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시외버스 터미널근방에서 숙박을 하고 일찍 길을 나선다. 빨래는 매일 하는데 의류가 워낙 질이 좋아서 가볍고 손빨래 쉽고 잘 마른다. 양말은 순면이라 안 말라서 배낭위에 매달아 놓는다. 신기한 것은 잠만 자고나면 몸이 가볍다. 얼마쯤 걷다가 식사할 곳이 있어 식당에 들어갔는데 시골식당이라 파리를 날린다. 밥을 시켜놓고 먹지는 못하고 돈만내고 그냥 나왔다. 장사가 잘되고 안 되는 것은 주인장 하기 나름이다. 손님은 참 새때와 같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우의를 입고 정읍시 종합 운동장 쪽으로 열심히 걷다보니 길을 잘 못 들어 빙 돌고 있었다. 未知의길 이다보니 가끔 이럴 때도 있다. 종합운동장 주차장 옆 공원에 전봉준 동학 혁명군대장 동상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장성 쪽 으로 열심히 걷는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삼도길이며 1번 국도다. 이 길로 官軍도. 개나리 보따리 짊어진 장사꾼. 짚신에 작은 봇짐 을 짊어진 선비들 각기의 사연을 갖고 걸었겠지 나 역시 人生史 를 생각하며 이 길을 걸으니 감회가 깊다. 성서에서는 인생을 나그네라고 말한다. 지금 비를 맞으며 나는 앞에서 걷고 박 권사는 뒤에서 걸으며 이정표나 표지가 될 만한 물체만 있으면 사진 촬영을 한다. 오늘비가 많이 내린다. 바지가 젖고 신발도 젖고 모자도 젖었다. 안경을 쓴 나는 걷기가 아주 불편하다. 힘이 들어 따뜻한 방에서 잠이나 한잠 잤으면 좋겠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적지가 있으니. 각오한 일이니 인내하며 서로 격려하며 걷다보니 입암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입암 농협에 들어가 비를 피해 잠시 쉬고 장성 쪽 으로 걷는데 입암 파출소가 있어 들어가 내가 걸어서 해남 땅 끝 마을 을 간다고. 길을 물으니 최 영수 파출소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장성 가는 길은 원방 산 갈재를 넘어야 하는데 오늘 넘으시기는 조금 힘들겠다고 한다. [원방산과 입암산 갓 바위 에는 안개가 아주 많이 끼여 있었다.] 고갯길이 약9킬로쯤 되며 민가가 전혀 없어 비가오니 원방산 중턱쯤 작은 여관에서 숙박하고 내일 출발 것이 좋겠다고 하며. 날씨 정보도 자세히 일려 주시며 커피도 한 장 줘서 너무 고마웠다. 오늘 포천신문 독자께서 격려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온다. 우리 부부는 힘을 얻어 신나게 장성을 가기위해 갈재고갯길 오르다보니 작은 모텔이 있어 여장을 풀고 빨래도 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포천신문 사진 동호회 회원이신 이 범성 회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주소를 메시지에 찍어 보냈더니 한 시간쯤 지나서 우리는 만나게 되었는데 감동적인 만남이었다. 너무 반가웠고 고마움을 뭐라 말할 수 없었고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곳까지 오시다니 …….이 범성 회원님이 몸보신 좀 합시다. 차타세요. 우리 일행은 다시 입석면소재지로 내려와 식당에서 삼겹살 구이로 저녁식사 주문해놓고. 입석 파출소 소장님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회장님께 잘 해주신 파출소 소장님도 대접하고 싶다고 하여 식당 주인장께 부탁하여 소장님과 함께 식사 하며 많은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세상은 좁다. 그리고 넓다. 부족한 나를 이해해주며 격려해주는 지인들이 이렇게 많이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비가 그치고 언제 비가 왔느냐싶다. 아마 하나님이 큰 선물을 주셨나보다. 안개 자욱한 신록의 원방산 임암산. 자락 의 풍경 환상적이다. 동 유럽 여행 때본 슬로바키아. 알프스의 모습이었다. 지금 저 전경을 몇 시간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