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물을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그 ‘가격’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미술의 진짜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에 있습니다.
유물은 과학적 감정과 고증을 거쳐 진품으로 판명됩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끝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애정과 존중 속에 보존될 때 비로소 ‘결정체’로 완성됩니다.
컬렉터의 가슴은 단순한 보관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물의 이야기가 숨 쉬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집입니다.
진품 고미술은 사람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입니다.
진품 고미술의 결정체는 컬렉터의 가슴으로 완성됩니다
김진용 (前 동북아역사문물연구원장 / 박물관 CSO)
고미술품이 진품으로 판명되기까지는 긴 여정이 필요합니다. 물리·화학적 감정, 미술사적 분석, 고고학적 고증,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진품’이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고미술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작입니다. 왜냐하면 진품이 비로소 ‘결정체’로 완성되는 순간은 그것이 한 컬렉터의 가슴 속에 안길 때이기 때문입니다.
진품 고미술은 단순히 감정서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작품의 생명은 그 물건을 품은 사람의 열정, 이해, 사랑, 그리고 보존의 의지 속에서 다시 숨을 쉽니다. 옛 장인의 손길이 남긴 흔적과 시대의 숨결은,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컬렉터의 가슴은 단순한 보관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물의 이야기가 머무는 집이자,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다리입니다. 유물의 가치가 ‘가격’이 아닌 ‘이야기’와 ‘정신’으로 전달되는 통로가 바로 컬렉터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 속에서 유물은 새로운 의미를 얻고, 시대를 넘어 다시 살아 움직입니다.
저는 수많은 훌륭하신 컬렉터분들의 개인 소장 유물들을 만나왔습니다. 어떤 것은 경매장에서, 어떤 것은 먼 지방의 작은 고택에서, 또 어떤 것은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속에서. 그러나 진정으로 인상 깊었던 순간은, 유물이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고 그 눈빛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눈빛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책임’이었습니다.
진품 고미술의 결정체는, 결국 그것을 품은 사람의 가슴에서 완성됩니다. 작품과 컬렉터가 서로를 알아보고, 시대를 건너 인연을 맺는 그 순간이야말로 고미술의 진정한 가치가 실현되는 때입니다. 우리는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또한 환산해서도 안 됩니다.
고미술은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지켜주는 심장은, 감정서가 아니라 컬렉터의 가슴입니다. 진품의 결정체는 언제나 사람과 함께 완성됩니다.
헤리티지스트 김진용
(세계유물 보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