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제 오전 반기문의 행보와 지지율 하락을 보면서, 그것은 모두를 아우르려다가 전부를 잃을 수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모두를 아우르려다 전부를 잃고 있는 반기문 - 반기문, 지금이라도 바른정당에 입당을 해야 http://cafe.daum.net/moderate/El4i/401). 그리고 어제 오후 반기문은 돌연 사퇴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퇴를 보면서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역사적인 인물도 포용하지 못하는 한국정치의 배타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였습니다.
반기문은 한국 정치에서 극단적 패권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후보였습니다. 박대통령과 최순실게이트에서 드러난 친박이라는 극우적 패권세력과 자신들의 잘못에 대하여 전혀 책임지지 않는 문재인과 친노친문이라는 기득권적 패권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을 뛰어넘어 실용적 사고에 입각한 협치의 바탕입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건전한 보수와 더불어 안보에 대하여 불안감을 주지않는 올바른 진보의 협치가 지금 위기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개혁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도 필자는 믿고 있습니다.
반기문의 사퇴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 주자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보수의 대표로 떠오르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은 그의 극우적 사고와 박근혜 정권의 2인자였다는 한계로, 박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은 TK집권 10년이라는 한계로, 경기도정에서 협치를 실현했던 남경필은 오렌지족 권력세습, 이혼과 자녀교육의 개인적 가정사와 함께 모병제 도입 등 가벼운 처신으로, 국민의당을 성공시켰던 안철수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사드도입 반대로 인한 안보불안으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아우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반기문의 사퇴 후 그의 지지율은 어느 한 쪽으로 일방적인 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기문의 지지자(전체 15.7%)중 황교안 20.3%, 유승민 12.8%, 문재인 10.4%, 안철수 9.4%, 안희정 6.1%, 남경필 4.2%를 흡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없음 또는 모름·무응답'을 선택한 부동층이 30.9%로 나타난 것을 볼 때,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후보 중 그 누구도 반기문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에 따른 차기 지지율은 문재인 25.4%로 1위, 안희정 11.2%로 2위, 황교안이 10.5%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뒤를 이어 이재명 9.6%, 안철수 9.0%, 유승민 4.9%, 손학규 3.0%, 남경필 2.0%, 심상정 1.9%, 홍준표 1.2%, 김부겸 0.9%의 순이었으며, ‘없다’는 11.7%, ‘잘 모르겠다’는 8.8%였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안희정의 급부상입니다. 그것은 안희정이 안철수와 달리 사드배치에 대한 철회가 아닌 수용을 말함으로써 보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며, 또한 반기문 사퇴로 충청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로 안희정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반기문 사퇴 이후 그를 대신하여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대선후보는 이제 없습니다. 유승민이나 남경필, 안철수 모두 무엇인가 믿음을 주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필자는 이제 반기문을 대신하여 김종인이 이른바 빅텐트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의 균형을 위하여 김종인은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바 있습니다. 또한 안보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는 김종인은 전북출신으로 호남의 표심을 얻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의 과거에 대하여 민주당이 공격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종인은 이미 문재인에 대하여 기대를 접었습니다. 그것은 문재인의 집권만을 막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바뀐 것으로, 정의화 등과 함께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자신이 직접 주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김종인 역시 독일 방문 후 자신의 탈당을 포함한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제 김종인은 자신의 임기단축을 바탕으로 한 개헌과 협치를 내걸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모두 아우르는 연정을 시도하려고 할 것입니다.
약수거사
첫댓글 바른 판단 이네요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