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아름다운 내 나라, 내 땅에서 70여년 살아온 인생이다.
투표안내문 용지를 들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안산시 상록구 이동 소재 학현초등학교를 다녀오면서 이동공원을 가로질러 왔다. 잘 정돈된 공원에는 이제 벚꽃이 시들기 시작하고 30세 전후의 봄처녀는 땀을 흘리며 조깅을 하고 있었다.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는 50대의 아줌마가 혼자 앉아서 한가로이 페달을 밟으며 다리운동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한가로우며 평온한 휴일 같은 선거일이다.
오늘도 아침 5시20분에 일어나 6시부터 34명의 입원환자와 면담을 마쳤고, 주말이면 소음 속의 삼각지나 광화문과는 사뭇 다르다.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원을 벗어나며 잘 정돈된 안산 신도시 주택가의 이동공원을 한참 뒤돌아보았다. 내 인생이 거기 보이건만 나의 행보는 아직도 어디를 가나 튀고 있다. 진료실에서 이미 늙어버린 젊은이들에게 독려하는 마음이나, 주말이면 광화문과 삼각지에서 '주사파들로부터 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구해내어야 한다'는 소음 속으로 어지럽게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다. 5년 가까이 추우나 더우나 아스팔트 위의 80대, 90대 선배님들이 떠오른다. 죽음으로 이르는 길에 후손들을 생각하며 이제 자유대한민국이 사라질까봐 눈을 못 감겠다는 외침이다.
지금도 속마음은 410총선에서 과반수만 넘기면 이제 안도하고 광화문 아스팔트교회는 그만 쳐다보고 싶다. 무엇을 하든 어긋나지 않아야 할 나이 70에 자식들에게, 동기의사들에게, 고교시절 함께 공부했었던 동기생들에게 보수 꼴통이라는 소리도 그만 듣고 싶다. 오히려 좌편으로 가버린 동기생들이 그들만의 가치관에 더 보수적인 꼴통에 사로잡힌 인간들이건만 심지어 극우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채 살아가고 있다. 올바른 가치관으로의 개혁을 거부하고 전체주의에 맹종과 굴종만 남아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 그들은 거꾸로 개혁과 혁신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 성직자들까지 카리스마에 굴종하는 맹신을 보이면서도 많이 배운 교수들까지 스스로의 모습을 읽지도 못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을 맞이했지만 아무런 힘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그대로 내버려두라! 한 목숨 다하는 날까지 내버려두라!
아우들에게 자식들에게 종북주사파의 나라가 되지 않도록, 연방제통일 입법을 하지 않도록,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도록, 재벌이 국유화되지 않도록.. 오로지 자유대한민국이 건강하게 영속할 수 있도록 입법부를 바로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싶지만 어느 공간도 허용되지 않는 답답함만 이어지고 있다.
모두 진리를 추구하는 길로, 자유를 추구하는 길로, 평화를 추구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가르치고, 서로 위하며 사랑하는 나라로 만들어가길 기원해보자. 2024.4.10. 총선일 아침에
첫댓글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지하고 응원드립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다소 젊은나이이지만, 꼴통은 오히려 더불어망할당에 더 많다는걸 압니다.
저도 총선때 2번 찍었습니다. 너무 아쉽게 됐네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