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2024헌나8) 인용으로 윤석열 씨가 대통령직에서 즉각 파면된 것을 환영한다.
12월 3일, 우리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계엄상황을 직접 겪었다. 시민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군대는 국회와 선관위에 침투했다. 전세계에 생중계 됐고, 이 사태는 법리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상식적으로 명백히 위헌이고 내란이었다. 그러나 한덕수, 최상목 두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고 위헌적 버티기를 했고, 국민의짐이 되어버린 여당은 “계엄이지 내란이 아니다”라는 말장난으로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더군다나 기약 없이 늦어지던 선고기일에 동지도, 입춘도 모두 거리에서 보낸 우리는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시름했다. ‘헌재의 선고기일이 잡히고 나서야 꽃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말들에 계엄이 시민들의 일상을 얼마나 뒤흔들고 고통스럽게 했는지 실감이 났다.
청명(淸明)이다. 드디어 하늘이 맑아온다. 그러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삶에 대해서 토론하고 싸울 것이다.
부산은 매년 600여 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도시다. 이중 약 70%는 장례를 치를 형편이 못돼 가족이 포기하는 경우다.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으로서 조문을 다니며 마주하게 되는 외로운 죽음들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하다. 쫓겨나고 밀려나고 고립되고 끽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빈곤으로 죽어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청년이 떠나는 아파트 도시’ 부산에서, 지금껏 대규모 개발과 건설로 공동체만 파괴되었을 뿐 우리 삶은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그 결과 청년이 떠나고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고, 지난해 부산은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이제 이 흩어지고 파괴된 일상과 공동체를 회복하고, 우리 삶을 구해야 한다.
우리는 단지 대통령 한명 바꾸자고 거리에 나선 게 아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그리고 가난하다고 못 배웠다고 차별받고 억압받았던 그 시대를 끝장내자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바껴도 우리는 계속 투쟁할 수 밖에 없다.
저기 서면시장에 4년 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단결권, 교섭권, 단체협약 체결 등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관한 얘기다. 저 구미 옵티칼 불탄 공장 위에는 45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두 노동자가 있다. 명동 세종호텔 앞에도, 한화 본사 앞에도... 전국 수많은 곳이 계엄 이전에도 투쟁 중이었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권리를 권리라고 말하지 못하고 억눌려 살았던 우리의 모습이다. 저들이 승리할 때 사회 전체의 존엄이 조금 이나마 상승할 것이다. 그러므로 저들의 존엄이 바로 우리의 존엄이다.
탄핵은 시작일 뿐이다. 시민을 적으로 돌린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끌어내렸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차별과 억압에 함께 맞서고 존엄을 되찾자. 언제나 위기 때마다 스스로를 구한 그 힘으로 적폐를 밀어내고 미래로 나아가자.
2025. 4. 4.
부산반빈곤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