식구가 며칠째 잠을 못자고 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3막, 바냐가 짝사랑한 젊은 교수부인은 정절을 지킨다고 거부하더니 마을 의사와 묘한 사건이 벌어진다.
4막, 떠나는 교수는 자신은 정작 놀고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인간은 일을 해야한다고 연설한다.
우리 삶에 비유해보면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이런 아이러니한 코미디같은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프로덕션 tip : 프로덕션 역시 그러한 일상을 평범하게 지나치지않고 아주 섬세하고 자세하게 묘사되어야 관객은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즉, 만드는 이가 차맛에 정성을 들여야 맛을 보는 사람도 그 맛을 진정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삶을 주관적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희극이다.
예)
짝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사자에겐 비극이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땐 코미디가 될 수 있다.
다리통풍으로 말년에 고생하는 교수 자신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그로인해 젊은 부인과 성관계가 힘든 것 역시 다른 사람이 볼 때 코미디이다.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하는 엄마를 보면 아들은 화가나지만 역시 다른 사람이 보면 그런 코미디가 없다.
*프로덕션 tip : 프로덕션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인간의 삶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슬픔을 강요하면 관객은 멀어진다.
3. 체홉의 장막에는 사람들의 숨겨진 내면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일상에서 보여지는 등장인물의 숨겨진 내면을 파악하는 재미는 감상의 심도를 높인다. 즉 무대에 보여지지 않는 인물의 과거나 심리를 다른 단서로 찾아내는 것이다. 대본을 읽을 수록 숨겨진 내면은 수도 없이 늘어난다. 즉 희곡을 읽고 또 연극을 보고 또다시 희곡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이미 당신은 풍성한 사고와 심도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프로덕션tip: 관객이 숨겨진 단서를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연출부는 여러 연극적(연기적) 장치로 도와야 관극에 흥미가 생긴다.
4. 4막으로 구성된 흐름이 마치 교향악의 흐름과 같다.
작가는 4막의 연극을 마치 4악장의 교향곡의 흐름을 오마쥬하여 희곡을 썼다.
교향곡 애호가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형식이며 입문자도 이 형식을 이해한다면 보다 풍성하게 체홉작품을 즐길 수 있다.
예)
교향악의 각 악장과도 같이 1막에 전체적인 설명(아다지오-알레그로), 2막에 발라드풍의 진지함(안단테-모데라토), 3막에 긴장되고 빠 속도감 후 절정(알레그로 몰토 비바체), 4막에서 피날레 - 아다지오 등의 형식이다.
작성 : 전훈(안똔체홉학회 회장 / 안똔체홉극장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