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이 29일 2주년을 맞았다.
같은 민족의 총탄에
6명의 생명을 빼앗긴 서해교전은
김선일씨 사건, 효순,미선이 사건보다 더 비극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사회는 더 쉽게 이들을 망각하고 있다.
취재진이 접촉한 유족들은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고,
하루하루 체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살고 있는 듯했다.
이들 부모들은
28일 밤 경기도 평택 한 숙소에 모여,
먼저 간 아들을 추모하고 서로 위로했다.
서해교전 전사자 2주기 추모식은
29일 오전 11시30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다.
이 밖의 다른 정부 행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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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미국
‘센트럴 매사추세츠 한국전 참전기념탑 건립위원회’는
다음달 27일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서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추모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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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30․경기도 광주)씨
내일이면 2주기인데,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작년에는 조금은 나았다.
아무리 참혹한 사실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잊혀짐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전이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다른 달에 일어났다면 더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3월부터 해군 예비역 단체에서
추모제도 하고 시민들도 참석하는 문화행사로 치르자고 했다.
6월 10일 “어렵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말 안 했지만 짐작이 갔다.
평택 2함대에 보관된
참수리호도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옮겨져야 한다.
참수리호를 벌집으로 만드는 교전이 있었던 것,
나라를 위해 숨져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7월 27일 매사추세츠 우스터에서 추모 행사가 있다.
센트럴 매사추세츠
한국전 참전기념탑 건립위원회 회원들이 초청했다.
비행기 티켓까지 보내줬다.
리언 러포트 주한 미군사령관도 오늘(28일) 편지를 보냈다.
“당신 남편의 영웅적인 노력과 엄청난 용기를 결코 잊지 않겠다.
그가 민주주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미국 사람들이 더 기억해 준다. 솔직히 한국이 싫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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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2․경기도 시흥)씨
추모 분위기?
미안하지만 이제 그런 거 말하고 싶지 않다.
추모해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알아달라고 읊어댈 필요 없는 거 아닌가?
난 다른 사람이 신경 쓰는 것 바라지도 않고, 섭섭할 것도 없다.
작년에 추모집회 가졌다고? 그게 추모집회인가? 허허,
그 정도만 해줘도 고맙다고 해야겠죠. 그만합시다. 전화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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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61․대전시 동구)씨
아쉬움이야 뭘, 먹고살면 되지.
때가 돌아오면 생각나고,
마음이 우울하면 술 한잔 먹고 잊는 거지.
생활?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들 묘소를 찾는 것이 낙이다.
유족들과는 자주 만난다.
위패가 있는 평택 사령부에서 두 달에 한 번 만나고.
계처럼 모여 음식도 같이 해먹고 그런다.
보훈처에 유족증을 해달라니까
며느리가 있는 사람들은 며느리가 수급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데.
해군본부에서 막내딸을 9월쯤 취업시켜 준다고 한다. 고맙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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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1․경북 의성)씨
겉은 멀쩡해도 속은 골병드는 거지.
속이 답답할 때는 수다라도 떨든지 해야 하는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맞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야, 그것도 자랑이냐” 할 것 같아 겁이 나서 못하겠고.
당시에는 영웅이고,
교과서에 실릴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 않았나?
지나간 얘기 하면 불평 불만 분자로 볼 것 같아 입을 닫고 있다.
6명의 용사들은 너무 홀대받는다. 속상하다.
서해교전 터졌을 때는 지금처럼 감사원에서 감사했는가?
‘군인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 그대로다. 너무 외롭다.
밤 12시에 아무도 없는 산에 올라가 펑펑 울다가,
아들 이름을 목놓아 부르다가 눈물 흘리고 돌아온다.
‘내는 니가 보고 싶어 미치겄는데, 니는 내가 안 보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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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57․경기도 남양주)씨
지금 대전 현충원이다. 추모 물결은 바라지도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데 옛날 일만 말하고 살 수 있나?
집사람은 김선일 사건 때문에
우리 아이들 2주기가 빛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전사할 때도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문에 가려지고.
지금 우리 유족들은 죄인이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한민족이고 통일하자고 그러는데,
적들에게 목숨을 잃은 우리 자식들은 죄인이다.
나처럼 이북과 원수는 없다.
아버지도 빨치산에 의해 돌아가셨고, 아들 도현이도 잃었다.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북을 친구라고 환영하고, 미국을 적이라 하고 물러가라고 한다.
이북에 있는 김정일이가 아니라
북한을 친구라고 말하는 남한 사람들이 더 무섭다.
우리 아들을 포함해
그 많은 사람들의 피로 나라가 세워진 것을 모르는지…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우리 아이들이 죽었을 때 어느 누구도 사과하는 사람 없었다.
이라크 가서 죽은 사람에게는 수천 명씩 가서 조문하고….
현충원에 있는 아들을 남양주로 데려가려고 한다.
현충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 여기 있으면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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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48․경기도 안산)씨
2주기를 맞은 소감?
먼저 간 자식이 그리워서 정동진,
같이 다니던 낚시터 등
두루두루 다니며 동혁이의 추억 부스러기를 주워 담는다.
현충원에 매달 가서 유족들끼리 식사도 하고 그런다.
유족들은 대부분 대인기피증에 빠져 있다고 한다.
여섯 가족은 서로 마음 터놓는다.
현충원에 보면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도 부지기수인데,
내 아들은 전사했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진짜 속마음? 혼자 썩는 것이다.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동혁이 엄마는 하루 웃었다 하루 울었다 정신병자처럼 살고 있다.
혼자 있으면 울고 그래서 작년 7월부터 나도 일손을 놓았다.
하던 일 작파하고 전국 유람시켜 주면 끝나려니 했는데,
지금도 그런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동안 번 돈 다 까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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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에서 전사한
고(故)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57)씨가
먼저 간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도현아, 도현아, 불러도 대답 없는 도현아.
세월이 덧없이 흘러 2년,
벌써 네가 엄마 아버지 곁을 떠난 지 2주기가 되었구나.
그동안 엄마 아버지는 너를 기리며
너의 짧은 인생 못다한 꿈을 위로하며
가끔 세상을 원망하며 마음을 달랜다.
엄마는 매일 너의 넋을 기리며 기도하고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며 도현이의 못다한 세상살이를 대신할까 한다.
지난날 도현이가 남겨놓은 모든 것들이
엄마 아버지에겐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유물이 되어
우리가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너의 애달픈 삶의 마감을 기리고자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도현이의 죽음과 바꿀 수 없는데
아비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네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긴 한숨이 나온다.
이제는 이별할 시간, 그 애틋한 술좌석에 한 잔의 추억.
부자 간에 말못한 사정은 꿈에서라도 만나 얘기하며
네가 선물한 피맺힌 술로 축배라도 들어보자.
하늘나라에서 잘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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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우리는 하나같이 냄비 아닙니까?
그래도 잊지않고 마음으로 슬픔을 간직하고있는 사람도 많을겁니다....그렇죠??ㅎㅎㅎ
남의 숭은 사흘이면 잊혀진다지만 정말, 이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서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나라위해 몸받친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그대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기산들님의 글을 보며 먹고 살기 바빠 잊었던 아픔을 생각해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