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경호업체 사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더구나 남성도 아닌 여성이다. 짧은 머리에 검은 양복, 선글라스에 무전기, 흔들림 없는 몸가짐. ‘경호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최근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경호에 도전장을 던진 여성 경호원들이 급증하고 있고 사설경호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대학에도 관련학과 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원시 세륜동에 위치한 (주)블랙베어(경찰청 허가 제322호)의 임명자(58세) 사장, 그는 60명의 직원들로부터 ‘사장’이 아닌 ‘어머니’로 불리운다.
인생은 길과 같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경호’하면 연예인을 먼저 떠올려요(웃음). 연예인이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면서 그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경호업’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죠. 하지만 연예인 경호는 ‘경호’라는 사업 분야에서 보면 작은 부분에 불과해요.”
60여명의 경호원들을 이끌고 있는 (주)블랙베어의 임명자 사장은 경호업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임 사장의 말처럼 (주)블랙베어의 경호업무는 개인 신변보호는 물론 시설 및 호송, 행정대집행, 아파트 모델하우스나 쇼핑몰 보안, 대형행사, 외국 바이어 의전수행 등 그 활동영역이 넓다.
2001년 경호업체를 설립당시 주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여자가 무슨 경호냐?’에서부터 ‘새로운 사업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등등. 하지만 나이와 성별의 장벽은 임 사장에게 있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남편 없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안 해본 일이 없다. 여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엄마’라는 존재 하나만 기억하면서 살아왔다. 남자들의 일터인 공사판에서도 일했고, 장사도 해보고…. 여자의 몸으로 남성들의 영역에서 일해왔다. 때론 감당하기 힘든 상처와 아픔도 있었지만 투지 하나로 살아왔다. 그렇게 살다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지금 되돌아보면 감사한 인생이다.”
임 사장에게 인생은 정말 ‘길’과 같았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편안한 산보의 길도 있었다. 이를 악물고 힘들게 오른 오르막길. 그 끝에는 오르막길의 힘듦의 순간을 잊게 할만큼의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 내려가는 길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오르막길을 선택했다. 회사설립이 힘든 오르막길이었다면 회사의 성장은 임 사장에게 또 다른 인생의 내리막길이 되어 줄 것이다.
“저는 경호업무는 안 해요. 하지만 우리 식구들 밥도 해주고, 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장비도 사주고, 그들이 힘들 때면 인생상담도 해주는 것이 저의 주 업무죠”
그래서일까?
임 사장은 회사에서 사장님이라기보다는 ‘어머니’로 통한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일까?
임 사장은 “우리 직원들이 자신의 경호업무를 충실히 끝내고 밝은 얼굴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의지를 뛰어넘는 투지로 삶에 맞대응하자!
(주)블랙베어에는 여성 경호원들도 있다.
“ 회사설립 당시에는 남자 경호원만 생각했는데, 부드러우면서 강한 여성 경호원들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생기면서 ‘화이트 베어’라는 부서가 생겼죠. 현재 6명이 활동중인데 참 야무지게 일을 잘 해요”
개인신변보호의 경우, 그 동안 (주)블랙베어는 GOD의 백일콘서트 · 사대천왕 중국콘서트 · 청룡영화제· 2005 SG 워너비 수원 콘서트 등과 같은 연예인 경호는 물론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유명골프선수와 경영인들도 경호했다.
수많은 사람들 경호 가운데 임 사장의 뇌리 속에 가장 깊게 남아 있는 것은 ‘매맞는 주부' 경호였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자신의 신변보호를 요청했어요, 남편과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중이었던 아내는 남편이 먼저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왔죠. 아내의 도움으로 남편은 시험에 합격했는데, 아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쯤 남편이 변했어요. 외도는 물론 폭력까지 행사하게 된 거죠. 결국 남편에게 이혼청구를 신청했는데 그때부터 남편의 협박이 강해져 저희에게 의뢰했는데, 그 와중에 저희 경호원들이 남편의 신고로 폭력배로 몰려 경찰조사를 받은 적도 있답니다”
지금도 종종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돈은 못 벌어도 좋으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임 사장의 바람이다.
‘경호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임 사장은 직원들을 뽑을 때, 실력보다는 정신력을 우선 순위로 둔다.
“요즘 경호라는 직업이 인기를 끌면서 회사에 입사하려는 지원자들이 많아 졌어요. 그들의 이력서를 보면 참 많이 준비했음을 발견하죠. 하지만 자격증이나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신력이에요. 언론에 비춰진 경호업무는 화려하고 멋진 직업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어느 면에선 자신의 노력이나 성과가 결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철저한 자기 희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죠. 곰처럼 늘 묵직하게 인내로써 고객을 섬기려는 마음가짐과 정신력이 없는 사람들은 경호의 길을 걷다가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십이란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임 사장이 터득한 것이 있다. 인생의 오르막길에 필요한 것은 ‘의지’를 뛰어넘는 강한 ‘투지(鬪志)’라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혼란스럽고 경제환경도 어렵다. 하지만 이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투지를 불태운다면, 2006년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는 한해가 될 것이다”며 임 사장은 “어려움도 즐겁게 맞대응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