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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올문학과 우리들
 
 
 
카페 게시글
야생화 들꽃이야기 스크랩 소국, 찬 하늘에 남아
김영은 추천 0 조회 43 10.02.20 21: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아무리 제주 날씨가 따뜻하다고 하나 요즘 며칠간은 감기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추워

등을 오그리며 나들이 할 판이다. 그러나 중산간에 위치한 소국(小菊)은 이까짓 추위가

대수냐는 듯 꿋꿋하다. 어제는 작가회의 총회에 가서 1차만 하고 오리라는 결심과는

달리 2차에 동참, 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이 국화에게 너무 미안할 정도다. 


재배 국화는 꽃송이의 크기에 따라서 대국(大菊), 중국(中菊), 소국(小菊)으로 나누는데,

대국(大菊)은 꽃의 지름이 18cm 이상 되는 것으로 흔히 재배하는 종류이며, 중국(中菊)

은 꽃의 지름이 9∼18cm, 소국은 꽃의 지름이 9cm 미만의 것을 말한다. 소국(小菊)은

꽃잎의 형태도 여러 가지이고, 꽃색도 다양해서 현애작이나 분재작으로도 적당하다.


 

일찍이 이정보는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를 이렇게 노래했다.

 

국화(菊花)야 너난 어이 삼월 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吳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추억, 그리고 가을 소국 - (宵火)고은영 


밤마다 연애편지를 쓰느라

고뇌하며 엎딘 시간에

방안의 낡은 유리창 문은

자꾸만 덜컹대며 울었다

바람이 긴 골목을 따라 쌩쌩 불고

초저녁 오름을 타오르던 불길이 불안하게도

가슴에 선명한 음영으로 다가오거나

혹은 달빛 젖은 그리움 속에

잠 못 이루어 뒤척이는 동안


바람 이는 골목 어귀

어쩌면 진통으로 해산하는 행복을 바라며

너는 온 밤을 하얗게 지샜는지도 모른다

가난하여 초라했고 가난하여 슬펐고

가난하여 절망했던 순간들

볼품없는 가난이라고

내면의 아름다움이야 없었겠느냐

가난 속에 도사린 꿈과 더불어 실낱같던 희망은

또 얼마나 비루했겠느냐 말이다


 

너는

초연하고 은은했던 것이다

소담하고 소박했던 것이다

정겹고 친근했던 것이다

성산포 작은 동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매혹적인 소녀의 정갈한 몸짓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서있던 너는 열여덟


지서를 지나 춘자네 집 앞

우체국 돌담길에서도 은유의 얼굴로

영혼에 스미던 그 짙고 고운 향기

갈바람 타고 환한 미소로 대신하던

그래, 그래 너는 사춘기

 


♧ 소국(小菊) - 박금숙


그 야무진 꽃망울

톡톡 터지는 모습 꼭 한 번 보겠다고

시장에서 값싼 小菊 화분 하나 사다가

베란다 볕 잘 드는 곳에 앉혀두었다


아침마다 기꺼운 표정들이

고향 마을 인정처럼

들썩들썩 피어나고

어느덧 집안 가득 퍼지는

노란 햇살


바람 쌀쌀해도

사는 일이란 그렇게

떠들썩 웃어보는 일이라고

따끈한 차 한 잔에

가만히 미소 한 잎 띄워본다.

 

 

♧ 소국小菊 - 안재동


소국 한 다발 놓인

거실


천사의 향내가

콧잔등을 애무한다


가을의 전설 같은

사랑 하나가

바다처럼 펼쳐진다


비자림 속 공기처럼

상쾌한 하루

 


♧ 소국 - 곽재구


그리운 이 땅의

한 필 황포로 살아나

그리운 이 땅의

서러운 가을하늘 한 자락을

끌어안고 우는 키 작은 너는

아느냐 이 땅의 제일 후진

너와지붕 아래서도 그리움은 새 새끼를 치고

이 땅의 제일 추운

삼동의 칼바람 속에서도

봄꽃 뜨거운 산돌갓 한 송이

청산 속에 낫 갈고 숨어 살고 있음을.

 


♬ 러브스토리 외 8곡 모음 (Nana Mousko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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