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내린 비는 아침이어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차차 개인 다고 하지만.. 예보를 믿나?^^
뒤뜰 잡초 하나 뽑는 데도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자그만 뜰이라도 있는 집을 갖고 있으면.. 매일매일 할 일이 넘친다.
[뜰 가운데 팬 만들어 세우는 데만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해야만 했다 ^^.. 잡초는 언제?..]
가까운 친구는 전화를 해도 여간해서 받지 않는다.
핸드폰마저 집 안에 두고 백 야드에 나아가 오로지 자연과 벗 삼아 가꾸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하프[반] 도인이 하는 짓 아닌가?^^.
만일 자연이 자연스럽게 살도록 그냥 둔다면 매일 시간이 넘칠 터인데. ㅎㅎㅎ
오늘은 아직 비가 오고 있고 비가 개어도 구름이 많이 낀 오후가 되겠지만..
예감이 그렇다.
키스나 근처 영산홍을 사진에 담을 때가 되었다고..
짝님에게 오늘 산보는 키스나 공원으로 가자고 하니.. 당연히 왜라고 묻고.. 영산홍 때문이라 하니..
영산홍은 5월 보름께가 아니냐고 한다.
[플러싱 세미터리에서 / 2022.5.13]
양력에 무슨 보름? 하려다.. 에코가 걱정이 되어 멈칫하며..
영산홍이 지금 절정일 것 같다는 내 예감을 말했다.
미심쩍어하는 짝과 함께 키스나 공원으로 향한다.
플러싱에 나오니 짝님은 간단하나마 일단 마켓에 들르자고.. 식료품을 사고.. 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키스나 동네 영산홍 페스티벌을 준비할 때가 아닌
이미 꽃은 다 지고 푸른 잎새들이 옷을 입고 있었다!
계절이 지 멋대로인가?..
여긴 한국이 아닌데.. 누구 맘대로 이 모양이 되었을까!
테스 형을 부르며.. 때를 쓰는 훈아 형이 부럽다.
너무 실망 커..
그래도 영산홍 끝무리라도 사진에 담으라는 짝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키스나 공원으로 갔다.
영산홍 거리는 플러싱 세미트리[공동묘지] 안에 있으니.. 키스나 공원과 붙어 있다.
과학의 발달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려는 꿈이 동력이라 한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신과 동등해진다고 여기는 인간의 오만이지만..
그런데 통계학의 하나인 양력 달력이 뉴욕에서 실제 일어나는 계절의 모습과 보름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올해 디씨 벗꽃 일주일 정도 빨리 왔다. 그러기에 우리가 갔을 때 절정은 이미 지났던 것이다.
그런데 영산홍은 일주일도 아닌 보름 정도 먼저 왔다니!
인간사가 크게 바뀌기 전에 천지가 변화 조짐을 보인다고 선배님들은 종종 말을 하는데..
그런 변화가 임박했다는 건가?..
짝님은 이런 쑥대밭처럼 헝클어진 내 마음을 아는지.. "우리 쑥밭으로 가지^^.. 요" 한다.
키스나 공원 남서쪽 벌판은 쑥밭이다.
미국이 부러운 것은 너른 쑥대밭이 되도록 공원의 한 부분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땅이 있다는 듯.^^.
좁은 땅에서 아둥바둥 살아온 한인 동포의 한 사람으로 제일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다.
25년 전인가.. 여기 쑥대밭을 한인 노인에게 대여해 주어 소일거리로 하도록 했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말이다.^^.
그런데 노인들은 심심풀이가 아닌 농사를 지어 생산된 식료품을 인근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 당국은 이건 아니지 하면서 심심풀이 땅콩을 못하게 했다.
수년 전 동유럽의 크로시아를 여행하며 우리보다 더 박한 땅도 있구나 했지만..
알프스 바위 산 골짜기, 골짜기가 세월이 흘러 땅을 조금씩 만들어 주니 그들은 거기에 집을 짓고 농사도 지으며 살지만..
주업은 어업이 될 수밖에..
아마도 이민온 크로시아 사람들에게 키스나 공원 부지를 대여해 주었더라면 그들 역시 농사를 지었으리라^^.
그것은 자연이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간섭한다기보다.. 사람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리라.
짝님이 쑥밭에 오자고 하는 이유는 어린 새싹 쑥을 뜯어 요리할 때 사용하려고 하는 것.^^.
2012년 미국 태풍 샌디가 왔을 때.. 뉴욕 일원을 그야말로 쑥대밭을 만들고 지나갔다.
그 여파는 여기 쑥대밭에 서있던 덩치 큰 나무들을 쓸어 뜨리고 갔으니.. 이곳 경관이 훤~하게 바뀌면서..
그 후 지금까지 아직도 많은 새들이 날아오지 않고 있다. 왜 이런 말을 하냐고?.
사진에 담을 게 별로라는 것. ㅋㅋ
그리고 밤에 제법 많은 비가 쏟아져 땅은 질척거리고..
이런 날도 있구나.. 아니! 오늘 하루가 질척이는 날이네 ㅎㅎㅎ^.^
공원을 나서 집에 가려는 데 해님이 구름 사이에서 나와 환하게 비췬다.
해님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세상을 공평하게 비춘다.
아무 말 없이..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사람인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왜 이리 눈물이 나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 임영웅
지나고 보니 오늘의 황당함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가^^.
어쩌면 영산홍 스스로 더 화가 날 수도 있으리라.. 자연이 멋대로 날을 당겼다 늦추는 것에 대해..
그럼에도 영산홍은 아무런 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네^^.
노자는 말한다.
자연은 인자하지 못하다 고..
석가는 말했지.
자연은 다만 저절로 그러이 할 뿐[자이(自爾)]!..이라고.
처음 다 사라진 영산홍을 보며 놀람 속에 짜증을 낸 것은.. 인자하지 못한 자연에 대한 반응이라면..
이제 미소로 키스나 공원을 떠날 수 있는 건.. 자연은 다만 그러이 할 뿐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