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정치료를 해야하나...?
아마 교정치료를 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갖게 되는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내 진료실에 들어와 하는 먼저 하는 말 중 다수가 이런 질문입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교정치료를 해야할 지 봐주세요...'
그럼 속으로는 미소를 짓게 됩니다. ^^
이 사람이 대체 어디서 뭔 소리를 듣고 왔나 하구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과연 '부정교합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와는 달리 '부정교합'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 아는 거 같더군요.
부정교합이란 것이 하나의 병으로 질병의 분류에 들어가긴 하지만(엄연히 국내 표준질병분류표에 코드가 나오죠), 이것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병'이라는 것과는 좀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부정교합이 병이라는 명제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거든요. 질병은 질병인데 병이 아니라니... 그럼 뭐야 하시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부정교합은 '정상이 아닌 교합상태' ,즉 '정상교합이 아닌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정상교합'이란 무엇인가...?
고전적인 의미에서 정상교합이란 이런 것입니다.
상악 견치(송곳니)의 교두정이 하악 견치의 원심면에 일치하고, 상악의 제1대구치 근심협측교두가 하악 제1대구치 협측구에 일치하는 위치에서, 공간부족에 의한 덧니 혹은 뻐드렁니가 없고, 치아사이의 공간이 없으며, 돌아(회전)가있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개방교합이나 과개교합이 아니면서, 위아래 치아(대합치)는 적절히 잘 교합되고, 과잉 치아나 빠진 치아가 없으며, 이들이 부드러운 곡선의 적당한 치열궁형태(아치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고전적인 의미의 ideal occlusion concept을 참고한 '원장아찌'의 정의).
이런 상태를 교정의사들은 '이상적인 교합(ideal occlusion)'상태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상적인 교합상태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므로(실존하기 어려우므로), 최근에는 그저 '적절한' 혹은 '허용할만한' 교합상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이러한 정상적인 교합상태의 정의와, 그렇지 않은 상태가 곧 부정교합이라는 명제에서 생각하건대..
여기서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다면 그것이 '부정교합'인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의 상태는 어떠합니까?
저 이상적인 정상교합이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나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럼 교정치료를 한 사람은 이상적인 정상교합인가요?
그것도 아마 (거의) 아닐 겁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교합상태로 잘 삽니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병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죠.
그렇지만 부정교합은 질병분류표에 들어갑니다.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과 함께 3대 구강병 중의 하나구요.
여기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아이가 교정치료를 해야 하나요?(부정교합인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보나마나 이렇게 답할 겁니다.
"그럼요.. 부정교합입니다."
그럼 교정치료를 해야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또 이렇게 답할 겁니다.
"하고 싶으면 하세요."(제가 보기엔 그냥 살아도 되는 경우)
"이건 하는 게 좋을 겁니다."(제가 생각하기에 교정치료를 하는 게 앞으로의 인생에 득일 경우)
부정교합을 판단하고 치료하는 건 의사의 몫이겠지만..
부정교합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의 몫입니다.
단,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전문의로서 조언과 도움을 드립니다.
원장아찌... ^^