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숙제>
죽을때 무슨 말을 남길건지 소원이 무엇인지 말해보라네.
80을 넘긴 노인에게는 '이제 다 사셨네요'하는 고약한 질문이지.
시답잖게 살아온 사람이 무슨 남길 말이 있고 또 소원이 있겠는가.
아직도 죽음은 모르겠고 살 일만 생각하는 마당에 준비된 말이 없거든.
우주의 요정(별)인 나(생명)는 지구가 너무 가보고싶어 한울님께 빌었지.
그래서 엄마아빠 몸을 빌려 이 세상을 왔다가는거라고... 생뚱 맞지.
죽으면 다시 저 하늘 나라 요정(고향)으로 돌아갈거라고... 뚱딴지 소리지.
그러니 할말도 없고 소원도 없노라고.
그래도 살아온 푸념 몇마디는 남겨야...
시답잖은 80 인생이었지.
살아온 길 돌아보니 스스로 부끄러울 뿐.
나라의 역사는 굽이굽이 세찬 파도였는데.
엄마 품, 아빠 등에 실려 예까지 편히 왔는데.
세상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빨리 돌아가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엉거주춤 멈춰서 있는데.
식량만 축내는 식충이가 아닌가 해서 민망한데.
젊은이에게 새 시대 흐름을 가르침 받는데.
백세시대가 덜컥 열렸지.
죽음 준비보다 살 걱정이 더 큰데.
먹을건 다 갖고 태어났다는데.
죽을땐 다 털고 하늘 고향 간다는데.
대한민국 80년을 온몸에 담아냈으니 큰 복이라고.
2025. 3. 아가동장 김만수 미래촌(美來村)-품마을 | <고약한 숙제>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